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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6.봄호 - 89호
한이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개하는 책
앞으로 난 '계간 미스터리 서포터즈'로서 지금껏 접해본 적이 없는 매혹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땅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우선 계간 미스터리는 2002년 7월호를 시작으로 한국 추리 문학에 있어 진정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왔다.
추리 미스터리라는 단일 장르로서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은 '계간 미스터리'가 유일하다.
물론 이번 계간지를 알게 된지는 정말 최근이다. 정말 죄송한 말이지만 여태까지 어디에 숨어계셨습니까...(긍정의 시그널입니다)
만약 일본 추리 소설에 미쳐 환장했던 중학생 시절의 내가 이 잡지를 펼쳤다면 지금쯤 공모전에 넣을 추리 소설을 열렬히 쓰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제라도 알게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펼치겠다.
📙로맨스 스캠 특별 단편
1) 봐라니 연가 + 김아직
2)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 서윤빈
3) 사랑에는 돈이 들어 + 박하익
4) 할머니 수사단 + 정명섭
이 책은 구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적어주신 대로 안전한 모험을 떠나는 경험을 받았다.
추리 문학이라고 해서 잔인하고 무섭고, 머리를 써야 하며, 선정적이어야 한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첫 번째로 일상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소재를 숙련된 작가님들의 솜씨로 추리 미스터리 문법으로 다뤄진 '로맨스 스캠 특별 단편'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단편이 흥미로웠던 점은 다양한 시각에서 로맨스 스캠을 다루었고, 각기 다양한 결말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 단편을 쓰시는 데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왔는지가 느껴졌고, 그저 평면적인 이야기를 넘어 입체적으로 전해지는 전율과 비애감마저 들었다.
잡지에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독특한 소재를 특별 단편으로 내세운 건 추리·미스터리 문학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이라고 느껴졌다. 앞으로 이 잡지를 챙겨볼 이유가 생겼다.
📗서브컬쳐와 밈으로 문화 읽기
서브컬쳐라고 하면 흔히들 '오타쿠들이 향유하는 문화 아니야?'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다른 문화였음을 알려주었다.
예전에는 주류에 반대되는 지점에 있으며 저항하는 장치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문화가 서브 컬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계층의 열세를 대표했던 문화는 서서히 수직적으로 변해가며 '누가 더 마이너한 문화를 아는가?', '누가 더 깊이 알고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2026년 한국의 서브컬쳐란,
사회적 소수자의 문화가 아니라 맥락을 소유한 자들의 문화다.
p163
요컨대 남들은 하지 않는 마이너한 문화를 찾기 위해 더욱 음지로, 심연으로 향하는 길은 어둡고도 힘겹다. 심연을 들여다볼 때에 그 심연 또한 바라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둡고 칙칙한 동굴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아무도 잊지 않았다 - 애거사 크리스티 서거 50주기를 맞이하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님을 생각하면 지금은 희석되어 아무렇지 않지만, 당시에 겪었던 억울한 일이 한동안 날 괴롭혔다.
당시 잘 알지도 못하던 동급생과 추리 문학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그리고 뭐시기라는 추리 소설 정말 별로더라.' 라는 말을 내뱉자마자 그 친구는 내게 총을 연발로 바꾸어 매섭게 쏘아붙였다. 네가 뭘 안다고 씨부리냐고. 제대로 읽은 거 맞냐는 둥... 사실 내가 읽었던 건 여사님의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아닌 비슷한 제목의 일본 추리 소설이었다.
이에 대해 항변할 틈도 없이 그는 자리에서 떠났고, 난 이 일을 곱씹으며 억울함에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났다. 속으로 '아닌데. 나 그 소설 읽어본 적도 없는데. 너야말로 내가 말한 소설 읽지도 않았으면서 멋대로 씨부리지 마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특집을 읽고 소파 밑에 깔려 있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어볼 마음이 들었다는 것. 그래서 조금의 억울함이 솟구쳐 올라와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으며
지금까지 계간 미스터리 2026 봄호 서평을 마무리하고 책을 덮는다. 예상과는 다르게 진입장벽이 낮았고, 원래 알고 있던 추리 문학에 대한 선입견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동시에 관심도 생겨 여름에 찾아오는 잡지도 기대되는 마음으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