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일을 많이 행한 사람일수록 사랑을 받는 그릇이 큽니다.

따라서 큰사랑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그릇을 가진 사람은 큰사랑을 주어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릇의 크기만큼만 받고 나머지는 그릇밖으로 모두 흘려 버리죠.

그리고 그릇 속에 담겨 있는 사랑만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신적인 사랑, 완전한 사랑, 영원 불변한 사랑을 그대에게 드린다면

그대는 어느 정도 크기의 그릇을 내밀 수 있으신지요.


-이외수 '노트' 중에서

 

 

 




    소망

    자신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욕망이라고 하고
    타인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소망이라고 한다.
    욕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희생이 필요하고
    소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이 필요하다.
    욕망은 영웅을 따라다니지만 소망은神을 따라다닌다.
    그러나 소망과 욕망은 같은 가지에 열려 있는 마음의 열매로서
    환경의 지배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형태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촛불

    迦葉이 들어 올린 한 송이 연꽃이다.
    어둠 속에 벙그는 부처님의 미소다.
    살이 녹고 뼈가 타서 적멸의 빛이 된다.
    중생들은 대개 자신들이 촛불처럼
    어둠을 밝히는 존재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살을 녹이고 뼈를 태우는 일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으므로
    아직도 세상에는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부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 먼지 *

    모든 우주의 출발점.
    모든 우주의 귀착점.
    모든 우주의 중심부.
    철학의 저울대에 올려 놓으면 성단 하나로 추를 삼아도
    무게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크지만 그 형체는 매우 작다.
    화창한 날시에 육안으로 보면 햇빛에 미세하게 반짝거리며
    공기보다 가벼운 느낌으로 허공을 떠다니는 광경을 포착할 수 있다.
    우주 어디에나 산재해 있으며 똑같은 모양은 단 한 가지도 없다.
    먼지는 산이 되기를 서두르지 않는다.
    먼지는 바람을 역류하지도 않는다.
    오직 여여할 뿐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으니 바로 그 속에 부처가 있다.


    * 눈물  *

    지상에서 가장 투명한詩.


    * 메아리 *

    소리의 그림자.


    * 호수 *

    고여 있는 슬픔이다.
    고여 있는 침묵이다.
    강물처럼 몸부림치며 흐르지 않고
    바다처럼 포효하며 일어서지 않는다.
    다만 바람부는 날에는
    아픈 편린으로 쓸려가는 물비늘.
    기다림 끝에 흘리는 눈물들은
    기다림 끝에 흘린 눈물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호수가 된다.
    온 하늘을 가슴에 담는 사랑이 된다.
    * 달 *

    얼굴은 비추어지지 않고 마음만 비추어지는 천상의 해맑은 거울.
    미국인들은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달에다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발자국을 찍고 성조기를 꽂았다.
    한국인들은 아직도 툇마루에 홀로 앉아서
    값싼 막걸리를 마시며 달에다 계수나무를 심는다.
    옥도끼로 찍어 내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양친부모를 모셔다가 천 년 만 년을 살고 싶어서다.
    어느 문화가 형이상학적인 문화인가는
    시인詩人들이 그 천상의 거울에 비추어지는 마음을 읽어
    詩로써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 詩 *

    석탄 속에 들어 있는 목화구름.


    * 예술 *

    술 중에서는 가장 독한 술이다. 영혼까지 취하게 한다.
    예술가들은 숙명처럼 마셔야 하는 술이다.
    모든 예술작품은 그들의 술주정에 의해서 남겨진 흔적들이다.
    거기에는 신도 악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아름다움만이 존재할 뿐이다.





    - 이외수의 <
    감성사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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