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김유담 #성해나 #이주혜 #임선우 #임현 #열린책들 #도서협찬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는 동사 '하다'를 주제로 우리가 하는 다섯가지 행동 걷다,묻다,보다,듣다,안다 에 관한 25명의 소설가의 글을 묶은 소설집이다. 이 책은 그 중 첫 번째 <걷다> 편이다. 걷는 이야기도 공통적이었지만 다 읽고나니 가을에 느껴지는 감정들과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유담 작가의 <없는 셈 치고>에서는 부모를 잃은 화자를 키워준 고모의 암투병을 곁에서 지켜준다. 하지만 결혼을 반대했다고 부모와 절연한 고모의 딸과 항상 자신을 비교할 수 밖에 없다. 고모는 매일 걸으며 딸을 기다린다.묵묵히 함께 걷다가 자신이 고모에게 키워 준 셈을 치르느라, 신세를 갚느라 곁에 있었던 것이 아닌걸 깨닫는다. 화자는 함께 걷느라 자신의 신발에 붙은 흙먼지를 바라보면서 소설은 끝난다. 🍁성해나 작가의 <후보>는 철물점을 오래 운영한 근성의 이야기다. 한 장소에서 오래 삶을 일구면서 쌓인 추억을 뒤로 걷기를 시작하며 더듬어 나간다.그리고 자신의 걸음에 늙음을 느끼고 서글퍼한다. 이주혜 작가의 <유월이니까>에는 화자가 다시 혼자가 된 후 동네 운동장에서 아내가 연이 되어버린 남자를 만난다. 타자의 슬픔을 함께 나누지 못한 존재들의 후회같이 느껴졌다.🌰이 책에서 가장 오래 여운이 남은 작품은 임선우 작가의 <유령 개 산책하기>다. 웬수가 따로없는 언니 때문에 하지라는 강아지를 억지로 떠맡게 되는데 강아지는 석 달만에 심근증으로 돌연사를 해버린다. 석 달이란 시간이 애틋해 지기엔 짧았던 듯 그저 조금 허전하기만 했는데 어느 날 아침 유령이 된 하지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엄청나게 오랜시간을 같이 지낸 것도, 또 많이 슬픈 것도 아니었는데무엇이 강아지의 영혼을 부른걸까? 📖좋기만 한 시간 속에서 자꾸만 너의 쓸모를 찾아서 무엇해.정 그러면 너의 행복이 너의 쓸모라고 생각해봐.네가 행복한 만큼 하지도 행복할 테니까.🍂임현작가의 <느리게 흩어지기>는 혼자사는 중년인 명길의 단조로운 삶 중에 산책과 글쓰기 수업에서 벌어지는 잔잔한 이야기이다. 큰 사건은 없지만 꼬박꼬박 수업엔 잘 참여하지만 글쓰기 숙제는 해가지않는 미스테리한 면이 있는 명길과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다 생각했던 붙임성 좋은 성희를 관찰하는 시선이 긴장감을 준다.산책은 흩어질 산에 꾀 책이라는 한자를 쓴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걸을 일을 자꾸만 만들고 싶어지는 계절, ‘걷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이야기들이 가을의 쓸쓸함과 그리움, 후회와 아련함을 더욱 깊고 진하게 물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