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2 : 세종 - 백성을 품은 공감의 군주, SEL + 한능검 워크북 수록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2
하지강 지음, 김기수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서울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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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2권 세종 편이 출간되어 아이와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부제는 백성을 품은 공감의 군주입니다. 그간 익히 알려진 업적 외에도 실록에 기록된 생생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세종대왕이 진정으로 백성을 어떻게 아꼈는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가뭄이 길어지자 궁궐 안에 초가집을 짓고 무려 2년이나 지내셨다는 기록이었습니다. 심지어 버려진 목재를 사용해 지은 검소한 집이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백성의 고통을 온몸으로 나누려 했던 성군의 면모를 보며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아이도 임금님이 어떻게 초가집에서 지내실 수 있었을까 하면서 신기해하였습니다.

또한, 새로운 조세 제도를 도입하기 전 5개월간 백성들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점도 놀라웠습니다. 찬성이 더 많았음에도 반대 의견까지 세심히 살펴 토론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전분6등법과 연분9등법을 마련하셨다는 구체적인 일화를 통해, 세종대왕의 신중함과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책 말미에는 세종의 탄생부터 서거까지의 업적이 정리된 세종 연표가 있어 한눈에 흐름을 파악하기 좋았어요. 그리고 워크북 외에 초판 한정 부록으로 조선왕조 계보 포스터를 받았는데요. 최근 아이가 요즘 조선왕조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종종 물어보던 참이라 이런 부록을 받게 되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왕의 칭호(조, 종)에 따른 설명과 색 구분이 명확해 아이가 오며 가며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연산군, 광해군처럼 쫓겨난 왕들은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눈에 확 띄고 기억하기 쉬워 보여요. 포스터를 책상에 딱 붙여두니 아주 든든합니다.

1권의 워크북 수준이 워낙 좋아서 2권의 워크북은 어떨지 기대하며 펼쳤는데 이번에도 다양한 독후 활동이 들어있어 매우 알찼습니다. 장영실, 박연 등 당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문제 풀이는 훈민정음의 창제와 반포 연도까지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어 학습 수준이 꽤 높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번 권의 사회정서학습 SEL 키워드인 공감과 포용이 워크북 활동에 잘 녹아 있었는데요. 발표하다 말문이 막힌 친구를 보거나 혼자 밥 먹는 전학생을 보는 일 등 학교에서 흔히 겪을 법한 상황을 예시로 들어, 상대의 마음을 추측해 보고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을 적어보는 활동은 아이의 인성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세종대왕이 왜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왕인지 다시 한번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어요. 재미도 있으면서 역사 이야기와 인성 교육까지 함께 담겨 있어 부모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다음 권에서는 어떤 시대를 가게 될지, 젤로스의 속셈은 무엇일지 아이와 추측해 보기도 했어요. 3권이 빨리 나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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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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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엄청난 몰입감에 이끌려 두 시간 만에 책을 다 읽어 내려갔습니다.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깝다는 상투적인 표현 외에 이 감각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 책을 번역한 김태성 씨는 해설에서 "적어도 이 소설만큼은 하룻밤 사이에 다 읽어버리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지만, 휘몰아치는 문장과 노인의 절박한 사투 앞에서 그 조언을 지켜낼 수 없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대기근이 휩쓴 마을입니다. 모두가 떠나버린 땅에 일흔이 넘은 노인 셴과 눈먼 개 한 마리만이 남았습니다. 살기 위해 메마른 밭을 파헤쳐 종자를 캐내어 먹고, 쥐를 잡아먹으며 버티는 노인에게는 단 하나의 목표만 남아 있습니다. 바로 옥수수를 키워내 훗날 마을로 돌아올 사람들을 위해 종자를 남기는 일이었습니다.

