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별에서 시작되었다 - 천문학자가 바라본 우주와 인류의 발자취
조앤 베이커 지음, 고유경 옮김 / 북플레저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제주 서귀포천문과학관에서 태양의 흑점을 관측했습니다. 지구보다 거대한 검은 점을 보며, 수백 년 전 망원경으로 달과 태양을 바라본 과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해 보았어요. 그 호기심은 저를 조앤 베이커의 [모든 것은 별에서 시작되었다]로 이끌었습니다. 


이 책은 천문학의 발전사를 연대기처럼 나열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별을 바라보며 품어온 호기심, 두려움, 상상력으로 독자를 이끌어요. 솔직히 처음엔 조금 어려울까 봐 걱정했지만, 걱정과 달리 저자의 차분한 설명과 물 흐르듯 이어지는 서사 덕분에 천문학의 발전사, 인류의 역사를 편안하게 살펴볼 수 있었어요. 요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몰입감이 높고 재미있었습니다. 


책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존재인 달과 태양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각 나라의 달, 태양과 관련된 신화부터 천문학이 정치와 어떻게 결합하여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달을 향한 인류의 수천 년에 걸친 탐구 등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서술됩니다.


특히 1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1800년대 영국에서 활동한 공학자 제임스 네이스미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가 정교하게 그려낸 달 그림은 만국박람회에서 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어요. 빅토리아 여왕은 그림을 보고 "과학이 인간의 마음에 얼마나 넓은 세계를 열어주는지!" 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합니다. 


책에 그의 그림이 첨부되어 있지 않아 직접 그의 그림을 찾아보았어요. 1849년에 그려진 2m 사이즈의 이 작품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정교함을 보여줍니다. 미지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집념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리고 과학이 어떻게 감동이 될 수 있는지를 다시 느끼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빅토리아 여왕으로 하여금 과학이 여는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2부는 화성과 태양계입니다. 저자는 인류가 수많은 행성 중 왜 유독 화성에 가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는데요. 저자는 화성이 가진 강렬한 붉은빛과 하늘을 가로지르는 기묘한 움직임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했다고 말합니다. 화성은 단순한 행성이 아니라,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게 만든 상징적 존재였던 셈입니다.


2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였습니다. 그는 1903년 저서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통해 흥미로운 결론을 내립니다. 그는 확률적으로 볼 때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는 '특별하며, 아마도 유일무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설령 다른 행성에 우리와 신체적으로 유사한 존재가 존재할지라도, 그들의 지적 능력이나 도덕적 본성은 우리와 판이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또한 지구의 인간과 같은 존재가 우주 어딘가에 또 나타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았죠.


월리스의 '그들의 지적 능력과 도덕적 본성이 우리 다를 것'이라는 메시지는 개인적으로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생전에 왜 우주로 인류의 메시지를 송출하는 것을 반대했는지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과학 기술이 우리보다 앞서 있을지 몰라도, 그들이 가진 선의, 윤리 의식이 우리와 같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주를 향한 희망 뒤에 숨겨진 서늘한 현실적 감각을 일깨워 준 부분이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인 3부 우주와 인간에서는 우주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우주는 결국 엔트로피가 최대인 정지 상태 즉 종말을 맞이할 것이란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저자는 절망이 아닌 가능성을 말합니다. 과학의 역사가 그래왔듯, 새로운 발견은 언제든 기존의 정론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세기에 우리가 우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면, 우주의 운명에 관한 다른 답을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주는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비밀을 품고 있고, 과학은 그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이니까요.


