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집 - 보림 창립 50주년 기념 그림책 내일의 책
이혜리 지음 / 보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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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집은 보림출판사 50주년 기념 특별 창작 지원금으로 만들어진 ‘내일의 책’ 시리즈 작품이다. 사철제본으로 완성된 책의 만듦새부터가 무척 아름답다.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자 씨와 토끼 씨. 꽃밭을 가꾸고 책과 커피, 단팥빵을 좋아하는 사자 씨와, 집에서 일하며 뜨개질과 커피, 당근 쿠키를 즐기는 토끼 씨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간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균열이 생긴다. 길을 잃고 돌아오지 못하거나, 요일을 헷갈리고 커피를 여러 잔 내어오는 일들.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이 찾아온 것이다.
약을 먹고, 산책을 하고, 많이 웃으라는 말을 따라보지만 사자 씨의 모습은 점점 달라진다. 변덕이 늘고,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그 곁을 지키는 토끼 씨의 표정을 따라가다 보면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이 조용히 무너진다.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은 여전히 같은 사람일까.
좋아하던 것들이 사라지고, 성품마저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일은 얼마나 막막할까.
한때 마당 가득 피어나던 복사꽃이 작고 쓸쓸하게 보이던 장면에서는 한참을 머물게 된다. 사자 씨의 손길이 닿지 않는 풍경은, 남겨진 이의 마음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단순히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누군가의 시간이 다른 누군가의 추억으로 남는 순간들을 조용히 건넨다.
부모의 노쇠를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처럼, 곁에 있는 시간을 더 소중히 바라보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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