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신데렐라’에서 왕자는 구두에 꼭 맞는 발을 가진 여자를 신부로 택한다. 신발을 신는 행동을 성교를 대신하는 것. 신발이 맞듯 속궁합이 맞는 사람이 왕자의 짝이 된다. 더구나 원작 동화에서 못된 두 언니는 구두에 발이 맞지 않자 발가락과 발뒤꿈치를 잘라내서라도 구두에 발을 맞추려 한다. 절단된 발에서는 피가 나는데 이는 언니들이 처녀가 아님을 의미한다. 신데렐라만이 발을 잘라내지 않고도 구두를 신을 수 있었다. 신데렐라는 순결한 처녀란 뜻이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는 동서고금의 신화 전설을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보고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한 책이다.  길ㆍ성애ㆍ유혹ㆍ첫날밤ㆍ구멍ㆍ근친상간ㆍ처녀출산ㆍ꽃ㆍ홍수ㆍ불 등의  통해 신화의 세계를 깊숙이 들여다 본다.

신데렐라 이야기가 동일한 구조의 이야기가 동양에도 존재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중국의 장족에겐 달가와 달륜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전처의 딸인 달가와 후처의 딸인 달륜이 한 남자를 놓고 벌이는 경쟁, 죽은 어머니의 도움, 악인의 징벌 등이 신데렐라와 유사하다.

물론 한국의 콩쥐팥쥐 이야기도 비슷하다. 고대 아즈텍 문명의 신화부터 한국의 세경본풀이신화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박학함이 놀랍다. 가령 한국의 자청비 신화에서 지상에 글공부하러 내려온 하늘나라 왕자의 아내가 되기 위해 자청비는 칼날로 된 다리를 건넌다. 발바닥의 피를 수건으로 닦으니 이것이 곧 월경이라고 한다.

사랑이란 테마로 읽는 전설과 신화, 민담 이야기. 미학과 심리학, 시학과 인류학이 만나는 인문학서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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