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그대 떠나던 날
나는 빗소리와 함께 젖고 있습니다.
하늘은 빗줄기로 가득 차 있고
나의 빈 마음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그리움과 슬픔으로 채우지 못하고
빗소리에 마음 기대어 보지만
마음 어느 한 곳 달램 받지 못하고
강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귀를 세워봅니다.
날마다 주고받던 하얀 눈빛
떠날 때 남기신 안녕히 계세요.
지금은 나에게 사슬이 되어
그대의 안부를 몇 번이고 되묻게 하지만
이것이 그대와 이어지는
가장 깊은 언약이라는 것을
빗소리에 젖어갈수록
나는 알았습니다.
- 김영재의 <참나무는 내게 숯이 되라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