저자는 우리 모두를 Starwatchers, 별을 관찰하는 존재라고 말하며 글을 맺습니다. 선조들이 그러했듯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우리가 발 딛고 선 특별한 행성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 별에서 시작된 우리 인간이 우주에 답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천문학, 우주 과학의 기초를 인문학적 감성으로 접하고 싶은 중, 고등학생부터 천문학의 역사와 인류의 철학적 사유를 함께 즐기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참고로 이 책은 텍스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삽화가 없습니다. 따라서 책을 읽으며 관련 이미지나 자료를 함께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븐버스 - 낙원에 갇힌 아이들
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를 잃을 위기에 처한 부모가 선택한 최후의 낙원, 헤븐버스. 현실에서 몸이 아픈 아이들이 의식만을 옮겨 살아가는 메타버스 세계라는 참신한 설정의 이야기, 김윤 작가의 [헤븐버스: 낙원에 갇힌 아이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고통받는 아이를 가상 세계에서라도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누가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동시에, 현실이 아닌 공간에 기약 없이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과연 누가 보살펴 주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혁명의 끝에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야기는 타인을 구하려다 사고를 당해 의식 불명에 빠진 소년 수호가 헤븐버스에서 눈을 뜨며 시작됩니다. 그곳에서 만난 병준은 헤븐버스의 복잡한 시스템을 설명하며, 자신의 혁명을 위해 수호의 첫 아이템인 퍼스트 코인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초반에는 낯선 용어와 설정이 쏟아져 수호처럼 어리둥절해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혼란 덕분에 갑작스럽게 가상 세계에 던져진 주인공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이야기의 초입부터 아주 빠르게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수호는 기억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병준, 예은, 성환과 함께 혁명에 동참합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수호가 고민한 '나의 혁명의 이유는 무엇인가'였습니다. 수호는 병준처럼 그리운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간직하고 싶은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현실의 부모님이 면회를 오지 않아 자신이 돌아갈 곳이 없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결국 마음을 나눌 친구가 있는 곳이 곧 내가 속할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안도감을 얻습니다.


여기서 소속감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결국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 하는 사회적 존재이고, 그 소속감은 정교하게 설계된 장소나 제도가 아니라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 기억을 되찾은 수호가 혁명을 지속할지 고민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주제 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나는 지금 누구인 거지? 아바타인 건가?

가짜 천국에서 사는 아바타? 

그러면 현실이 지옥이었던 거고?

그럼에도 나는 돌아가고 싶은 걸까?


헤븐버스, p.250


이 질문들은 단순히 가상 세계 속 정체성을 묻는 말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기준을 되묻는 질문처럼 느껴졌어요. 수호는 헤븐버스가 아무리 안전하고 익숙해진 공간이라 하더라도, 설령 진짜 현실이 아프기만 하고 재미는 더럽게 없더라도 결국 돌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통이 제거된 낙원에서는 진정한 성장이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결국 헤븐버스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아이들을 그 안에 가두는 순간 그곳은 감옥이 되고 맙니다. 수호의 질문은 우리에게도 되돌아옵니다. 고통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곳을 삶이라 부를 수 있는지, 상처받지 않는 대신 아무것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세계가 과연 인간다운 공간인지 말입니다.


[헤븐버스]는 흥미로운 SF의 형식을 빌려 자유와 고통, 그리고 실존에 대한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달합니다. 완벽하게 설계된 가짜 낙원보다 비록 아프더라도 진짜 나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아이들의 여정은, 독자들에게 진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정의하게 합니다. 친구들이 각자 어떤 사연으로 혁명에 뛰어들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의 끝에서 헤븐버스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상률 완역 삼국지 1
나관중 지음, 백남원 그림, 박상률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까지 삼국지 전권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린 시절 호기심에 책을 펼쳐 보았지만, 쏟아지는 한자와 방대한 등장인물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했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박상률 작가의 [완역 삼국지 1권]을 만나면서, 드디어 그 거대한 이야기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한자 대신 최대한 우리말로 서술되어 있고, 등장인물 소개, 지도와 주요 사건까지 초반에 정리되어 있어 이해하기 매우 쉬웠거든요. 


