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하고 싶은 농장을 만듭니다 -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들어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스마트팜 케어팜 이야기
백경학 외 지음 / 부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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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한 번 지금 주변을 둘러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누군가는 나무가 보일 것이고, 누군가는 친구, 가족, 건물 등등 수많은 여러 것들이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진다. 당신 주변에서 장애인을 볼 수 있는가? 아마 대다수가 본 적이 없다고 답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간혹 한 번씩 마주칠 뿐, 거의 장애인을 마주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장애인이 없단 말인가? 결코 아니다. 사회와 단절된 채 살고 있기 때문에 마주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가 점점 초고령 사회가 되어가면서 노령 인구수도 증가하고 있다. 장애인이나 노인들은 정상적인 노동을 할 수 없는 취약 계층으로 사회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국내외 사회적 농업 현장과 그 속에서 더 나은 복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중요한 키워드 두 개가 나온다. 케어팜과 스마트팜이라는 단어다. 케어팜이란 사회적 돌봄을 뜻하는 '케어(Care)''농장(Farm)'을 합성한 것으로, 치매 노인이나 중증 장애인처럼 사회적 약자가 농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치유와 재활 서비스로 인정해 국가가 비용을 지불하는 새로운 유형의 복지 시스템이다. 스마트팜은 온실 농업에 IoT, AI 기술을 접목해 작물에 필요한 환경을 컴퓨터로 측정하고 통제하는 자동화 농장을 의미한다. 컴퓨터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작물마다 최적의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스마트팜은 노련한 농부의 감보다 더 정확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1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케어팜 사례를 소개한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케어팜이 장애인이나 치매 노인을 위한 복지의 한 형태로 보편화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분야다.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낯선 분야인 케어팜을 국내에 도입하고자 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푸르메 재단이다. 푸르메 재단은 크게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돕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활 영역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어린이 재활병원을 건립한 푸르메 재단은 병원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많은 어린이가 재활 치료를 받으며 청소년으로, 청년으로 자람에 따라 새로운 과제를 생각하게 됐다. 바로 성인 장애인의 일자리와 돌봄 문제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의 다양한 장애인 일터를 탐방했고, 그 결과 푸르메 소셜팜이라는 답을 얻게 된다.

 

스마트팜은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개념이 아니다. 그나마 최근 언론에서 농업의 미래로 언급되면서 조금씩 알려졌을 뿐,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도 아직 낯선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르메재단은 장애인이 행복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여러 선진국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케어팜 모델을 국내에 도입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다양한 부처의 공무원과 씨름했고, 여러 지자체와 협의했다. 국내에선 한 번도 시행한 적 없는 새로운 일이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르메 재단 관계자들의 구슬땀 어린 노력으로 푸르메소셜팜이 여주시에서 출범한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준다. 수도권에 마땅한 땅을 구하기 어려워 고전하던 찰나 여주시에서 우영농원을 운영해온 이상훈, 장춘수 부부가 토지 3600평을 기부한 덕분에 푸르메소셜팜이 출범될 수 있었다. 이 부부의 아들 또한 발달장애인으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고립된 발달 장애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며 땅을 기부했다고 한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부부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점점 이 사회가 팍팍해져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런 좋은 분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 같다.

 

일본과 유럽의 여러 케어팜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먼 나라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가 눈에 띈다. 미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케어팜 쪽으로는 우리나라보다 앞서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장애인에 대한 복지와 농업이 결합된 '농복연계'로 유명한 농장인 시즈오카현에 위치한 교마루엔 농장과 급격한 노령화와 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의 새로운 대안 농업을 제시하고 있는 무몬 복지회, 토양이 없어도 얼마든지 농작물 재배가 가능한 식물 공장을 연구하고 있는 오사카 부립대학교의 식물공장연구센터 등 급격히 침체된 농촌 경제를 살릴 뿐만 아니라 장애인 고용을 확대함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띈 곳은 미에현 이가시에 모쿠모쿠 농장이다. 1987년에 작은 돼지 농장으로 처음 시작된 모쿠모쿠 농장은 일본에서 농업의 6차 산업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뤄 낸 사례로 꼽힌다. 토마토, 버섯, 채소류를 재배하는 것은 물론, 쌀이 유명한 지역답게 쌀농사도 짓고 있다. 농장에서 생산된 다양한 채소와 고기로 식당을 운영하고 포근한 시골집 같은 모쿠모쿠 방갈로에서 밤을 보낼 수도 있다. 이렇게 농업과 가공, 관광 프로그램과 숙박까지 모쿠모쿠의 서비스는 6차 산업을 설명하는 최적의 모델이다. 농장 한 곳에서 이 모든 일이 가능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장애인들은 농업을 통해 돌봄을 받는 객체에서 돌봄을 주는 주체가 되어 자연 속에서 치유할 수 있고 지역 주민들은 농장을 함께 가꾸며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 좋고, 농장을 체험하는 사람들은 여러 체험들과 힐링을 얻을 수 있어 좋을 것이다. 모두가 함께 더불어 가며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우리나라에도 이곳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진 '상하농원'이 있다.

