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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처럼 박물관 걷기 -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고고학 기초 체력 수업 ㅣ 도슨트처럼
마일로 로시 지음, 안진이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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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가시면 어떤 순서로 돌아보시나요? 저는 늘 그릇이나 문구가 있는지부터 보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니 먹는 것과 독서에 관심이 많은 취향이 적극 반영된 것이었네요.
이 박물관은 전시실 이름부터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10개의 전시실로 목차가 나눠져 있어요.요람과 장난감,음식과 기쁨,동물과 친구,놀이와 여가,의식과 의례,사랑과 성,패션과 미용,교육과 노동,질병과 건강,죽음과 삶.
가장 관심이 가는 전시실부터 입장해보라는 조언도 앞부분에 있었습니다.
박물관을 그저 과거의 흔적이 갇혀 있는 유물 보관소로만 여겼던 저의 좁은 시선이 한 번에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거대한 세계사의 궤적 속에서 제가 마주한 것은 굳어버린 돌덩이나 금속이 아닌, 우리와 똑같이 오늘을 살아가며 웃고, 투덜대고, 사랑했던 생생한 사람들의 숨결이었습니다.
키우던 동물의 죽음을 슬퍼하며 정성스레 묻어주던 다정한 마음, 구리 품질에 불만을 토로하던 고대시대의 인간적인 점토판 리뷰까지.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마주한 고대인들의 일상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참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습니다. 어쩌면 인류의 역사는 직선으로만 발전해 온 것이 아니라, 특정 순간에는 고대의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책장을 덮고 문득 제 책상 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늘 좋아하는 문구류와 소중히 아끼는 찻잔을 보며 기분 좋은 상상에 빠져봅니다. 아주 먼 훗날, 천 년 뒤의 누군가가 박물관 유리창 너머로 오늘의 내 소박한 물건들을 바라본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를 읽어낼까요? 그런 상상을 하니 매일 다루는 작은 물건 하나조차 애틋하고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먼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나, 그리고 다가올 미래의 일상까지 연결해 주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끌리는 전시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나만의 속도로 세계사를 다정하게 거닐어보고 싶은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이 이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