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 완역 삼국지 1
나관중 지음, 백남원 그림, 박상률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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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까지 삼국지 전권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린 시절 호기심에 책을 펼쳐 보았지만, 쏟아지는 한자와 방대한 등장인물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했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박상률 작가의 [완역 삼국지 1권]을 만나면서, 드디어 그 거대한 이야기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한자 대신 최대한 우리말로 서술되어 있고, 등장인물 소개, 지도와 주요 사건까지 초반에 정리되어 있어 이해하기 매우 쉬웠거든요. 


[완역 삼국지 1권]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삼국지가 우리 삶에 정말 깊숙이 들어와 있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완독한 적이 없었음에도 유비, 관우, 장비는 물론 조조, 여포, 동탁, 초선, 조자룡 등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과 지명, 사건들이 전혀 낯설지 않았어요. 모르는 사이 삼국지의 이야기가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이번 1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조조가 오해로 인해 여백사의 가족을 몰살한 뒤, 이를 나무라는 진궁에게 내뱉은 차가운 일갈이었습니다.


내가 세상 모든 사람을 배신했으면 했지,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배신하게는 두지 않겠소.

완역 삼국지 1, p.144


이 말을 통해 조조라는 인물의 가치관과 앞으로 펼쳐질 그의 냉혹한 정치를 예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결국 이러한 조조의 불신과 냉혹함은 훗날 그를 천하를 제패한 주역으로 만들겠지만, 동시에 가장 가까운 참모들조차 끝까지 믿지 못하고 외로운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예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조조가 본인의 업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의문이 들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후반부에서 조조의 아버지 조숭이 살해당하는 대목에 이르러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돌아 저지른 대로 받는다'는 시구절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초선의 연환계였습니다. 왕윤이 초선을 이용해 미인계와 이간계를 엮어 여포와 동탁의 사이를 갈라 결국 동탁을 죽게 만들었는데요.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에피소드였지만, 책으로 마주한 심리전은 기대 이상으로 매우 치밀했습니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몰입감이 상당해 한시도 책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동탁이 황제가 되는 줄 알고 성으로 향하며 계속해서 죽음의 신호를 놓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욕망에 눈이 멀면 결국 눈앞의 칼날을 보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황제보다 더 천하를 호령하던 권력자였지만, 결국 자신의 안위와 쾌락만을 좇다 주위의 모든 진실을 외면하게 된 그의 모습을 보며, 그의 최후는 스스로 쌓아 올린 욕망의 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비가 서주 태수 도겸에게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 믿음을 못 갖추면 세상에 제대로 서지 못한다고 하셨소"라고 말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대목을 보며 조조와 유비가 완벽히 대비되는 인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먼저 배신하겠다'는 조조와 '끝까지 신의를 지키겠다'는 유비. 왜 수많은 인재와 백성들이 유비를 따랐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인덕이 높은 유비가 왜 결국 천하를 제패하지 못하고 미완의 영웅으로 남게 된 것인지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책을 다 읽고, 삼국지가 이렇게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가득한 소설인지 이제야 알게 되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삼국지는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선택,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저처럼 삼국지를 읽지 못했던 독자에게 훌륭한 출발점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다음 권에서는 또 어떤 인물의 선택이 역사를 흔들게 될지, 영웅들의 행보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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