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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4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성형 AI가 일상이 되면서 궁금한 것이 생기면 AI를 바로 찾게 됩니다. 물론 그 답이 항상 맞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어느 순간 무심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독학이라는 세계]를 읽으며 생각이 꽤 많아졌습니다.
저자는 서문부터 꽤 직설적인 말을 던집니다. "해야 할 말과 행동을 모두 AI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다. 그 순간 당신이 존재할 이유는 사라진다." 처음엔 조금 과한 표현처럼 느껴졌는데, 읽다 보니 그냥 넘길 말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스스로 찾아보고 헤매는 과정이 있어야 내 생각이 생긴다는 뜻이니까요. 책은 5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읽으면서 기억에 남은 부분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독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통은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는 실제로 방해가 되는 것은 시간 부족이 아니라 감정의 기복과 건강하지 못한 몸이라고 지적합니다. 감정 조절, 꾸준한 운동이 아이의 학습 능력뿐만 아니라 어른의 독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다음으로 책의 세계 파트에서 고전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읽기 어려운 고전을 책장에 꽂아두기보다, 그냥 식탁이나 소파 위에 툭 던져두라는 이야기였는데요. 실제로 해보니 확실히 다르긴 하더라고요. 눈에 계속 보이니까 괜히 한 장이라도 넘겨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고전을 펼치기까지 마음먹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그 문턱이 훨씬 낮아진 느낌입니다.
교양의 세계 파트에서 저자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그리스 신화라고 서술한 평론가의 사례를 들며 기초 교양의 부재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출판사와 저자 사이의 권력관계 때문이든 무관심 때문이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활자화되어 독자에게 전달되는 현실은 AI가 내뱉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과도 닮아 보였습니다. 스스로 교양의 기초를 다지지 않으면 오류를 진실로 믿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다음으로 언어의 세계 파트에서 외국어 공부법에 대한 조언은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었습니다. 특히 '하나의 구문으로 30개의 문장을 만들어 보는 방법'은 문장의 구조와 논리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방법은 아이에게 바로 적용해 볼 계획입니다. 문장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하는 과정에서 언어에 대한 감성이 자연스럽게 다듬어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의 세계 파트에서 강조된 "기존 이론을 의심하고 다른 가능성을 사유할 여지는 언제나 남겨 두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는 얼마 전 읽은 [과학자의 태도]와 맥을 같이 하여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스승 탈레스를 존경하면서도 그의 오류를 과감히 지적했던 아낙시만드로스처럼, 명저라 해도 그것을 진리로 믿지 않는 균형 감각이 필요합니다. 비판하는 용기가 과학을 전진시키듯, 독학 역시 당연함에 질문을 던질 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제자리에 머물지 말고 계속해서 독학을 해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를 주었습니다. AI 시대일수록 질문을 고도화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독학은 나만의 고유한 창의력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교육 방향을 고민하는 학부모님은 물론, 끊임없이 배우는 삶을 지향하는 모든 어른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