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로 앓아 누운 내 새벽 머리맡을 발자국 몇 개의 흔적으로 지나가신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바람에 휩쓸리는 저녁나절 먼지처럼 흩어져 멀어진 당신의 마지막 약속은 …
햇살 찾아든 창가에 백지처럼 앉아있던 당신의 창백한 얼굴은…
손가락마다 내 이름 적어놓고 달빛 고운 어둠 속에서
펼쳐 보이던 당신의 가녀린 손은 …
다 어디로 가버렸습니까.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니었습니다.
침묵으로 당신을 보내는 게 정녕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우연히 마주치는 꽃집 앞을 지나면 고개 절로 숙여지고
레코드 가게를 만나면 당신의 젖은 목소리 환청 으로 들리는 이 계절 …
그렇게 당신을 보내는 게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겨자 색 슬픈 식탁에서 커피 잔에 묻은 입술 자국 수줍게 지워내던,
" 비 와요 …"
빗소리보다 더 낮은 음성으로 눈 먼저 웃어 놓고는 이내 얼굴 붉어지던,
말로 하는 가슴보다 편지로 보내는 한 마디가 더 소중하다며
날마다 우체통 앞을 서성이던, 그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리워도 그립다는 말 전할 수 없고 보고 싶어도
사랑한다는 말 들려주지 못하는 서로 다른 세상 …
또 하나의 다른 이름으로 흔들리고 있을 당신이 그립습니다.

어떤 계절보다도 연두 빛으로 시작되는
이 계절을 눈물만큼이나 싫어하도록 만들어 준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들뜬 그리움보다 안개 자욱한 외로움의 당신이 새벽 강처럼 그립습니다…
새벽 강처럼 그립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 유진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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