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단어 - 늘 따라오는 것, 쫓아오는 것, 나를 숨게 하지 않는 것, 무자비한 것,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한 것
김화진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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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개하는 책📚

이 책은 오십 개의 단어로 이뤄진 하나의 사전입니다.
제목만 보자면 나만 아는 단어라니?
세상에 나만 아는 단어가 존재하는 걸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이 안내해주는 단어의 나열 그 여행을 떠난 완주자로서 말씀드립니다.
나만 아는 단어란?
바로 나만이 부여할 수 있는 의미가 듬뿍 담긴 단어라는 겁니다.
이 사전을 펼쳐 읽으면 본래 알고 있던 상식이 무너지거나 벌어지거나 새롭게 담겨질 겁니다.
열 명의 소설가, 시인, 번역가
그들이 마음 속에 품어왔던 혹은 산책하며 주워 담아왔던 다섯 개의 단어를 각자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궁금한 단어가 있으면 책장에서 꺼내어 펼칩니다.
하지만 분명 우리가 알고 있던 단어랑은 차이가 있을 겁니다.
분명하죠.

책을 펼치며📖

책의 표지가 되는 방 하나와 나방이 등장합니다.
이 사전에는 햇빛이 들어오는 방 한 켠에 나비와 나방이 함께 날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머릿 속에 그려지기도 합니다.
제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분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선혜 시인의 '빠삐용'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방의 모습을 알고 계신가요?
프랑스에서는 '빠삐용'이라는 말이 나비와 나방이 함께 쓰인다고 합니다.
원래라면 자연의 순환 속에서 가느다란 빛줄기를 따라 야간비행을 하지만,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빛으로 인해 항로가 틀어집니다.
그들은 형광등 아래에 모이고, 밝게 빛나는 방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죠.
유선혜 시인은 관념적으로 떠오르는 나방은 나비와 마찬가지로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방 안에 들어온 나방은 죽이고 싶을 정도라고 하죠.

여기서 방 안에 들어온 나방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징그러운 것일까요?
우리가 불러들인, 마음대로 들어온 나방을 내쫓아야 할까요?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말 한마디를 하면 그건 하나의 고유한 단어가 되는 것이죠.
그 단어를 통해 우리는 어떠한 이미지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별주부전' 이야기를 아시나요?
용왕님이 알 수 없는 병을 앓자 별주부는 육지로 나와 토끼 간을 찾습니다.
뒷이야기는 다들 아실 겁니다.
저는 여기서 나오는 토끼 간이 토끼 똥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이야기도 좀 다르고요.
용왕님은 토끼가 싸지른 똥을 먹고 병이 나았다고 나옵니다.
더럽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토끼똥은 만병통치약이야!'라고 말하고 다녔습니다.(새삼 부끄러워지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신령님보다 대단한, 혹은 더 위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죠.

이처럼 우리는 단어를 캄캄한 독방에 가둘 수도 있고, 창 틈을 만들어 내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건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단어를 하나의 나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방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으신가요?

먼저 날개는 얇고, 몸통은 대체로 짧고 통통합니다.
마치 오래된 먼지를 눌러 쌓은 작은 주머니처럼,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미세한 털들이 빽빽하게 돋아 있습니다.
그 털은 윤기가 없습니다.
이 털 덕분에 나방은 언제나 흐릿합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기억 속 사물 같은 형상이죠.

손에 닿으면 병이 옮겨질 것 같고, 역겨운 냄새가 새어 나오는 그런 존재.
하지만 우리가 내뱉는 단어 속에도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내뱉는 순간 그 말이 결정지어지는 거죠.
결정되는 말.
모든 말은 어떤 의미를 부여 받고 결정됩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죠.
이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오해하죠.
어쩌면 아주 더러운 뜻으로 오역한 상태로 말이죠.

여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단어란 감옥이나 방 한 켠에 가둘 수 있는 사물이 아니라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겁니다.
분명한 건 이 책에 담긴 오십 개의 단어 모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외화한 단어가 문장이 되어 살을 덧붙이고 해체하고 때로는 아예 다른 말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당연합니다.
살아있기 때문이죠.

책을 덮으며📔

여러분은 '나만 아는 단어'가 있으신가요?
마음 속에 겹겹이 숨겨 놓고 맞대어 생각해둔 귀중한 단어.
그 단어 속에서 당신이 살아 숨 쉴 수도 있고, 당신을 대표하는 귀중한 존재가 될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관념 속의 나방. 괜히 빠삐용이라 불러보고 싶은 낯선 생물. 정작 내 방 안에 들어온 나방은 죽이고 싶고, 나에게는 많은 것이 그렇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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