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바라본다는 것과

그곳을 향해 걸어간다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어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는

그것이 내게로 가까이 오질 않아.

너는 소망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차라리 소명이라고 말하겠어.

그곳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지 않으면

풀도. 나무도 그곳에 깃든 짐승들도

어떻게 뒤엉키고 비벼대며 살아가는지

척박한 땅 속에 어떻게 깊이 뿌리를 뻗는지

이해할 도리가 없지...

이해가 없으면 사랑도 거짓이야.

세상을 창 밖 풍경을 보듯 바라만 본다면...


오정희 / 저 언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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