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개 :
로셀라 포스토리노
로셀라 포스토리노는 1978년 이탈리아 남부의 항구도시 레조디칼라브리아에서 출생해 임페리아 지역에서 성장했다. 지금은 로마에 거주하며 집필활동과 동시에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2007년 포스토리노는 전신이 마비된 아버지와 살아가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위층 방(LA STANZA DI SOPRA)》을 발표하고 이탈리아 주요 문학상인 라팔로 신인작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를 시작으로, 과거와 다시 대면해야 하는 가족을 다룬 《신(神)을 상실한 여름(L’ESTATE CHE PERDEMMO DIO)》(2009)과 리비에라 지역의 이야기를 쓴 《밀물(IL MARE IN SALITA)》(2011), 교도소에서 태어난 여자 이야기인 《길들여진 몸(LL CORPO DOCILE)》(2013)을 출간했으며, 그 외에도 희곡 〈당신은 곧 당신이 하는 일이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TU (NON) SEI IL TUO LAVORO)〉(2013)를 발표했다.
히틀러의 시식가이자 유일한 생존자였던, 실존인물 마고 뵐크(MARGOT W?LK)의 고백을 바탕으로 쓴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LE ASSAGGIATRICI)》(2018)은 이탈리아에서 출간 즉시 1개월간 3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 46개국에서 번역 출간되며 5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공포 속에서도 살고자 하는 인간의 생존 욕구뿐 아니라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악의 평범성’까지, 제2차 세계대전의 단면과 그 이면을 균형 있게 다룬 이 소설로 2018년 포스토리노는 이탈리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캄피엘로 비평가상 외에도 유수의 문학상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역자 : 김지우
이탈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유럽연합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이탈리아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버려진 사랑》 《잃어버린 사랑》 《성가신 사랑》, 파올로 발렌티노의 《고양이처럼 행-복》과 발렌티나 잘넬라의 《우리는 모두 그레타》가 있다.
책 소개
소설과 같은 얘기이지만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이다. 실존 인물 마고 뵐크(MARGOT WOLK)의 고백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나도 처음에는 이 특이한 소재에 이끌려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안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지에 대한 궁금증만으로 읽게 되었지만 이 책에서 '히틀러 음식을 시식하는 사람들'은 소재에 불가했다. 전쟁을 통해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선택의 자유가 통재되었을 때 각 개인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읽는 내내 '책 읽어주는 남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직접적인 전쟁의 모습은 보여주고 있지 않는다. 전쟁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전쟁의 잔혹한 참상에 대한 얘기를 하는 책은 아니다.
전체 여성으로 구성된 열다섯 명의 시식단은 매일 '히틀러의 음식'을 미리 시식한다. 그리고 독이 들어 있는지 알기 위해 몇 시간을 대기한다. 한 번의 식중독은 있었지만 아무도 독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와 대기시간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 그 자체의 시간이었다. 같은 독일인이지만 마치 전쟁 포로와 같이 죽음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만 했다.
어떻게 보면 '어차피 먹을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닌가?'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탈이 허용되지 않고, 먹는 것의 지유가 허용되지 않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생존권이 박탈된 삶은 당사자에게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는 것을 책을 읽다 보면 공감하게 된다.
생존권이 박탈된 여성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 해서든 삶을 영위해야 한다. 삶이라는 것은 항상 사건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녀들의 삶은 매일 공포를 마주하며 일상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단순 전쟁에서의 참혹성을 떠나 전쟁의 뒤편에 숨겨진 표면화되지 않은 일반인들의 삶의 모습에 대한 전쟁의 이면을 조망해 볼 수 있게 하며, 인간의 선택이 통재와 규율 속에서 변모하는 과정을 세밀히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출판사의 책 소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마고 뵐크는 전쟁이 끝난 후 평화를 얻지도 못했다. 같이 히틀러의 음식을 감식했던 여자들은 모두 처형당했고, 그녀는 독일 장교의 도움으로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으나, 소련군에게 잡혀 14일 간 성폭행을 당했다.
우리가 실존 인물 마고 뵐크이고 소설의 주인공 로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히틀러가 시킨 일을 하면 음식을 먹다 죽고, 히틀러를 추종해도 전쟁 종결 후엔 나치 추종자란 명목으로 죽어야 한다. 히틀러에 반대하면 그 역시 죽어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주인공 로자는 삶의 커다란 모순을 경험한다. 내가 살기 위한 일이 어떻게 모두 내가 죽기 위한 일이 될 수 있을까. 시대의 격류에 휩쓸려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결정할 수 없는 평범한 삶을 산 로자. 지금 이 시대에는 로자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의미 있는 이유
전쟁을 소재로 하는 책은 정말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쟁이라는 소재가 주는 극한성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전쟁 시기에는 일어나게 된다. 자유가 박탈당하고, 죽음과 직면하고 살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해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 일반적인 현실에서는 벌어지기 어렵다. 하지만 전쟁 속에서 그런 일들은 무수히 벌어진다.
이 책도 그런 일반적이지 않은 상태를 통해서 우리의 삶을 바라보게 하고 있다. 선택의 자유가 박탈된 상태, 죽음의 공포를 매일 마주하는 상태에서는 나는 삶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독일 국민이지만 나치의 감시를 매일 받고, 히틀러의 음식에 독이 있을지 모르지만 먹어야 하고, 반대하면 죽음을 당하고, 이탈할 수도 없다. 어떤 선택을 해도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확정된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 것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이런 상황이 다른 선택을 할 때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과연 나의 가치와 신념에 따른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책 속에서는 이런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온다. 그녀들이 삶의 살아가며 선택한 것들에 있어서는 분명 잘못된 것도 존재한다. 그 사건 하나만 놓고 본다면 잘못된 것이 분명하겠지만 제한된 삶이라는 환경 속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동시에 품게 된다. 그리고 우리 현대 사회 속에서 누군가는 이런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는 여건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 속에서
그저 우리를 그곳에 격리시켜 놓고 경과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들은 우리 중 몇몇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유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그 원인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미 독극물에 중독된 우리가 쓸모 없어진 거다. 207p
"이제 그만해!"그가 내 입을 막았다. 내가 그의 손을 물자 그는 나를 벽으로 밀어붙였고 그 바람에 벽에 머리를 박았다.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고통이 최고점에 이러렀다가 사그라지기를 기다렸다. 고통이 사라지는 순간 나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순간 그의 총구가 내 이마를 눌렀다. 치글러는 조금도 떨지 않았다. "넌 내 명령을 따라야 해." 328p
지난 몇 달 동안 그녀는 엘프리데 바로 옆자리에서 음식을 먹었다. 그런데도 엘프리데 일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광신도들'도 엘프리데와 매일 얼굴을 마주했고 그녀와 함께 죽을 고비를 넘겼고 그녀와 함께 죽음을 피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일말의 동정심도 느끼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몇 년 동안 아니 수십 년이 지나도록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전히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344p
생각해 볼 문제
실제로 이 소설은 히틀러의 음식을 시식했던 실존 인물이자 유일한 생존자 마고 뵐크(Margot Wölk)의 인터뷰를 계기로 쓰인 책으로, 마고 뵐크는 70년 간 비밀로 간직했던 이야기를 공개하면서 식사 후에는 살았다는 기쁨에 '개처럼' 울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일 3번 죽음의 공포를 직면했다. 한 번에 끝나는 공포가 아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하루 3번의 공포이다. 이 일을 당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다가올까? 나라면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그 속에서 온전한 정신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우리는? 당신은? 이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