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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ㅣ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개하는 책📚
교과서에 수록된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여행 시집을 읽었다.
최근의 나는 매일같이 일하고, 잠들기 전에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밤이 깊어지면 운동을 나갔다.
매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시간에 샤워를 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
꿈 속에서는 희미한 스케치가 그려졌다.
풀꽃이 흔들리는 이미지.
꽃들 사이에 피어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내 일상을 침식하고 있었다.
그의 시처럼 천국도 지옥도 아닌 세상.
돌아보니 천국이었던 곳이 있었고, 지옥이었던 곳이 있었다.
차라리 내가 천국이었다면, 천사였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나태주 시인은 짧고 쉬운 언어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의 시는 어렵지 않다.
읽는 내내 담백하게 우려낸 곰탕 한 그릇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자극적이지도, 요란하지도 않지만 천천히 숟가락을 들수록 몸 깊은 곳까지 온기가 번진다.
문장은 짧고, 여운은 길다.
간결한 말 한마디가 마음속 가장 오래된 자리까지 스며들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닿는다.
책을 펼치며📖
그는 월드비전을 통해 마련된 비행기를 타고 탄자니아로 날아갔다.
그곳으로 향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한 소녀의 얼굴.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던 아이.
'네마 니코데무.'
더 일찍 만나기 위해 황열병 예방주사까지 맞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그를 멈춰 세웠다.
탄자니아로 가는 길도 그렇게 미뤄졌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그가 소녀를 만났을 때
아이의 시간은 훌쩍 자라 있었다.
사진 속 어린 소녀는 온데간데 없고 키는 무럭무럭 자랐고, 눈빛은 여전히 맑았다.
반대로 그는 나이가 들었다.
소녀가 꿈이 의사라고 말하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의사가 되면 한국에 놀러 오렴.”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
“내가 살아 있다면.”
이상 기후는 계속되었다.
아무리 땅을 파도 물은 나오지 않았다.
검은 얼굴의 아이들은 뜨거운 대지 위에서 뛰어놀다가 이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양이나 염소와 같은 짐승은 목이 말라 몸을 낮추고 열기 속에서 희미한 숨을 고르며 힘을 비축했다.
그는 뒤늦은 후회를 했다.
"생수 몇 박스라도 가져올 걸."
사람이 살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그 땅에서 그는 묵묵히 살아가는 순수한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물이 없는 곳에서 눈물이 먼저 흘러나왔다.
살기 힘든 곳이라 여겼지만 그들은 오히려 천국에 사는 천사들처럼 보였다.
그의 시를 읽다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 땅에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쉽게 삶을 저주하고 생명줄을 끊어버리고 싶다고 말하는가.
그 순간, 소 눈망울처럼 크고 맑은 눈이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그들이 다가와 내 손을 잡는다.
이상하게도 섬뜩했다.
삶이 조용히 끝을 향해 가는 건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가 마냥 밝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성한 잡초 위에 피어난 절망 속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고 말하는 그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은 어쩌면 우리가 쉽게 갖지 못하는 희망을 끝내 놓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이상 기후를 모른 척하고 혹은 알면서도 외면하며 자기 안으로만 숨어드는 일.
그것이야말로 가장 두렵고 섬뜩한 일 아닐까.
그가 내민 손이 또 다른 힘든 이의 손을 붙잡고 친절하게 말을 건네는 그 장면.
어쩌면 그곳이 천국일지 모른다.
책을 덮으며📔
"차라리 내가 말이야
누군가에게 천사가 되고
누군가의 천국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된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천국이었을까.
내 말과 행동은 누군가에게
떳떳한 천국이었을까.
지금 우리에게 나태주 시인의 말이 필요한 이유는 잊혀져 가는 천국이 아직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천사가 되어 사흘 동안 슬피 울던 이의 등을 쓸어준다.
나흘째 되는 날 그는 다시 울다가 웃으며 말한다.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다시 앞을 보니 이곳도 천국이었네.”
끝나지 않는 건 이상기후뿐만이 아닌 이상기후를 포착하지 못하고, 포착했지만 외면하는 우리들일지도 모른다.
돌아보는 일 조차 힘겨운 일처럼 느껴지는 요즘.
우리는 작은 손 하나 내미는 일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날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만 인간의 세상 허겁지겁 서두르고 아웅다웅 다투고 넘어졌다가는 일어서기도 하는 천국도 지옥도 아닌 세상 날마나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만 보통의 사람들 너나없이 서툴고 잘하는 일 많지 않고 자기만 오로지 챙기는 이기적인 천사도 악마도 아닌 사람들 하지만 말이야, 잠시 잠깐 발을 멈추고 돌아보면 금방 떠나온 그곳이 천국 아니었을까? 고대 헤어진 그 사람 또한 나에게는 천사 아니었을까? 정말로 그렇다면 말이야 지난날에서만 천국을 찾고 헤어진 사람에게서만 천사를 만나지 말고 앞으로 오는 세상에서도 천국을 찾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서도 천사를 만난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차라리 내가 말이야 누군가에게 천사가 되고 누군가의 천국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된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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