 

유럽은 케어팜 분야의 일인자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유럽인들에게 케어팜은 보편화된 복지 사업으로 장애인과 치매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함께 그들을 도우며 희망을 가꾸어 간다. 유럽은 일명 장애인 복지 천국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대체 우리나라와 무엇이 다르기에 이곳이 장애인 복지 천국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일까? 유럽의 여러 나라에 공통점은 장애인들을 무기력한 존재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자신보다 부족한 존재, 자신보다 떨어지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아예 사회에서 격리시킨다. 장애가 있다는 건 숨겨야 하는 것이고 남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것으로 치부한다. 장애를 감추고 숨기는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소외받고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복지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은 우리와는 다르다. 그들은 장애인들에게 알맞은 일자리를 제공한다. 그들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각자의 신체적 · 인지적 조건에 맞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쓴다. 그들은 더 이상 사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다.

 

유럽의 여러 사례 중 인상 깊었던 곳은 바로 네덜란드의 토마토월드다. 네덜란드는 농업에 적합한 나라가 아니다. 기온은 연중 온난한 편이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땅은 소금을 가득 품어 척박하다. 국토 면적 또한 좁다. 토마토 재배에 최악의 조건을 가진 나라에서 토마토 재배 강국으로 우뚝 서기까지 농업 환경이 열악한 우리나라가 롤 모델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스마트팜 덕분이다. 첨단 스마트팜 기술로 토마토 재배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면서 생산량이 점차 증가했고, 생산성이 안정되면서 시장이 커졌고 수요가 많아졌다. 이와 함께 생산에서 소매까지 체계적인 판매망을 갖추고 품질 관리와 마케팅 · 판매 전략을 일괄적으로 수립하는 시스템을 확립했다.

 

또한 네덜란드 농업의 중심축 중 하나는 환경 보존이다. 네덜란드 농가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물을 아끼고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선한다. 토마토월드는 단순히 친환경으로 만든 토마토를 생산해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이 아닌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작물을 키우고 자연의 순환 법칙에 따르며 함께 살아가는 미래의 농업을 준비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 척박한 대지에서 토마토 재배 강국으로 발돋움한 네덜란드의 농업은 앞으로 바뀌게 될 미래 농업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여러 사례들이 말해주듯 농업은 이제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일손 부족으로 농촌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장애인이나 노인과 같은 취약 계층이 농사일을 하면서 치유 효과까지 얻는다면 큰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뿌리가 좀 꺾이거나 가지를 안 쳤다고 해서 쉽게 죽지 않는다. 다시 물을 주고 보살펴주면 열매 맺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케어팜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일자리의 의미를 넘어서는 소중한 가치를 제공한다. 농업을 통해 돌봄을 주는 주체로 거듭나며 자존감이 상승하고 자신들도 사회의 도움을 준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가지게 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케어팜과 스마트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케어팜과 스마트팜 시스템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전에 앞서야 할 것은 우리들의 인식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들여와도 그에 걸맞은 사회적 인식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 것이다. 나 하나 잘 사는 세상보다는 나를 비롯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 더 좋지 않을까? 우리에겐 자연이라는 스승이 항상 존재한다. 자연은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다. 꽃은 꽃잎이 하나 떨어져도 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곳이 불편하다고 해서 사람이 아닌 게 아니다. 이제 우리들이 좋은 스승을 따라갈 차례다. 이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누군가는 소외받고 있기에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로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이 공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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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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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해연은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더블, 봉명 아파트 꽃미남 수사 일지, 지금 죽으러 갑니다외에도 다양한 장편 소설을 출간했고, 그 밖에 단편 소설 앤솔러지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 그것들, 카페 홈즈에 가면?에 참여했다. 봉명 아파트 꽃미남 수사 일지유괴의 날은 드라마화 예정이다.

