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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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개하는 책📚

나는 왜 이 바다를 읽게 되었을까.
책은 방대했고, 흑해만큼이나 깊었다.
그건 마치 깊이 잠들어있는 역사적 잔해물, 흠집 없이 보존된 난파선 같았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고 말해왔지만, 사실은 늘 바다를 두려워했다.
수영은 전혀 못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번 들어가면 돌아오는 길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찰스 킹의 '흑해'를 읽으며 나는 그 두려움이 단지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흑해는 오랫동안 세계의 가장자리에 놓인 바다였고, 사람들은 늘 이 바다 앞에서 상상과 공포, 욕망을 동시에 키워왔다.

"흑해는 '문명' 세계와 '야만' 세계가 만나는 곳이라기보다는,
그리스인과 후에는 로마인을 비롯한 외부인들이 오랫동안 해안 주변에서
다양한 생활 양식과 관습이 소용돌이치듯 뒤섞이던 과정에 스며들고,
그 일부가 된 곳이었다."

책을 펼치며📖

이 책은 하나의 바다에 관한 역사서지만, 읽는 동안 나는 자꾸만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경계를 만들어왔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흑해는 세계의 끝이었고, 그래서 신화가 태어났다.
그러나 신화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곧 상업이 들어오고, 식민지가 세워지고, 제국의 이름이 바다 위를 떠다닌다.
흑해의 이름이 시대마다 달라졌다는 사실은, 이 바다가 얼마나 자주 타인의 언어로 불려왔는지를 말해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다의 물리적 구조에 대한 설명이었다.
산소가 닿는 얕은 층에만 생명이 있고, 그 아래는 거의 죽음에 가까운 침묵으로 가라앉아 있다는 이야기.
나는 이 구조가 이 바다를 둘러싼 역사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갔지만, 모두가 기록으로 남지는 않았다.
어떤 삶은 수면 위에 잠시 드러났다가 사라졌고, 어떤 것은 심해처럼 말없이 가라앉았다.

책 속에서 흑해는 언제나 이동의 장소였다.
스키타이인들, 로마인들, 비잔틴과 이탈리아 상인들, 그리고 오늘날의 국가들까지.
누구도 이 바다에 완전히 머물지 못했고, 모두가 무언가를 남기거나 가져가려 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바다가 인간을 거부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했다.
흑해는 늘 사람을 받아들였지만, 결코 그들의 소유가 되지는 않았다.

오늘의 흑해는 다시 정치의 언어로 불리고 있다.
석유와 가스, 파이프라인, 국경.
그러나 이 책을 덮고 나면 그런 단어들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수천 년 동안 반복되어온 떠남과 침묵이다.
흑해는 늘 경계에 있었고, 경계는 언제나 불안과 매혹을 동시에 품는다.

​책을 덮으며📔

'흑해'를 읽으며 나는 바다를 이해하게 되었다기보다, 내가 왜 바다 앞에서 멈춰 서게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바다는 풍경이 아니라 시간이며, 장소가 아니라 질문이다.
우리는 정말로 세계를 건너온 것인지, 아니면 늘 가장자리에서 머뭇거리며 이름만 바꾸어 불러왔던 것은 아닌지. 흑해는 그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오래도록 남긴다.

바다의 과학조차 민족 개념의 유호글 피할 수 없었다.
한때 오스만의 멍에에서 새로 해방된 민족의 유산으로 찬양받았던 바다는
이제 소련 팽창주의의 탐욕으로부터 지켜야 할 보물로 선전됐다. -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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