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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랑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다른 사랑
이 소설집에서는 여름 냄새가 자욱하게 풍겨온다.
비가 온몸을 다 부서버릴 것처럼 머리와 몸체, 손가락까지 다 꿰뚫어버리다가 갑자기 멈춰버리고 마는 계절.
한없이 더웠다가도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사람도 보이지 않게 되는 계절.
이 소설에서 말하는 '다른 사랑'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우리는 이 사랑에 대해 정확히 정의할 수 없다.
분명한 건 이 사랑은 여름 냄새가 난다.
상리를 떠나는 길,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며 장총을 들고 무장하는 날, 정선이라는 이름을 찾고 싶었고, 김춘영이라는 이름을 잊어서는 안되었고, 그곳에 있었던 사랑이 그저 사랑이 아니었으며, 이 모든 고통과 아픔이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고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소설이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귀한 소설을 써주신 최은미 작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일곱 편의 단편 중 인상깊게 읽었던 두 편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김춘영
그 시기에는. 1980년에는. 사북에는.
피아 식별이 제대로 되지 못한 채로 끌려갔던 많은 이들이 있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진상조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항쟁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마저 오해하고 잡아가서 고문했었고,
항쟁에 참여한 광부들조차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제대로 된 판단조차 하지 못했고,
항쟁을 진압하고 공수부대까지 출동시키려고 했던 5공화국.
이 단편은 항쟁에 참여하지 않은 인물 '김춘영'을 통해 1980 사북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소상히 다루기보다는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연구원으로서 김춘영을 만나는 화자는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겪었을 아픔, 처지. 그리고 미처 들려주지 못한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린 그의 마음을 헤아린다.
오직 들어주고 절실하게 아파하고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것 외에는 우리가 할 일이 없구나.
큰 사건을 마주할 때에 우리는 얼마나 아파하고 얼마나 기억하고 잊혀갈 수 있을까∙∙∙∙∙∙
그곳
화자는 몇 해 전 한여름 고립야영객이었던 적이 있다.
이후로 화자는 체육센터에 몸을 단련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자기만의 훈련을 해왔다.
태풍이 북상하고 있으며 말리산 인근에 위치한 사육장에서 곰이 탈출했다.
화자를 비롯한 사람들은 대피소로 지정된 체육센터에 고립되어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코로나 19 사태가 떠올랐다..
나는 당시 군대에 있었고, 이 소설과 마찬가지로 저 또한 휴가가 제한되어 나가지도 못하고 2년을 그 안에서 지냈다.
난 그곳에 있던 기억을 단지 '그곳'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곳에서는 고립되어 모두가 긴장된 상황이었고, 모두가 예민했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그곳에 있을 때 사람들은 서로를 미워하다가도 금세 서로를 도와주려고 하고, 배려하고 살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곳에 대해 떠올리면 나 또한 전우들과 함께 어떻게든 살려고 했다. 서로를 살리려고 했다.
우리가 지금도 그곳에 있다는 것.
우리는 서로 살려야만 한다는 걸 알려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