 

이야기는 싸구려 패키지여행을 떠나는 버스에서 시작된다. 이 여행은 서울을 출발해 부산을 거쳐 배를 타고 대마도로 향하는 단돈 8만 원짜리 미끼 상품이다. 패키지여행을 가는 20명의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로 버스에 몸을 싣게 된다. 덜컥 아이가 생겨 부모님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올린 후 돈은 없지만 신혼여행은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오게 된 신혼부부와 항암 치료가 무의미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혼자만의 여행을 결심한 50대의 중년 여성, 무언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 아버지와 아들도 모두 같은 버스에 올라탄다. 그리고 이 여행을 안내할 손승욱은 싸구려 미끼 상품의 가이드를 맡아 마음은 뒤숭숭하지만 그래도 여행객들에게 최선을 다하려 하는 인물이다.

 

독자들은 이 책이 스릴러 소설이라는 걸 표지에 적힌 '정해연 장편 스릴러'라는 문장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패키지여행에서 일어난 단순한 살인사건을 다룬 내용이겠거니 생각했다. 프롤로그와 제1장을 읽을 때까지는 그러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패키지여행은 앞으로 드러날 사건의 포문을 여는 입장문 같은 것이었다. 사건은 단순하다면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가 아들을 토막 살인한 후 패키지여행을 가는 버스 짐칸 가방에 시체를 유기한 사건이다. 저자는 사건을 한 번 더 비틀어 단순한 살인사건으로 끝맺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건을 쫓아가는 인물, 박상하가 등장하는데 그는 강력계 형사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역할을 한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박상하의 시선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 박상하는 살인사건을 풀어가며 과거를 회상한다.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가족을 생각한다.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던 자신의 꿈은 이미 물거품이 되었지만 박상하는 이 사건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에게 소홀했다는 걸 깨닫는다.

 

이 책은 사건과 연관된 인물들의 내면을 자세히 그려낸다. 패키지여행에 들떠 있던 여행객들은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이 취소되어 돈을 돌려받는 일이 더 중요했고, 죽은 아이보다 특종에 목마른 기자들은 기사를 토해내는 일이 더 중요했고, 경찰서장은 윗사람 눈치 보며 빨리 용의자를 잡아오는 일이 더 중요했다. 그들에게 죽은 아이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우리는 이 인물들을 그저 소설 속 인물들로 치부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이 인물들의 내면이 바로 우리 내면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우리들의 모습이고, 이 사회의 모습이다.

 

충격적인 살인 사건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인물들을 이기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 '패키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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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깨달음
스티브 테일러 지음, 추미란 옮김 / 판미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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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스티브 테일러'는 어릴 때 '자연스러운' 깨달음을 경험하고 방황한 끝에, 영적 수행의 길을 걸으면서 동시에 수행과 영성의 본질을 이성적·학문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여러 책을 저술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이 책 보통의 깨달음은 세계적인 영성가 에크하르트 톨레가 삶을 깨우는데 강력한 도움을 주는 책을 직접 선정하고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에크하르트 톨레 에디션'에 포함되어 있다.

 

