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바람이다...
분명히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잡으려고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마음이란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란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다.
마음은 바람과도 같아서..
당신은 그 움직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집 中 / 바람과도 같은 마음..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된다.
매몰되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나지막히 울고 있다.
잠결에도 들린다.
비가 내리면 불면증이 재발한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일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비는 서랍 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은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 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시간의 맹점이다.
비에 관한 명상 / 이외수
벚꽃이 진다
바람 불어 하얀 꽃잎이 눈처럼 날린다
바람이 밉다.
꽃잎을 떨쳐 내고 삐죽이 내민 연두빛 잎이 밉다
검은 머리 밀어내고 얄밉게 돋는 백발처럼
멍든 가슴에 아픔만을 남기고
떠나는 내님의 뒷 모습처럼
꽃잎 진다하여 바람을 탓하지 말라 했던가
바람 불지 않아도 꽃잎은 지고야 말것을
애궂은 바람을 탓하고 돋는 잎을 미워하면 뭐할 것인가
붙잡을 수 없이 꽃잎은 눈처럼 날리는데
이렇게 짧게 윙크 한 번 하고 떠날 님이었건만
그리도 기다렸던 것인가
그 긴 겨울 동안 앓고 애달파하며 기다렸던
봄은 정녕 이렇게 짧기만 한 것을
벚꽃이 눈처럼 날린다
그냥 비라도 와 주면 좋으련만
술을 마시고 잔뜩 취해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를 걸었어..
그많은 사람들중에서 널 찾으려 했나봐..
너의뒷모습을 닮은 사람을 쫓아가 다짜고짜 잡았는데..
니가 아니더라..
눈물이 눈앞을 가려서 세상 모든게 뿌옇게보였어..
너무 아파서..너무..많이 아파서..
눈물만 나와...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
분홍빛 부드러운 네 손이 다가와
돌려가는 추억의 영사기
이토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구나
사라진 시간 사라진 사람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 신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