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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미풍 -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위화 지음, 백도라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5월
평점 :
#산곡미풍 #위화 #푸른숲 #도서협찬
<인생>, <허삼관 매혈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위화 작가님의 신간 산문집입니다.
국내에 번역된 작가님의 다른 산문집들도 있지만, 저는 이 책을 통해 위화의 산문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어요.
소설 속 주인공들이 마주했던 거칠고 척박한 삶 때문이었을까요? 막연히 작가님도 고단한 유년 시절을 보냈을 거라 짐작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 두 분 다 의사이셨고, 의외로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내셨더라고요.
다만 병원 안에서 놀고 자라며 늘 죽음의 그림자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그 시절의 경험들이, 어쩌면 그의 묵직한 소설 세계를 이루는 단단한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유독 미소 짓게 되는 유쾌한 일화들도 많았습니다.
어린 시절 꾀병으로 배가 아프다고 했다가, 의사인 아버지의 질문에 엉뚱하게 답하는 바람에 결국 멀쩡한 맹장까지 수술하게 된 사연. 그것을 두고 자업자득이라 유연하게 넘기는 모습에서 작가 특유의 고집스러움과 타고난 유머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또 아들을 향한 지극한 사랑이 묻어나는 대목들이 참 따스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클래식을 아들에게 들려주려 애쓰는 모습, 술이라며 콜라를 건네는 장난기 가득한 아빠의 모습, 그리고 아들과 함께 비행기를 탔을 때 느꼈던 날것의 공포를 기억하는 순간들까지. 소설가 위화가 아닌 아버지 위화의 다정한 뒷모습을 본 것 같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습니다.
"과거의 삶을 기억하는 것은 다시 한번 사는 것과 같다."
책을 덮고도 이 문장이 마음에 오래도록 머뭅니다. 지나온 날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삶을 한 번 더 살 수 있다면, 되도록이면 아름답고 좋은 기억들을 더 자주, 소중하게 꺼내어 봐야겠습니다.
인생의 깊은 통찰과 인간적인 온기가 가득한, 참 좋은 산문집이예요.
#책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