책의 분량이 방대하다. 무려 500여 페이지나 된다. 이 수많은 페이지가 이야기하는 핵심은 바로 깨달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거다. 우리는 어떤 소수의 자만이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보통의 사람들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을 연구해보니 특정 종교나 유파에 속하지 않았고 자신이 깨달음을 얻은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깨달음을 '깨어남'이라고 표현하며 우리 머릿속의 끊이지 않고 나타나는 생각을 '머릿속 수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첫 장에서는 깨어남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을 설명한다. 이어서 깨어남의 특성과 여러 단계들을 설명하고 책의 후반부에 가면 깨어남은 결국 진화적 도약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깨어남이라는 단어를 통해 현재를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잠을 자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잠을 자는 상태란 한마디로 분리와 단절의 세계가 되겠다. 자연과 나를 분리시켜 나의 '에고'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에고'는 나에게 끊임없이 머릿속 수다를 이어지게 하며 불안함을 느끼고 더 이상 자연을 생명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세상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이러한 생각도 결국 나의 생각이다. 세상을 사는 게 아닌 우리 머릿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깨어난 상태는 무엇이란 말인가? 저자는 내 에고를 뛰어넘는 상태, 즉 내 생각이 내가 아님을 알게 되는 상태를 깨어난 상태라고 말한다. 깨어남에도 상태가 있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일시적 깨어남의 상태와 점진적 깨어남 그리고 급진적 깨어남이다. 일시적 깨어남은 순간순간에 깨어남을 뜻하고 점진적 깨어남은 요가나 명상같이 끊임없는 수행을 통해 얻게 되는 깨어남을 뜻한다. 급진적 깨어남은 스트레스나 큰 병에 걸리거나 죽음에서 돌아올 때 얻게 된다고 한다. 일반 의식에서 깨어난 의식으로 가는 여정은 산등성이로 이어지는 길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즉 깨어남 그 강도의 높낮이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2장에서는 다양한 문화에서 말하는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종교들은 모두 한곳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불교, 힌두교, 이슬람, 기독교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건데 이 종교의 창시자들이 소수의 깨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강을 보고 이 강이 어떻다는 것이 서로 다르듯 해석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또한 깨어남의 특성과 태어날 때부터 깨어 있는 '자연적 깨어남' 상태에 있었던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전통 안에서의 단계적 깨어남 단계에 대해 소개한다. 이와는 반대로 전통 밖에서의 단계적 깨어남을 겪은 보통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1장을 보면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대략 알 수 있다. 1장에서 말했듯이 깨어남의 세 가지 상태를 여러 사례와 특징들로 세세히 설명하고 있다. 11장을 보면 깨어난 사람이래도 번뇌, 카르마의 찌꺼기가 남아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찌꺼기에 몰두하지 않으면 금세 생각이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결국 깨어남은 어떤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깨어난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깨어있는 것도 아니고 깨어있는 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계속해서 나의 에고를 주의하라고 말한다. 에고가 내가 하는 생각들을 나라고 믿게 만든다. 특히 14장에서 잘 설명해 준다. 14장에서는 아이들은 모두 자연적 깨달음 상태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아직 에고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가 질풍노도의 시기인 이유도 자아 체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점점 자아가 형성되고 자연과 나를 분리시키면서 어른이 되어간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내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어린 시절의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뽀로로의 오프닝 송 가사처럼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와 같은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지나간 일이나 오게 될 미래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친구들과 함께 있는 그 순간만 있을 뿐이었다. 친구 집에서 놀다 집에 갈 시간이 되면 가기 싫어 땡깡 피웠지만 막상 집에 오면 그 사실을 금방 잊고 다시 신나게 논다. 아이들은 강한 자아 체계가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순간을 산다. 머릿속 수다에 빠지지 않는다. 성인의 깨어남은 아이의 깨어남과는 분명 다르다. 일단 성인에게는 자아 체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인의 깨어남은 아이의 깨어남보다 더 진보했다고 본다. 자아 체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깨어나게 되면 세상을 더욱 도덕적이고 분별 있게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점점 깨닫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이 진화적으로 도약할 시기라고 말한다. 이 책의 원제 또한 'The Leap'로 도약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깨어남의 상태는 지금의 상태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상태이고 이런 상태의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건 그렇게 진화해 가는 거라고 말한다. 지금 이 세상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고 말할 수 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시대만큼 다양한 동물 종이 죽어가는 건 사실이고 비우고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금만큼 뭐든지 과하게 많은 세상은 현시대가 처음일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극단으로 나아가는 이유도 그런 것들이 생명력을 다해가기 때문에 더욱더 질기게 우리를 끌어당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어떤 특정한 종교나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엄마가 기독교를 믿어 어릴 때 일요일마다 엄마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닌 경험이 있지만 믿음이 있어서 갔다고 하기는 힘들다. 이 책에 나온 말처럼 자아 체계가 형성되지 않았을 때 멋모르고 다닌 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 가기 싫었던 교회를 억지로 다닌 경험 때문일까. 종교 같은 거에 관심이 없다. 그렇지만 나에 대해서는 알고 싶었다. 이름 붙혀진 나의 모습 말고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 말이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항상 궁금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한 권의 책을 알게 되었다.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십우도의 그림을 바탕으로 나를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소개해 주는 책이었다. 특정 종교나 유파에서 벗어나 정말 나 자신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들을 추천해 주었다. 그 책을 읽고 나만이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고 나 자신을 찾는데 꼭 특정한 종교나 신념이 있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다. 종교가 나를 찾는 길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꼭 그 방법을 통해서만 나를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도를 펼쳐 나아가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코로나로 시간도 많겠다, 나를 찾기에 최적화된 시간이 지금이라고 생각했고 여전히 내가 누구인지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 책 또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 같다. 지금도 머릿속 수다가 끊이지 않는데 이 머릿속 수다가 내가 아님을 알고 그저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영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직관적으로 우리는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알 수 없고 어려운 것이 무엇인가? 바로 나 아닌가? 정답도 없는 나를 알기 위해 이렇게 또 한 발자국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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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초록 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 - 선인장도 못 키우는 왕초보를 위한 4주 완성 가드닝 클래스 소원풀이 시리즈 15
허성하 지음 / 한빛라이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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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키우려고 하나요? 식물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나요? 그런 독자들을 위해 추천드릴 책이 있습니다. 바로 '나도 초록 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라는 책입니다. 굳이 큰돈 들여서 가드닝 클래스를 들을 필요는 없어요. 이 책 한 권이면 4주 만에 초록 식물 척척박사가 되어있을 테니까요! 그럼 지금부터 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4주 완성 가드닝 클래스