[완역 삼국지 1권]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삼국지가 우리 삶에 정말 깊숙이 들어와 있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완독한 적이 없었음에도 유비, 관우, 장비는 물론 조조, 여포, 동탁, 초선, 조자룡 등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과 지명, 사건들이 전혀 낯설지 않았어요. 모르는 사이 삼국지의 이야기가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이번 1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조조가 오해로 인해 여백사의 가족을 몰살한 뒤, 이를 나무라는 진궁에게 내뱉은 차가운 일갈이었습니다.


내가 세상 모든 사람을 배신했으면 했지,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배신하게는 두지 않겠소.

완역 삼국지 1, p.144


이 말을 통해 조조라는 인물의 가치관과 앞으로 펼쳐질 그의 냉혹한 정치를 예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결국 이러한 조조의 불신과 냉혹함은 훗날 그를 천하를 제패한 주역으로 만들겠지만, 동시에 가장 가까운 참모들조차 끝까지 믿지 못하고 외로운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예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조조가 본인의 업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의문이 들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후반부에서 조조의 아버지 조숭이 살해당하는 대목에 이르러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돌아 저지른 대로 받는다'는 시구절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초선의 연환계였습니다. 왕윤이 초선을 이용해 미인계와 이간계를 엮어 여포와 동탁의 사이를 갈라 결국 동탁을 죽게 만들었는데요.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에피소드였지만, 책으로 마주한 심리전은 기대 이상으로 매우 치밀했습니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몰입감이 상당해 한시도 책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동탁이 황제가 되는 줄 알고 성으로 향하며 계속해서 죽음의 신호를 놓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욕망에 눈이 멀면 결국 눈앞의 칼날을 보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황제보다 더 천하를 호령하던 권력자였지만, 결국 자신의 안위와 쾌락만을 좇다 주위의 모든 진실을 외면하게 된 그의 모습을 보며, 그의 최후는 스스로 쌓아 올린 욕망의 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비가 서주 태수 도겸에게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 믿음을 못 갖추면 세상에 제대로 서지 못한다고 하셨소"라고 말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대목을 보며 조조와 유비가 완벽히 대비되는 인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먼저 배신하겠다'는 조조와 '끝까지 신의를 지키겠다'는 유비. 왜 수많은 인재와 백성들이 유비를 따랐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인덕이 높은 유비가 왜 결국 천하를 제패하지 못하고 미완의 영웅으로 남게 된 것인지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책을 다 읽고, 삼국지가 이렇게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가득한 소설인지 이제야 알게 되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삼국지는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선택,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저처럼 삼국지를 읽지 못했던 독자에게 훌륭한 출발점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다음 권에서는 또 어떤 인물의 선택이 역사를 흔들게 될지, 영웅들의 행보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1 : 정조 - 개혁을 이끈 소통의 군주, SEL + 한능검 워크북 수록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1
하지강 지음, 김기수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서울문화사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선 역사상 빛나는 성군 중 한 분으로 꼽히는 정조. 그는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을 목격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아픔과 그로 인한 깊은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어낸 위대한 왕입니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 자객의 위협과 할아버지 영조의 혹독한 시험을 견뎌야 했던, 살얼음판 같았던 궁궐 생활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세계 탐험단] 2화 '누가 누가 이산을 웃기나' 편에서, 웃지 않는 아이였던 어린 정조를 웃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엠버, 램, 젤로스의 모습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2화에서 친구들과 밤새 책을 읽고 야참을 나눠 먹으며 천진난만하게 어울리는 정조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만화적 상상력을 빌려서라도 그의 환한 웃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만약 정조에게 이런 행복한 유년 시절이 있었더라면 그의 삶은 조금 더 평안하지 않았을까, 그의 재위 기간이 조금 더 길어져 조선이 더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정조의 사회 정서 역량으로 회복탄력성을 꼽은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규장각을 세워 인재를 기르고 수원 화성을 건설하는 등 수많은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저력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회복탄력성에서 나왔다는 해석이 신선했습니다. 


힘든 일이 생기거나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마!