단지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신 이후의 시간을 위해 마지막 힘을 끌어모으는 노인의 모습은 처연하면서도 숭고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소멸하더라도 미래의 생명을 피워내겠다는 지독하리만큼 아름다운 이타심 그 자체였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옥수수에 열매가 맺힐 것인지에 대한 긴장감과 함께, 또 다른 잔혹한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요. 극한의 굶주림 속에서 노인이 결국 저 눈먼 개를 잡아먹지 않을까, 개를 옥수수밭의 거름으로 쓰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어요.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인간이 끝까지 개를 동반자로 예우할 수 있을지, 인간 본성의 마지막 한계를 시험하는 듯해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개를 고독한 사투를 함께 견뎌온 유일한 전우이자 소중한 생명 그 자체로 대했습니다. 노인은 눈먼 개 대신 스스로를 무덤으로 이끌었고 가장 낮은 곳의 흙이 되어 희망을 품어냈습니다. 이야기 초반 노인은 “언젠가 해에 굴복하지 않은 내 무덤을 보게 될 거야”라고 외쳤는데요. 처음에는 그 말이 단순한 오기로 들렸지만,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노인이 스스로의 말을 지켰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마을 사람들이 돌아왔을 때, 그들이 발견한 것은 황폐한 땅 위에 남은 옥수수 종자와 함께 땅속에서 옥수수의 거름이 된 노인의 백골이었습니다. 그리고 노인의 희생 덕분에 남겨진 옥수수 알갱이들은 다시 마을의 생명이 되어 퍼져 나갔습니다.

절망이 온 세상을 말려버린 듯한 상황에서도 끝내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준 노인의 모습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결국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남긴 작은 온기와 희망 덕분에 또 다른 누군가가 살아갈 힘을 얻는 것처럼 말입니다. 노인이 끝까지 지켜낸 옥수수 알갱이들을 떠올리며, 저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작은 희망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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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야기 내맘쿵짝 1 : 네 마음을 알고 싶어! - 삐야기 오리지널 스토리북
몽담 지음, 삐야기 원작 / 서울문화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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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도 MBTI는 빼놓을 수 없는 대화 주제죠. 단순히 '너는 어떤 유형이야?'를 넘어,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친구와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아이의 눈높이로 답해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삐야기 내맘쿵짝]인데요. MBTI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아이와 함께 읽으며, 성격 차이를 이해하고 관계의 기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책 초반, 삐야기가 전학을 간 첫날의 어색함, 그리고 이틀째 반 대항 피구 경기를 통해 ‘우리’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와닿았어요. 낯선 환경 속에서 조금씩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학기 초의 변화를 낯설어하는 아이의 현실과도 겹쳐 보였습니다. 또 모둠 활동 중 서로 의견을 고집하며 다투는 친구들 사이에서, 잠시 상황을 지켜보고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 삐야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설정이지만 생각이 꽤 깊고 차분한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삐야기가 자신 역시 쿵짝 요정에게 짜증만 내고 제대로 대화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이후 쿵짝 요정과 화해한 삐야기는 우정의 레인보우 씨앗을 찾아내고, 함께 잃어버린 씨앗을 찾아 세상을 다시 따뜻하고 알록달록하게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합니다. 이야기가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서 관계의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책 속 ‘소곤소곤 마음 쪽지’ 파트도 인상적이었어요. 시합에서 져서 속상한 마음에 공감해 주고, 작은 실수와 실패를 통해 우리의 마음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었어요. 또한 친구들 사이에서 의견이 달라 고민되는 상황 역시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인데,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라는 조언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내맘쿵짝 마음 상담소’였습니다. 친구가 자꾸 하기 싫은 부탁을 해서 고민이라는 사연이었는데, 거절하면 관계가 멀어질까 걱정되는 마음이 참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책에서 억지로 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고, 친구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신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실제 대사로 제시해 주는 부분도 나와서 같은 고민을 하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사라진 레인보우 씨앗을 찾기 위한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 2권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정말 예뻐서 아이가 직접 따라 그리고 싶어 할 정도로 마음에 들어 했어요. 그림이 적고 글이 많은 편이라 차분히 앉아 읽을 수 있는 초등학생 3학년 이상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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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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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성형 AI가 일상이 되면서 궁금한 것이 생기면 AI를 바로 찾게 됩니다. 물론 그 답이 항상 맞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어느 순간 무심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독학이라는 세계]를 읽으며 생각이 꽤 많아졌습니다.

저자는 서문부터 꽤 직설적인 말을 던집니다. "해야 할 말과 행동을 모두 AI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다. 그 순간 당신이 존재할 이유는 사라진다." 처음엔 조금 과한 표현처럼 느껴졌는데, 읽다 보니 그냥 넘길 말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스스로 찾아보고 헤매는 과정이 있어야 내 생각이 생긴다는 뜻이니까요. 책은 5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읽으면서 기억에 남은 부분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독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통은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는 실제로 방해가 되는 것은 시간 부족이 아니라 감정의 기복과 건강하지 못한 몸이라고 지적합니다. 감정 조절, 꾸준한 운동이 아이의 학습 능력뿐만 아니라 어른의 독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다음으로 책의 세계 파트에서 고전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읽기 어려운 고전을 책장에 꽂아두기보다, 그냥 식탁이나 소파 위에 툭 던져두라는 이야기였는데요. 실제로 해보니 확실히 다르긴 하더라고요. 눈에 계속 보이니까 괜히 한 장이라도 넘겨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고전을 펼치기까지 마음먹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그 문턱이 훨씬 낮아진 느낌입니다.