 

나도 초록 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

 

왕초보를 위한 식물 키우기 가이드북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식물 키우는 방법 A부터 Z까지 알려준다. 저자는 현재 '폭스 더 그린'이라는 가드닝 숍을 운영하며 식물과 함께하는 가드닝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허성하 선생님의 4주 완성 홈 가드닝 클래스'가 되겠다.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이 식물을 기르게 된 동기를 이야기하고 식물을 통해 너덜 해진 마음을 위로받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시작된 식물 기르는 일이 직업으로 이어져 가드닝 클래스를 통해 식물을 기르는 방법과 함께 힐링을 전하고 있다.

 

목차는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한 챕터를 한 주 단위로 나누어 총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네 개의 챕터를 다 읽고 나면 4주 만에 가드닝 클래스를 완료할 수 있다. 4주간의 가드닝 클래스를 끝냈다면 두 번째 파트로 넘어가 본다. 첫 번째 파트가 가드닝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었다면 두 번째 파트는 다양한 식물을 추천해 주는 파트이다. 독자가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부터 키우기 어려운 식물들까지 세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첫 번째 파트에 2주 차 step.2의 한 부분이다. 이 부분을 읽다 눈에 띄는 문장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벌레를 무서워하면 식물을 키울 수가 없습니다. 파이팅!" 바로 이 문장이다. 읽자마자 뜨끔했다. 나의 원대한 식물 기르기 목표는 이 문장을 읽자마자 물거품이 되었다. 식물을 키우면 벌레는 필수로 따라온다고 한다. 아직 키우지도 않았지만 키우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얼굴도 본 적 없는 허성하 선생님의 가르침은 세심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차근히 설명해 준다. 세세하게 적힌 설명과 풍부한 사진들은 혼자서도 가드닝을 할 수 있을거 같은 용기를 심어준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여러 상황에 맞는 다양한 식물들을 추천해 준다. 위 사진 속 이끼는 식물 킬러에게 추천하는 식물이다. 이끼가 바로 나에게 딱 맞는 식물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벌레도 생기지 않고 물에서 키울 수 있어 관리도 편하고 손도 많이 안 가는 최적의 식물이다. 안 그래도 책상이 허전해 식물을 키워볼까 했는데 마리모 키우기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샘솟았다. 이끼 외에도 고사리, 올리브나무 등 여러 가지 식물을 소개하고 있다.책의 마지막 부분은 '부록'으로 채워져 있다. 말하자면 네이버 지식인의 식물과 관련된 질문을 '태양신'님이 답변해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식물을 기르면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질문들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가장 공감 갔던 질문은 "식물은 왜 우리 집에만 오면 죽나요?"라는 질문이었다. 허성하 선생님은 이 질문에 이와 같이 답한다. "우리 집에 와서 죽은 것이 아니라, 내가 제때 관리하지 못해서 죽은 것입니다." 그렇다. 우리 집이어서 죽은 게 아니라 내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죽는 것이다. 정답이 아닐 수가 없다. 이렇게 촌철살인의 답변까지 날려준다. 이 책 한 권이면 식물을 키워본 적 없는 왕초보 독자들도 거뜬히 프로 가드너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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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고전의세계 리커버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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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민주주의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헌법 제11항에 적혀있듯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주의 제도에 익숙해져 있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150년 전에 쓰인 글이 있다. 바로 민주주의의 입문서라고 칭할 수 있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다. 책 제목이 '~'으로 끝나면 왠지 읽는 걸 주저하게 된다. 어렵기만 한 전공 서적들이 생각나면서 지레 겁을 먹는다. 이 책의 첫인상도 그랬다. '자유론' 이름만 들어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에 대한 의미도 알기 어려운데 그것에 대한 이론이라고 하니 얼마나 읽기 힘들까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렇게 겁을 먹었지만 서평을 써야 하기에 마음을 다잡고 책을 펴보았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잘 읽혔다. 물론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대로 비교적 무난하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은 어려운 이론서라기 보다 저자의 에세이에 가까웠다. 알고 보니 자유론의 원제는 'On Liberty'로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자유에 관하여' 정도가 되겠다