스스로를 믿고 다시 일어서면 더 강하고 멋진 나로 성장할 수 있어!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1 정조, p.139


아이들에게 전하는 이 따뜻한 응원은 비단 정조뿐만 아니라 오늘날을 사는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조의 정서적 역량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내면의 힘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에 실려 있는 재미있고 쓸모 있는 실록 TMI 코너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어른인 저도 몰랐던 이야기들이 많았는데요. 특히 왕에게 참외를 바치고 싶다며 보신각종을 울린 윤광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자칫 엄벌에 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조는 "제정신이 아닌 듯하니 하룻밤 재우고 고향으로 돌려보내라"라며 명을 내렸다고 하는데요. 이 이야기를 통해 법보다 사람을 먼저 본 따뜻한 성군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아이와 함께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에 접속해 윤광류를 검색해 보니 실제 기록된 원문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어린이들에게는 한자가 가득한 조선왕조실록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렇게 학습만화라는 친숙한 통로를 통해, 조선왕조실록을 편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워크북을 통해 개념과 핵심을 정리하고, 문제풀이를 할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정서학습 SEL 독후 활동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의 주요 키워드인 회복탄력성, 소통에 대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1]편은 역사 지식을 쌓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인물의 마음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감정까지 돌아보게 해주는 특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즐겁게 읽고, 자연스럽게 배우며, 마음까지 함께 자라는 경험을 선물해 주는 학습만화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일도 그럴 거야 - 제1회 길벗어린이 민들레그림책상 대상 인생그림책 48
나현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도, 글도, 전하는 메시지도 모두 보석처럼 예쁜 책을 만났습니다. 나현정 작가의 [내일도 그럴 거야]를 읽으며, 이 책은 어린이 동화이지만 동시에 스스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리와 두더지, 달팽이가 함께 차를 마시고 산책을 하며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기며 다정하게 칭찬해 주는 이야기. 이 책은 자극적이지 않고 무해하면서도, 마음속 고민들을 어루만져 줍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치 제가 이 작은 동물 친구들에게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세 친구 중에서도 저는 유독 두더지에게 마음이 많이 쓰였습니다. 산책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숨 가쁘게 달려왔음에도 결국 계획했던 시간에 늦어버리자, 엉망이 되어버렸다며 자책하는 두더지의 모습이 참 안쓰러워 보였어요. 그런 두더지에게 친구들이 다정한 손길을 내밉니다.


괜찮아. 두더지야. 넌 지금 전혀 엉망이 되지 않았어.

그래, 안심해. 나쁜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는걸


그리고 오리는 두더지에게 거울을 보며 스스로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확인해 보라고 권하지만, 두더지는 내가 정말 사랑스러운지 오히려 되물어 봅니다. 그리고 사실 자신은 스스로를 종종 미워하고 있다고 고백을 합니다. 그때 달팽이가 이상하다며, 거울을 보는 각도를 조금 바꿔보는 건 어떠냐며 조언하자, 두더지는 참았던 눈물을 뚝뚝 흘리며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고 말합니다. 이제 산책을 나갈 수 있겠다고 말이죠. 저는 이 장면을 읽으며 어쩐지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살다 보면, 이 시간에 반드시 이 일을 해내야 한다며 빼곡히 계획을 세우고, 그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스스로가 볼품없는 존재라고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어요. 사실 계획을 완벽히 지키지 못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거나 나 자신이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지요.


그럴 때 '걱정 마, 너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존재야, 스스로에게 다정히 대했으면 좋겠어'라는 다정한 위로가 두더지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을까요. 두더지는 결국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갑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언제나 다정한 오리와 달팽이가 있습니다. 내일도 그들은 함께 차를 마시고 산책을 하며 하루를 보내겠지요.


오리와 달팽이에게는 또 어떤 고민이 있을까요? 세 친구가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위로하며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지, 그 이야기는 꼭 책으로 직접 만나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찾는 분께도, 지친 마음에 조용한 위로가 필요한 어른에게도 [내일도 그럴 거야]는 분명 가슴에 오래 남는 책이 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