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죽는가 - 사람이 죽어야 할 16가지 이유
이효범 지음 / 렛츠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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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음은 모두에게 예외 없이 찾아온다. 나 자신도 언젠가는 죽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죽음이 안 올 것처럼 살아간다. 모든 생명은 탄생하고 죽는다. 탄생과 죽음. 탄생의 순간은 기쁨으로 표현되고 죽음의 순간은 슬픔으로 표현된다. 그렇다면 죽음은 슬퍼야만 하는 것인가. 사람은 왜 죽는 것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죽음을 모른다. 여기 우리가 죽어야 할 이유를 알려주는 책이 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저술한 책은 많이 보았지만 죽어야 할 이유를 적어 놓은 책은 처음 보았다. 책의 표지에는 책 제목인 '사람은 왜 죽는가'가 빨간 글씨로 써져 있고 죽음을 의미하는 여러 상징적인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 시선을 끈다. 적나라하게 표현된 심장 그림부터 죽음을 상징하는 새인 까마귀와 해골까지 누군가가 '죽음을 그림으로 그려 보세요'라고 하면 그릴만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이효범 교수님은 미국의 프리스턴 대학교에 연구할 기회를 얻어 낯선 미국생활을 하는 도중 딸과의 대화에서 큰 딸은 죽음의 문제에 대해 물어본다. 이 물음은 저자가 아주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는 계기가 된다. 저자는 16가지 죽음의 의미를 여러 자료를 통해 정리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철학서에서부터 과학서, 의학서, 종교서까지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한 죽음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죽어야 하는 이유 16가지다. 각각의 장은 인간이 죽어야 하는 이유를 담고 있다. 죽어야 하는 이유 16가지이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죽음에 대한 설명이다. 이 책은 다양한 자료를 참고한 만큼 죽음에 대한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각각의 장에 쓰인 제목은 재밌게도 모두 '죽음'으로 시작한다. 이 책만큼 죽음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책은 지금까지 없었던 거 같다. 이 책에서 죽음은 더 이상 슬프고 무서운 것이 아니게 된다. 죽음을 더함이나 뺌 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7'죽음은 다른 유기체의 이익이다'에서 인상깊었던 문장이다.

"그러므로 죽음이란 다음 세대를 위해 모든 세대가 바쳐야하는 희생 제물이다."

만약 우리가 죽지 않는 불멸의 삶을 산다면 다음 세대가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조상들의 죽음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죽음은 개체로서 종의 입장에서 볼 때도 이익이다. 물론 나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상상하기도 힘들고 슬픈 감정이 몰려오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죽음은 모두에게 이익이다. 생각해보면 죽음이 없다면 삶도 없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태어나고 죽는다. 게임 속 캐릭터처럼 생명이 여러 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내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곧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여러 생각이 다 든다. '나는 왜 죽는가', '죽음은 무엇인가.', '사후세계는 있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혼자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티비 전원을 끄면 티비가 꺼지듯이 죽음도 티비 전원처럼 꺼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 또한 그럴 것이라고 추측할 뿐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성인, 철학자, 의학자 등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놀라운 건 내가 말한 나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철학자의 생각도 있었다는 것이다. 맨 마지막장에는 책에 참고가 된 자료들을 모아 놓은 각주가 달려있는데 각주의 분량이 꽤나 상당하다. 저자가 죽음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게 생각하고 연구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죽음 이후는 생각하려 해도 생각할 수 없기에 우리는 지금 주어진 삶을 후회 없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 책을 덮은 후 죽음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지는 책이었다. 죽음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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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탈출 경영혁명 - 코로나 위기 제로섬에서 출발하자
엘리 골드렛.로버트 폭스 지음, 홍성완 옮김 / 새길아카데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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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서평을 쓸 책은 바로 '위기탈출 경영혁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엘리 골드렛과 로버트 폭스이다. 엘리 골드렛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전문 경영서 뿐만 아니라 기업 소설가로 유명한 분이다. 저자 소개글을 보면 이 책을 손에 넣고 2시간만 투자하면 병목도 병목이 아니게 된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뛰어난 경영능력을 가진 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공동 저자인 로버트 폭스는 이 책과 더불어 여러 책의 출판을 도와준 적이 있는 현장맨이다.