존 스튜어트 밀이 생각하는 자유에 관한 모든 생각을 이 책 속에 담고 있는 것이다. 밀은 자유와 권력의 다툼이 역사가 시작된 까마득한 옛날부터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역사 초기에는 한 사람 혹은 한 계급이 지배 권력을 장악하는 독재 권력이 행사되었다고 설명하며 이들 권력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피지배계층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다 결국 이를 걱정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자신의 나라를 온전하게 지탱하기 위해 최고 권력자가 행사할 수 있는 힘의 한계를 규정하게 되었다. 때문에 밀은 이 시기의 자유란 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것을 일컫는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 민주 정부가 설립되었다. 물론 민주 정부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밀은 특히 다수의 횡포를 온 사회가 경계해야 할 가장 큰 해악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유에 관한 하나의 명제를 제시한다. 바로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라고 말한다.


밀은 자유의 기본 영역을 크게 셋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는 내면적 의식의 영역이다. 이는 우리가 모든 주제에 대해 양심의 자유, 생각과 감정의 자유, 그리고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의 자유를 누려야 함을 말한다. 두 번째는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를 말한다. 밀은 사람들 모두 각각의 개성에 맞게 자기 삶을 살게 하고 자기 좋은 대로 살아갈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것이 남에게 해를 주지 않는 한 간섭이나 참견을 해서도 안 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결사의 자유다.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나 억지로 끌려온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성인들이 어떤 목적의 모임이든 자유롭게 결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밀은 이 세 가지 자유가 모두 보장되어야만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의견을 무시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고 말한다. 또한 민주 사회에서 생각과 토론의 자유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밀은 개별성의 존중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지만 사회성도 등한시하지 않았다. 그는 사회에서 보호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이 혜택을 받은 만큼 사회에 갚아 주어야 하며 사회 속에서 사는 한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 행동 규칙으로 다른 사람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사회를 방어하거나 사회 구성원이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데 필요한 노동과 희생 중에서 자신의 몫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 책 속 여러 주장들 중에서 제3장의 개별성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128페이지 끝부분에 쓰인 문장을 적어보고자 한다. "근육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정신이나 도덕적 힘도 써야 커진다. 다른 사람이 믿으니까 자기도 믿는 경우도 그렇지만, 그저 어떤 일을 다른 사람이 하니까 따라 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자기 자신의 분명한 이성적 판단에 따라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이성은 튼튼해질 수 없다."라고 말한다. 또한 "사람이 세상 또는 주변 환경이 정해주는 대로 살아간다면, 원숭이의 흉내 내는 능력 이상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라고도 주장한다. 현대 사회에서 나 자신으로 살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교 입시가 인생의 끝인 것처럼 치열하게 공부하고, 그렇게 원하던 대학교에 들어가면 끝날 줄 알았던 레이스가 다시 시작된다. 이번엔 취업 전쟁이다. 그렇게 또 취업이라는 장벽을 뚫고 들어갔다면 그 이후에는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된다. 대체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달리고 달린다. 이 책에서 밀은 사람들이 자기 성향대로 마음껏 살기 위해서는 각자 다른 삶을 사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지금의 우리 사회가 이를 허용하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생각보다 술술 읽혔지만 어려운 부분도 간혹 있었다. 알릴레오 유튜브에 소개된 자유론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유시민 님이 하시는 말씀이 자유론은 나이가 들었을 때 읽어야 더 잘 이해된다고 하셨다. 좀 더 나이가 들어서 읽으면 새롭게 보이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한 번 읽고 덮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꺼내어 읽어봄직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150년 전의 쓰인 자유론이 현재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독자들이 이 책의 응답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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