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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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모든 것 "


사만다 로즈 힐의 한나 아렌트 평전>을 읽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한나 아렌트라는 인물과 사상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

 

'한나 아렌트' 그녀는 누구인가? 내가 한나 아렌트에 대해 아는 것은 단지 그녀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쓴 저자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녀가 빅터 프랑클과 같은 유대인이며 빅터 프랑클처럼 그녀 또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수감되었고 유대인으로서 갖은 핍박과 고통을 감내해왔다는 것이다. 사실 한나 아렌트 또한 빅터 프랑클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세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대한 사유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세계에 대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인간은 스스로 사유함으로서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겼는 문제들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한나 아렌트 평전』는 사유를 통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한나 아렌트라는 한 인물의 삶, 그녀의 인생과 사랑, 그녀의 사상, 업적, 저서 등 한나 아렌트에 대한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한나 아렌트의 생애와 업적에 대한 관심이 그녀가 죽은 지 5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식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미 국내에서 한나 아렌트 관련 서적이 많이 나왔지만, 이 책  『한나 아렌트 평전』처럼 한나 아렌트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간략하게,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놓은 책은 없을지 모른다.

 

이 책  Part 1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출생과 성장과정, 연인과의 사랑 등 그녀의 개인적인 삶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비범한 소녀에서 주목받는 유대인 철학자가 되기까지 과정을 추적해볼 수 있다. 특히 이 Part 1 부분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철학적 성장과 발전의 모습도 아울러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녀가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들과 사랑에 빠지고 그들과의 교제를 통한 학문적 성장이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도 전체주의라는 정치적 상황과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고, 이에 따라 정치적 망명, 강제 수용소 수감 등 유대인으로 갖은 핍박과 고통을 당하게 된다. 내면의 사유를 통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던 그녀가 이제는 전체주의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을 하며 반유대주의를 표방하고 정치적 행동을 한다. 그 당시 시대 상황과 한나 아렌트의 삶을 통해 한나 아렌트의 사상과 정치철학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정치철학자로서 변화된 그녀의 모습이 Part 2 부분에 잘 드러나 있다. 특히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으로서 특별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며 그녀 스스로가 유대인이라는 자각을 하며 유대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유대인의 역사에서 유감스러운 사실 중 하나는, 유대인 문제가 정치적 문제임을 적군은 알았으나 정작 유대인 친구들(유대인 자신들)은 몰랐다는 것이다."

-p. 157, <전체주의의 기원>의 서문 중에서-

 

한나 아렌트가 쓴 <전체주의 기원>에서 한나는 유대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 책 내용에 따르면, 한나는 유대인 전선을 원했고 여러 국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의 연대를 바랐다고 한다. 

 

한나 아렌트가 쓴 저서들인 《그림자》,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 《전체주의의 기원》, 《아모르 문디》, 《과거와 미래 사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혁명론》 등이 각 장마다 핵심 내용이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한나 아렌트가 왜 그 시기에 책을 저술하게 되었는지,  그 저서들의 핵심내용들은 무엇인지, 그 내용들은 그녀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한나 아렌트 사상의 핵심을 당시의 정치, 사회적 배경과 그녀의 개인적인 삶과 연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사상과 저서들 내용을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한나 아렌트에게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다. 

 

특히 한나 아렌트의 저서들 중 많은 논란과 오해을 자아내고 있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에 대해 저자는  Part 4 부분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1963년 2월 15일부터 3월 16일까지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에 대한 보고서를 잡지 <뉴요커>에 시리즈로 실었다. 그리고 이 출판물이 5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것이다. 한나는 이 책 말미에 재판부가 내린 판단과 판결을 거부하고 스스로 아이히만에게 판결을 내렸다. 아이히만이 저지른 짓들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하는 이 세상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기에 아이히만은 죽어 마땅하다는 것이다. 즉 아이히만은 인간 조건의 기본 원칙인 다원성을 위반하였다고 말했다. 한나 아렌트가 쓴 이 보고서와 관련된 여러 쟁점들과 사건들을 사건의 전개와 함께 다루었다.


과거로 돌아가 이 고난이 따를 걸 알면서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출간하겠느냐고 묻자 노년의 한나는 대답 대신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정의만은 영원히”라는 오래된 격언을 언급하고는 곧 철회했다. 그리고 스스로 더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질문을 던졌다.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진실을 말하겠는가?” 한나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15장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중에서

 

이 책 『한나 아렌트 평전』은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한나 아렌트의 업적과 그녀의 저서에 따른 논란 등에 대한 이해를 도울뿐만 아니라, '한나 아렌트'라는 한 여자의 개인적인 삶도 들여다보게 된다.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라고 말했던 한나 아렌트의 말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경험하고 생각하는 삶을 통해 내가 속한 사회와 공동체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아울러 지금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더불어 우리의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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