 

목차는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하라'는 소제목을 가진 1장을 통과하여 2장에서는 '시계 제로- 무한경쟁시대', 3장에서는 '선진기업의 신화적 품질혁명', 4장에서는 '재고를 보고 기업의 장래를 읽는다', 5장에서는 '첨단시대의 경영-동시생산', 6장에서는 'JIT를 능가하는 새로운 시스템, 7장에서는 '21세기의 진정한 승자'라는 소제목을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지속적 개혁과정'이라는 소제목을 두고 변화에 대한 기업인이 지녀야 할 자세의 대해 이야기하며 책이 마무리 된다.

경영의 ''자도 모르는 독자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이자 경영의 ''자를 아는 사람이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다.

 

'위기탈출 넘버원!'이라는 프로그램을 아는가? 그 프로그램은 말그대로 위기를 탈출하는 넘버원의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지금은 폐지된지 오래됐지만 말이다. '위기탈출 넘버원'이라는 프로그램처럼 이 책도 경영혁명을 통해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나는 경영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다.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영은 어떻게 하는건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적절한 비유와 그래프 그림으로 각 분야의 생산, 매커니즘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7개로 나뉜 목차 속 소번호와 소제목을 달아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한 눈에 보였다.

 

소제목당 글이 두 페이지가 채 안넘어가는 분량으로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개념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준다. 거기에 적절한 그림과 그래프까지 있어 어렵지 않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론만 나열해놓은 책이 아닌 구체적인 기업의 재고관리법과 첨단시대의 생산 방식까지 알려준다.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실제 경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지적하고, 앞으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위기를 대처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시대의 경영이 가야할 올바른 자세를 보여준 실용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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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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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은 첫 순간에 이미 사랑하는 역할과 사랑받는 역할로 정해져버리는 것일까.”

 

가을과 참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첫 장,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계절이 바뀌는 정확한 순간을, 수진의 짧은 반곱슬 머리 밑으로 드러난 목덜미에 닿는 찬 기운이 알려주었다.” 라는 문장을 읽자마자 요즘같이 선선한 날씨가 자연스레 떠올랐고 소설 속의 시간도 바로 이 맘 때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소설에는 수진, 혁범, 한솔 세 남녀가 등장한다. 수진은 설계사무소 코드 아키텍츠에서 건축사로 일하고 있다. 수진이 일하고 있는 코드 아키텍츠의 대표가 바로 혁범이다. 혁범은 수진의 대학 선배로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으로 건축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한솔은 코드 아키텍츠가 위치한 건물 로비에 조경작업을 맡은 조경사이다. 이 세 남녀는 삼각관계라고 하기는 어려운 삼각관계 사이에 놓인다. 수진은 오래전부터 혁범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혁범은 한 번의 결혼 경험이 있었고 딸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수진은 혁범의 이런 아빠로서의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쓰라리면서도 어쩐지 더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수진은 혁범을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혁범은 매사에 이성적이고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혁범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한솔이다. 한솔은 감성적이고 수진에게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수진은 지하주차장 로비에서 한솔을 처음 본 순간부터 자연스레 끌리게 된다. 한솔은 수진을 처음 본 순간 첫 눈에 반한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수진의 건축사무소를 찾아가 바위말발도리라는 식물을 수진 모르게 전해주고 간다. 수진은 바위말발도리를 보며 잔털을 손바닥으로 스치며 세세히 그 간질이는 감각을느낀다. 이제 막 썸을 타려는 사람들이 느낄 만한 감정을 수진은 한솔이 준 바위말발도리를 만지며 느낀다. ‘바위말발도리를 통해 수진은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한솔의 저돌적인 사랑을 받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첫 순간에 사랑하는 역할과 사랑받는 역할이 정해져 버리는 것처럼 수진은 마치 예전에 혁범을 좋아했던 자신과 같은 한솔의 사랑을 받게 된다. 한솔은 수진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이따금 불쑥 튀어나오는 감정표현을 제외한다면 한솔은 신중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다. 사랑에 대한 한솔의 맑고 순수한 마음에 수진은 스스로를 걱정한다. 한솔과 수진의 관계에서 한솔이 수진을 사랑하는 역할이라면 혁범과 수진의 관계에서 수진은 한솔과 같은 입장이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 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랑의 모습이다. 이미 첫 만남 때부터 사랑을 받는 이와 주는 이의 관계를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세 남녀의 관계를 보며 추측해볼 수 있었다. 수진은 한솔의 사랑을 받지만 받으면 받을수록 혁범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져간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수진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와 함께 있는데도 혁범이 신경쓰인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이 좋아서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수진에 혁범에 대한 사랑도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한다. 이 소설은 수진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수진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의 세밀한 묘사를 천천히 따라 가보면 어느새 소설은 결말부에 다다른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장소에서 이루어진다.”는 소설의 문장처럼 행여 그 장소가 사라져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는 기억만은 남게 된다. 수진에게 한솔은 그런 존재인 것이다. 그곳에 그 사람은 없지만 함께 했던 기억만은 수진의 추억 속에 남아 그 장소에 가면 한솔이 생각나는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진정한 어른의 사랑이란 그러한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일임을 갈수록 확신하게 된다.” 그렇다. 어른의 사랑이란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일이다. 자신이 다칠걸 알면서도 주저함 없이, 계산 없이 이해하고, 겁도 없이 다가서는 그런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바로 사랑인 것이다.

