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님이 쓴 동화책

 

 

 

 

<자전거 도둑>은 청계천 세운상가 뒷길 전기용품점 꼬마점원 수남이가 열심히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다. '무슨 일을 하든 도둑질만은 하지말라'는 아버지의 말을 가슴에 품고 서울에 온 수남이는 이 골목에서 제일 먼저 가게 문을 열고, 제일 늦게 문을 닫는다. 또 이후에는 못다한 공부를 하는 성실한 청소년이다.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수금하러 간 수남이는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머리를 빗어넘긴 신사에게 뒷덜미를 붙들렸다. 세워놨던 자전거가 바람에 쓰러지면서 신사의 자가용을 건드렸다는 이유였다.

티 한점 없이 거울처럼 번들대는 차체를 면밀히 훑어 겨우 찾아낸 생채기 하나. 눈물을 떨구는 수남에게 신사는 '5000원을 가져오지 않으면 자전거를 주지 않겠다'며 무표정하게 말한다. 신사가 자물쇠로 잠근 자전거를 손에 번쩍 들고 질풍같이 내달리는 수남이.

숨을 헐떡이며 가게로 뛰어들자 주인영감은 "네 놈꼴이 꼭 도둑놈 꼴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후사정을 듣고는 나무라기는커녕 "잘했다, 잘했어"하며 칭찬한다. 수남이는 혼란스럽다. 자물쇠를 깨뜨리느라 여념없는 주인 영감은 도둑놈 두목같고, 자전거를 들고 뛰면서 느꼈던 까닭모를 쾌감은 자신의 피에 도둑놈 피가 흐르기 때문인 것 같다. 

 

<할머니는 우리편>에 각각 등장하는 아이들은 작은 민들레꽃에서 소중한 자연의 생명력을 발견하고 몸이 잘 사는것에만 열중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이 정작 마음이 잘 사는 것은 놓치고 있음을 시인 할아버지를 통해 알게 되고, 깨끗하고 편리한 곳에서의 삶보다는 조금은 지저분하고 불편하더라도 자연과 호흡하며 욕심 내지 않고 사는 삶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할머니를 통해 깨닫게 된다. 


 

엄마의 말뚝2

가족 공동체를 파괴한 운명에 저항하는 어머니와 딸의 힘겨운 한풀이
“너한테 미안하구나. 그렇지만 부탁한다.”
어머니도 그 짓밖에 물려줄 수 없는 게 진정으로 미안한 양 표정이 애닯게 이지러졌다.
아아, 나는 그 짓을 또 한 번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본문 87)
어머니와 딸의 심리적 거리는 오빠에 대한 기억을 매개로 나타납니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오빠는 늘 어머니와 함께했으며, 생활의 한 부분으로 살아 있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딸에게 있어 그는 비일상적인 과거의 존재였을 뿐이지요. 그러나 그리도 당당했던 어머니가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딸은 스스로‘어머니’가 되어 감으로써 어머니의 가치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결합되면서 재구성되는 과정을 통해 딸은 어머니에게 남겨진‘한’의 실체를 어렴풋이 인식하게 되고,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겨 준‘말뚝’의 의미를 미약하게나마 의식할 수 있게 되는 것 입니다.

 

 

<옥상의 민들레꽃> 등 다른 동화에서도 박완서는 '도덕적으로 아이들을 견제해 줄 만 한 어른의 존재'를 일관되게 이야기한다. 작가는 "선인들의 곰삭은 지혜까지는 흉내내기 힘들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삶의 경륜을 해학으로 단순화시켜 손자에게 들려주듯 쓰고 싶었다"고 적었다.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에 수록되었다가, 1999년에 나온 <자전거 도둑>에 다시 수록된 박완서의 소설 '옥상의 민들레꽃'을 만화로 꾸몄다. 물질을 추구하는 어른들의 어리석은 모습을 순수한 아이의 눈을 통해 비판하고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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