교양의 세계 파트에서 저자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그리스 신화라고 서술한 평론가의 사례를 들며 기초 교양의 부재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출판사와 저자 사이의 권력관계 때문이든 무관심 때문이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활자화되어 독자에게 전달되는 현실은 AI가 내뱉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과도 닮아 보였습니다. 스스로 교양의 기초를 다지지 않으면 오류를 진실로 믿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다음으로 언어의 세계 파트에서 외국어 공부법에 대한 조언은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었습니다. 특히 '하나의 구문으로 30개의 문장을 만들어 보는 방법'은 문장의 구조와 논리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방법은 아이에게 바로 적용해 볼 계획입니다. 문장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하는 과정에서 언어에 대한 감성이 자연스럽게 다듬어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의 세계 파트에서 강조된 "기존 이론을 의심하고 다른 가능성을 사유할 여지는 언제나 남겨 두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는 얼마 전 읽은 [과학자의 태도]와 맥을 같이 하여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스승 탈레스를 존경하면서도 그의 오류를 과감히 지적했던 아낙시만드로스처럼, 명저라 해도 그것을 진리로 믿지 않는 균형 감각이 필요합니다. 비판하는 용기가 과학을 전진시키듯, 독학 역시 당연함에 질문을 던질 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제자리에 머물지 말고 계속해서 독학을 해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를 주었습니다. AI 시대일수록 질문을 고도화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독학은 나만의 고유한 창의력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교육 방향을 고민하는 학부모님은 물론, 끊임없이 배우는 삶을 지향하는 모든 어른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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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볼란텐
채기성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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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남편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그가 몸담았던 회사에 아내가 직접 취업해 사건을 파헤친다는 설정에 이끌려 책을 펼쳤습니다. 책을 보기 전 표지 속, 고개를 돌린 채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가 끝내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무엇일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습니다. 어쩌면 이 일러스트는 타인에게 드러내지 못했던 그의 내면을 보여주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레아 모로와 크리스티안 볼란텐. 두 사람은 모두 어린 시절 해외로 입양되었다는 공통된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조금씩 얄팍하게 표면에만 머무를 뿐, 자신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기에 한국에서 뿌리를 찾고 싶다"던 남편과의 마지막 대화. 이후 남편은 회사 건물에서 추락하여 사망합니다.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했던 이의 마지막이 모국에서의 추락사라니 너무나 비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레아는 남편의 죽음이 자살이라 믿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했던 사람, 끝까지 살아보려 했던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을 리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한국으로 들어와 남편의 흔적을 따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이 알지 못했던 남편의 여러 얼굴과 마주하게 됩니다.

가장 강렬하게 남은 장면은, 남편의 동료였던 권아진의 잘린 손이 회사로 배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평소 스릴러를 즐겨 읽지 않는 저에게는 꽤 충격적인 장면이었고, 일상적인 공간이 한순간에 공포로 바뀌는 그 대비가 소름 끼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하는 레아의 대담한 선택은, 무모하다기보다 오히려 절박하게 다가왔습니다.

사건의 실체는 결국 단순한 자살이 아닌 살인이었고 그 뒤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후반부 레아가 범인에게 쫓기는 장면이나 자동차 추격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주었고, 자연스럽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었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책을 읽으며 한 가지 또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언어였습니다. 한국에서 먼 타국으로 입양된 레아에게 한국어는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싶은 상처의 언어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어 덕분에 그녀는 크리스티안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고,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상처도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밀어내려 했던 언어가 오히려 그들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해 완전히 알아갈 수 없듯이,

나 역시도 그렇게 존재하면 그만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책의 마지막에서 레아가 남긴 이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한때 레아는 한국인들을 보며 자신만이 정상의 궤도에서 이탈한 것처럼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사건의 끝에서 깨달았습니다. 어떤 것도 완벽한 것은 없기에,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위로를 받으며 비로소 마음의 평온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릴러의 긴장감 속에서도 정체성, 타인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한 질문을 놓치지 않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인물의 고뇌와 내면을 세밀하게 따라가고 싶은 분들, 그리고 나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짚어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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