 

이런 사랑을 해본 사람들이 부럽고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나는 책 속 인물 중 한솔이라는 인물에게 제일 애정이 갔다. 나이 또래로 보면 비슷한데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워 보였고 사랑을 할 때에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용기 있게 다가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고백했다가 차일까봐 혹은 그 사람이 나의 고백을 거절할까봐 다가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솔은 거절당할까 두려운 마음이 있을지라도 주저 없이 다가간다. 한솔의 성격이 원래 적극적인 성격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멋졌다. 어딘가에서 또 다른 사랑을 찾으며 살고 있을 한솔을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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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죽는가 - 사람이 죽어야 할 16가지 이유
이효범 지음 / 렛츠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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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생명이 있는 존재는 누구나 예외없이 끝이 있기 마련인거 같습니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이 한 명도 없듯이 죽고 싶어서 죽는 사람 또한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죽어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고 하니 너무나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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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The Little Prince (한글판 + 영문판) - 합본 반석 영한대역 시리즈 2
생 텍쥐페리 지음, 이화승 옮김 / 반석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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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여러 다양한 책을 많이 읽었지만 어린왕자만큼은 거의 생생하게 내용이 기억난다. 내 나이 8살 무렵, 어린왕자 만화책을 읽게 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만화책을 좋아했고 만화 보는 재미에 어린왕자의 내용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다시 읽게 된 어린왕자는 어렸을 때와는 다르게 다가왔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건 어린왕자가 처음이었다. 다시 시간이 흐른 지금 이번에는 영한대역본으로 어린왕자를 만나보고자 한다.

 

화자인 는 내 걸작을 어른들에게 보여 주면서 그림이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그들은 모자가 왜 무섭다는 거니?”라고 대답했다.

 

어린 왕자의 그림은 모자가 아닌 보아 구렁이었다. 어린 왕자의 실린 삽화 중 가장 유명한 그림이다. 화자인 는 어른들에게 보아 구렁이 그림을 보여주며 이것이 무엇처럼 보이냐고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자일 뿐이다. 화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 그림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역시나 똑같이 모자라고 대답한다. 어른들은 화자의 그림에 관심이 없다. 과연 나도 그런 어른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독자인 나는 책을 통해 이 그림이 보아 구렁이 그림인걸 알았지만 책 속 어른들과 같은 상황이라면 바로 보아 구렁이 그림인걸 알았을까?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모두가 똑같은 답을 하게끔 강요하는 건 아닐까?

