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박쥐 - 진화가 빚어낸 가장 다재다능한 생명의 비밀
요시 요벨 지음, 조은영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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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요시 요벨이 들려주는 박쥐 연구의 세계입니다. 진흙을 헤치고, 박쥐에게 물리면서도 연구를 이어가는 연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한 편의 박쥐 연구 역사서를 읽는 듯했습니다.

도심에서 살아가는 저는 박쥐를 직접 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어두운 밤에 활동하고 동굴에 산다는 이미지, 흡혈박쥐의 인상 때문인지 낯설고 조금은 두려운 존재였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박쥐가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새끼를 품에 안고 날아다니는 종도 있고, 해충을 잡아먹고 꽃가루를 옮기며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앞발이 날개로 진화해 땅에서는 서툴게 움직이고, 아프면 무리에서 떨어져 지내며 병을 옮기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먹이가 부족한 동료에게 자신의 먹이를 나눠주는 모습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이타성도 발견했습니다.

박쥐의 생물학적 특징도 놀라웠습니다. 이름 때문에 쥐와 가까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유전적으로는 소나 말에 더 가까운 포유류라고 합니다. 전 세계 포유류의 약 20%가 박쥐일 만큼 종류도 다양하고, 나방만 한 초소형 박쥐부터 날개 길이가 1.5m에 이르는 대형 박쥐까지 크기도 제각각입니다. 곤충, 과일, 물고기, 개구리, 혈액 등 먹이도 다양하고, 종마다 사용하는 소리와 의사소통 방식도 다르다는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사실을 밝혀내기까지 연구자들이 쏟아부은 시간과 집념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묵묵히 현장을 누빈 사람들의 탐구정신이야말로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풍력발전기 날개에 수많은 박쥐가 목숨을 잃는다는 대목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또 다른 생명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은 공존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인간 역시 생태계의 일부라는 점을 잊지 않고, 더 나은 공존의 방법을 고민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박쥐라는 낯선 생명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한 권을 덮고 나니 박쥐뿐 아니라 자연을 향한 호기심과 존중까지 함께 커진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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