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을 위한 책 20선]  <1>사랑의 비밀

 

 

 

《사랑하고 있을 때, 세상은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온갖 빛깔들은 보다 선명하고 나무며 꽃, 잎사귀의 모양은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대기는 우리를 마취시키는 듯하고 우리의 혈관 속에서 피가 노래한다. 힘들이지 않고 땅 위를 떠다니게도 된다. ―본문 중에서》

모든 인생이 ‘그 후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라고 끝날 수 있다면 우리는 더는 ‘사랑’에 관해서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충족되지 않고 만족을 주는 법도 없으며 완전하지도 않아 보인다. 수많은 시인 소설가 철학자는 오랫동안 사랑에 대해 쓰고 연구했다. 플라톤은 사랑은 완전함에 대한 욕망이며 추구라고 했고, 쿤데라는 사랑이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없는 벽이라고 했으며, 카프카는 사랑이란 어떻게 해서 도는지 조사하기 위해 멈추면 모든 매력을 잃어버리고 마는 팽이와 같다고 했다. 이것으로 사랑의 정의가 충분할까. 프리즘을 통과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백색 광선처럼, 사랑의 본질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분석하기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낭만적 사랑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사랑에 빠진 수많은 젊은이가 차가운 우물 속에 몸을 던지기도 하고 다른 사랑을 찾아 방황하기도 하고 방으로 꼭꼭 숨어들기도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베르테르 같은 문학 속의 주인공들이 유명해진 건 그들에게 사랑은 생명처럼 고귀한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저마다의 고유한 ‘사랑의 서사시’를 꿈꾼다. 그러나 실패하는 건 두렵다. 사랑 앞에서도 망설이게 되는 건 그 사람과 하나가 되고 싶은 갈망과 그 사랑의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자유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패하지 않고서 그 사랑의 문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없을까?

‘사랑의 비밀’은 사랑에 관한 다른 많은 책에 비해 좀 더 분석적이며, 문학적인 상상력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끼리 맨 처음 수줍어하며 서로의 손을 잡듯 친밀하고 다정하게 독자를 사로잡는다. 이 책은 ‘사랑의 해부’ ‘마음의 여러 상태’ ‘사랑의 언어’ ‘사랑의 원형들’ 이렇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저자는 역사를 통해서 사랑이 어떤 인식의 변화를 겪었는지,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빌려 사랑의 갈망과 심리적인 상징들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 풍부한 예증이 저자의 사랑에 대한 통찰을 더욱 빛나게 한다.

사랑이란 한 인간과 다른 인간 사이의 차이를 과장하는 이상한 과장일 뿐이라는 버나드 쇼의 냉소적인 말을 믿고 싶지 않은 건 우리는 이미 사랑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예외적인 사람, 낭만적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사랑에 대한 이런 기대가 없다면 생에 대한 활기마저 다 사라져 버릴 것 같다.

‘사랑의 비밀’은 ‘사랑의 문’으로 들어가는 비밀의 열쇠 하나를 우리에게 건네준다. 150편의 사랑에 관한 시와 250점이 넘는 일러스트레이션과 사진, 그중에서도 특히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저절로 몽환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에마 터핀의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예기하지 못한 특별한 선물처럼 즐겁다.

조경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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