 

어느 날 나는 비행기 사고로 인해 사막 한가운데 떨어지게 되는데 생사의 갈림길에서 잠이 들려고 할 때 어린 아이가 다가와 나에게 양 한 마리를 그려달라고 한다. ‘는 당황했지만 곧 양을 그려준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가 그려준 양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결국 자포자기 상태로 구멍이 뚫린 상자를 그려준다. 그러자 어린 왕자는 마음에 들어 하며 기뻐한다. ‘가 생각하던 양과 어린 왕자가 생각하던 양은 마치 가 어른들에게 보여준 보아 구렁이 그림과도 같았다. ‘가 생각하던 양이 어린 왕자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윽고 어린 왕자는 에게 소혹성에서 있었던 일과 지구로 오기까지의 여정을 차근차근 들려주기 시작한다.

 

어린 왕자가 소혹성에 머물던 마지막 날, 장미는 어린 왕자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장미는 어린 왕자에게 가시 네 개를 내세우며 유리병을 치워달라고 부탁한다. 예전에 읽었을 때에는 장미의 태도가 새침하고 귀찮게만 보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장미의 모습이 어딘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자신이 약한 존재이기에 어린 왕자에게 짖궂게 부탁했던 것이다.

장미는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어린 왕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는 자존심 강한 꽃이었다.

어린 왕자는 장미꽃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사랑은 공평하게 반으로 나눌 수 없다. 언제나 많이 주는 쪽과 많이 받는 쪽이 생긴다. 받는 쪽은 알지 못한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어린 왕자도 아직 그 사랑을 느끼기에는 어린 아이였을까 생각해본다.

 

어린 왕자는 소혹성을 떠나 지구에 오기 전 여러 별에 사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여섯 개의 별에서 여섯 명의 사람을 만나는데 그들은 그 별의 주인이지만 어린 왕자의 눈에는 그 곳에 갇혀 사는 것처럼 보인다. 어린 왕자가 만난 왕, 허영쟁이, 술꾼 등 여섯 명의 사람들은 우리 삶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어린 왕자는 여섯 사람을 보며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린 왕자의 시선에서 이 사람들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그 세계가 인생의 전부인양 아등바등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는 그들을 그렇게 볼 수 있지만 나는 어린 왕자와 같은 시선으로 볼 수가 없었다. 나에게도 왕의 모습이, 술꾼의 모습이, 등대지기의 모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는 여섯 개의 별을 거친 후 일곱 번째로 지구에 오게 된다.

지구에서 어린 왕자는 뱀과 여우와 장미들을 만나게 된다.

 

어린 왕자는 지구에서 만난 여우와 철학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 달라고 이야기한다. 어린 왕자는 그런 여우에게 길들이는 게 뭐냐고 묻는다. 여우는 길들인다는 것은 너에게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길들인다는 것.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길들여본 적이 없다. 누군가를 언제까지 책임진다는 말이 왠지 모르게 낯설게만 느껴진다. 점점 무언가에 책임을 지는 게 어려워지는 것 같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책임을 지는 일을 아예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라고 다르겠는가. 언제까지나 책임진다는 것이 짐처럼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올까? 생각한다.

 

어린 왕자는 지구를 걷고 걷다 화자인 를 만나게 된다. 어린 왕자는 지구를 떠나기 전 우물을 찾는 나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이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

"The stars are beautiful, because of a flower that can not be seen."

"The desert is beautiful," said the little prince, "is that somewhere it hides a well..."

 

영한대역으로 읽어본 어린 왕자는 한글로만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처음에는 한글판과 영문판을 위의 사진처럼 맞대어 놓고 한 문장, 한 문장 해석하며 읽어 보았다. 영어로 된 문장 중 해석이 어렵거나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모르는 부분을 한글판으로 바로 눈을 돌려 해석도 해보고 단어도 찾을 수 있어서 책을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영어 공부까지 할 수 있었다. 영어판을 먼저 읽었다면 중간에 읽다가 포기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판과 함께 보니 한글로 쓰인 문장을 영어 문장으로 바로 해석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린 왕자를 영어로 만나고 싶다면 영한대역본을 보라.

한글과는 또 다른 매력을 당신에게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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