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달려 온
연여름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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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개하는 책📚

이 소설집은 총 여덟 편의 이야기를 이루어졌다.
아니, 여덟 개로 이뤄진 밤의 조각이라고 해도 좋다.

이 책은 동화적인 요소와 아포칼립스적인 요소, 퍼져가는 바이러스, 시간이 뒤틀린 세계, 밤과 낮이 뒤바뀐 세계, 아이가 부모를 고르는 세계, 꿈이 사라지고 만들어낸 꿈을 이식하는 세계

이러한 언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세계를 그리고 있었다.
그 속에 SF적 상상력 위에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수성으로 풀어낸 여덟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이 작품이 다른 여타 SF 소설과는 다른 점은 이 작가가 느끼고 겪고 있는 어둠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 비판을 한 웅큼씩 집어 넣었다.

책을 읽는 우리들은 밤의 조각을 하나씩 입에 집어 넣듯 한 편씩 단편을 집어 먹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맛은 제각기 다른 맛이겠지만, 내 안 깊숙한 데까지 건드리는 그런 익숙하고 그리운 맛이 있었다.

​책을 펼치며📖

1. 하품

무기력과 잠이 바이러스가 되어 전체 인구 80% 이상이 전염된 '솜누스' 사태 이후 후유증으로 꿈을 꾸지 못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 수요에 맞춰 '모프시스' 기업은 레디메이드를 비롯한 꿈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꿈을 이식한다.
주인공은 꿈 설계사로서 '호연'에게 꿈을 이식해준다.
동시에 가족 초대 심사를 받기 위해 '윤재'와의 접견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을 꿈 이식이라는 기술이 불러오는 위험성과 중독.
아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져온 폭력과 학대를 되돌아보게 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작품이었다.
아이가 부모를 고른다는 설정 자체가 자극적으로 묘사할 수도 있었다.
하지난 이 작품은 더욱 아픔에 집중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들의 아픔이 '하품'처럼 전염될 수도 있으며 그저 하품 한 번 쉬었다고 몇 번이나 구타를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야 하는 사회는 편히 하품을 쉬어도 되며, 깨지 않는 악몽이 잠을 자지 않아도 떠오를 정도로 아파와도.

우리는 마음껏 울어도 된다.
그리고 마음껏 하품하고 웃어도 된다.
누가 뭐라고 할 권리도 없으며, 설령 그렇다할지라도 선택하고 화를 낼 권리는 우리에게도 있다.
무기력과 잠이 바이러스가 된 배경과는 달리 현재 사회는 털 끝 하나 닿기라도 하면 기겁하며 일그러진 표정을 짓기 일쑤이다.
언제부터 이런 바이러스가 널리 퍼지고 팽배해졌을까.

2. 밤을 달려 온

표제작인 이 작품은 밤과 낮이 뒤바뀐 시대를 살아가는 '온'을 중심으로 달려간다.
12년을 주기로 밤과 낮이 뒤바뀐다.
'라크'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온은 경비대장의 저택에서 시종으로 일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가오는 밤을 두려워하며 서둘러 불을 지필 기름을 준비하고 식량을 준비한다.
그 와중에 한 손님이 찾아온다.
그 이름은 '나기'
온은 나기의 몸에 묻어난 땀을 닦아주며 어떠한 기억과 감정을 읽어낸다.
온에게는 그러한 능력이 있었다.

우리에게 이러한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닿기만 해도 슬픔이 전이되고 아픔이 찾아온다.
기쁜 기억이 전해져 내려와 웃음이 지어지기도 한다.
이 작품은 곧 찾아오는 어둠이 두려움이 아닌 누구보다 밝은 어둠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하늘에 수놓은 별을 따라가면 가야할 길을 알 수 있듯 온은 찾아오는 어둠에 망설이지 않고 달려간다.
두려움은 곧 사람의 이성을 잃게 만들고, 제대로 된 판단도 하지 못하도록 한다.
과거와의 작별은 영영 불가능하며 찾아온 현재는 밤이 되어 영영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하늘을 보라.
별은 우리들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나를 지키고 보호해줄 수 있는 곳으로.
늘 구박을 받고, 떠나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밤이면 나기의 기억 속 자그마한 등불을 떠올린다.
우리는 자그마한 등불 하나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이성을 잃거나 과거에 치일 때가 많다.
우리에게는 늘 자그마한 등불이 필요하다.
당신에게도 밤의 두려움을 몰아내는 등불이 마음 속에 자리하기를.

책을 덮으며📔

이 책을 읽고 서평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음에도 '연여름' 작가의 작품은 꼭 읽어볼 마음이 들었다.
당신에게도 밤의 조각을 꼭 천천히 음미하고, 어두움을 받아들이고 달려갔으면 좋겠다.
부디 밝은 ​밤이 함께 하기를.

나기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요즘 온을 위한 등불인 동시에 호론이었다.
매일 조금씩 커진 밤의 조각이 찾아올 때도,
온은 두려움을 밀어내기 위해 나기가 들려준 밤 이야기를 떠올렸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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