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편지 쓰는 여자
버지니아 에반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텍스티(TXTY) / 2026년 10월
평점 :
#편지쓰는여자 #버지니아에반스 #텍스티 #도서협찬
(🍁이키다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 텍스티에서 지원받은 도서 입니다.)
저는 서간문은 무조건 재미있다는 편견이 있었는데요. 이 책은 그 편견을 확신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주인공은 70대의 은퇴한 여성 시빌입니다. 편지 쓰기가 취미이자 일상이고, 무엇보다 편지를 가장 좋아하는 소통 방식으로 여기는 사람이죠. 동생과 자녀들, 옆집 이웃과 오래된 친구는 물론이고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 옛 직장 후배의 아들, 썸 타는 남자, 심지어 협박범과도 손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손 편지가 얼마나 낯선 소통 방식이 되었는지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사실 시빌은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읽고 쓰는 일이 삶의 거의 전부인 그녀에게 시력을 잃는다는 건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를 잃는 것과 다름없었을 텐데요. 그럼에도 그녀는 끝까지 편지를 씁니다.
자녀들과의 깊은 오해와 세상을 떠난 자녀에 대한 죄책감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큰 줄기라면, 이웃 남자와의 관계, 노년의 삶을 대하는 태도, 입양아로 살아온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마침내 용서와 화해에 이르는 과정도 인상 깊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사람에게 편지가 오가고, 예상치 못한 답장들이 이어져 조금 정신없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편지를 펼치기 전의 설렘과 호기심,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지는 마음이 독서의 즐거움으로 이어집니다. 어느새 시빌이 주고받는 편지 한 통 한 통을 기다리며 읽게 되더라고요.
작가의 첫 책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낸 작가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졌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버지니아 에반스라는 이름을 오래 기억해두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