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 고전의세계 리커버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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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민주주의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헌법 제11항에 적혀있듯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주의 제도에 익숙해져 있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150년 전에 쓰인 글이 있다. 바로 민주주의의 입문서라고 칭할 수 있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다. 책 제목이 '~'으로 끝나면 왠지 읽는 걸 주저하게 된다. 어렵기만 한 전공 서적들이 생각나면서 지레 겁을 먹는다. 이 책의 첫인상도 그랬다. '자유론' 이름만 들어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에 대한 의미도 알기 어려운데 그것에 대한 이론이라고 하니 얼마나 읽기 힘들까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렇게 겁을 먹었지만 서평을 써야 하기에 마음을 다잡고 책을 펴보았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잘 읽혔다. 물론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대로 비교적 무난하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은 어려운 이론서라기 보다 저자의 에세이에 가까웠다. 알고 보니 자유론의 원제는 'On Liberty'로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자유에 관하여' 정도가 되겠다


존 스튜어트 밀이 생각하는 자유에 관한 모든 생각을 이 책 속에 담고 있는 것이다. 밀은 자유와 권력의 다툼이 역사가 시작된 까마득한 옛날부터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역사 초기에는 한 사람 혹은 한 계급이 지배 권력을 장악하는 독재 권력이 행사되었다고 설명하며 이들 권력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피지배계층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다 결국 이를 걱정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자신의 나라를 온전하게 지탱하기 위해 최고 권력자가 행사할 수 있는 힘의 한계를 규정하게 되었다. 때문에 밀은 이 시기의 자유란 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것을 일컫는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 민주 정부가 설립되었다. 물론 민주 정부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밀은 특히 다수의 횡포를 온 사회가 경계해야 할 가장 큰 해악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유에 관한 하나의 명제를 제시한다. 바로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라고 말한다.


밀은 자유의 기본 영역을 크게 셋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는 내면적 의식의 영역이다. 이는 우리가 모든 주제에 대해 양심의 자유, 생각과 감정의 자유, 그리고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의 자유를 누려야 함을 말한다. 두 번째는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를 말한다. 밀은 사람들 모두 각각의 개성에 맞게 자기 삶을 살게 하고 자기 좋은 대로 살아갈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것이 남에게 해를 주지 않는 한 간섭이나 참견을 해서도 안 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결사의 자유다.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나 억지로 끌려온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성인들이 어떤 목적의 모임이든 자유롭게 결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밀은 이 세 가지 자유가 모두 보장되어야만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의견을 무시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고 말한다. 또한 민주 사회에서 생각과 토론의 자유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밀은 개별성의 존중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지만 사회성도 등한시하지 않았다. 그는 사회에서 보호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이 혜택을 받은 만큼 사회에 갚아 주어야 하며 사회 속에서 사는 한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 행동 규칙으로 다른 사람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사회를 방어하거나 사회 구성원이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데 필요한 노동과 희생 중에서 자신의 몫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 책 속 여러 주장들 중에서 제3장의 개별성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128페이지 끝부분에 쓰인 문장을 적어보고자 한다. "근육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정신이나 도덕적 힘도 써야 커진다. 다른 사람이 믿으니까 자기도 믿는 경우도 그렇지만, 그저 어떤 일을 다른 사람이 하니까 따라 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자기 자신의 분명한 이성적 판단에 따라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이성은 튼튼해질 수 없다."라고 말한다. 또한 "사람이 세상 또는 주변 환경이 정해주는 대로 살아간다면, 원숭이의 흉내 내는 능력 이상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라고도 주장한다. 현대 사회에서 나 자신으로 살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교 입시가 인생의 끝인 것처럼 치열하게 공부하고, 그렇게 원하던 대학교에 들어가면 끝날 줄 알았던 레이스가 다시 시작된다. 이번엔 취업 전쟁이다. 그렇게 또 취업이라는 장벽을 뚫고 들어갔다면 그 이후에는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된다. 대체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달리고 달린다. 이 책에서 밀은 사람들이 자기 성향대로 마음껏 살기 위해서는 각자 다른 삶을 사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지금의 우리 사회가 이를 허용하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생각보다 술술 읽혔지만 어려운 부분도 간혹 있었다. 알릴레오 유튜브에 소개된 자유론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유시민 님이 하시는 말씀이 자유론은 나이가 들었을 때 읽어야 더 잘 이해된다고 하셨다. 좀 더 나이가 들어서 읽으면 새롭게 보이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한 번 읽고 덮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꺼내어 읽어봄직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150년 전의 쓰인 자유론이 현재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독자들이 이 책의 응답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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