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생각보다 생은 길고 나누어야 할 것은
아주 많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아니까.
밀알이 쪼개져 백 배, 천 배의 밀알이 되듯이,
쪼개면 쪼갤수록 나누면 나눌수록
풍성해지는 이 지상의 유일한 것,
그게 무엇인지 이제 나는 알 것 같으니까.
생(生)은 혼자 가는 길,
혼자만이 걷고 걸어서 깨달아야만 하는
등산로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히말라야나 에베레스트 정상에 헬리콥터를 타고 간들
아무도 그가 산을 정복했다고 말해주지 않듯이,
그건 눈보라와 암벽과 싸워서
무엇보다 자기 앞에 놓인 시간과 싸워서
각자가 가야만 하는,
절대절명의 고독한 길.
ㅡㅡ
삶에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삶에 의미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의미 따위에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의미를 잃어버릴 이유가 없을 테니까.
공지영,《수도원 기행》중에서 ㅡ

모든 존재는 다 슬픈거야.
그 부피만큼의 눈물을 쏟아내고 나서 비로소
이 세상을 다시 보는 거라구.
너만 슬픈 게 아니라...
아무도 상대방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멈추게 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그것을 닦아내 줄 수는 있어.
우리 생에서 필요한 것은 다만
그 눈물을 서로 닦아줄 사람이니까
네가 나에게,
그리고 내가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해.
공 지영 /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