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찻잔속의 개화>
세상에 날개가 닿지 않는 새처럼
꽃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
소나무에 걸린 달님과 마주앉아
차를 따르며 담소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허허로울 순 없을까.
세상 위로 날아가면서도
세상에 날개가 닿지 않는 새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
타인의 달콤한 말이나 험담에도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듯
그렇게 무심함으로 살 순 없을까.
보는 이 없어도 홀로 피는 들꽃처럼
찾는 이 없어도 맑은 물 솟는 옹달샘처럼
그렇게 넘쳐나는 생명일 순 없을까
무한의 큰 품에 다담삭 안겨
성스런 향기 뿜어내는!
- 고진하의 <부드러움의 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