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The Little Prince (한글판 + 영문판) - 합본 반석 영한대역 시리즈 2
생 텍쥐페리 지음, 이화승 옮김 / 반석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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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여러 다양한 책을 많이 읽었지만 어린왕자만큼은 거의 생생하게 내용이 기억난다. 내 나이 8살 무렵, 어린왕자 만화책을 읽게 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만화책을 좋아했고 만화 보는 재미에 어린왕자의 내용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다시 읽게 된 어린왕자는 어렸을 때와는 다르게 다가왔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건 어린왕자가 처음이었다. 다시 시간이 흐른 지금 이번에는 영한대역본으로 어린왕자를 만나보고자 한다.

 

화자인 는 내 걸작을 어른들에게 보여 주면서 그림이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그들은 모자가 왜 무섭다는 거니?”라고 대답했다.

 

어린 왕자의 그림은 모자가 아닌 보아 구렁이었다. 어린 왕자의 실린 삽화 중 가장 유명한 그림이다. 화자인 는 어른들에게 보아 구렁이 그림을 보여주며 이것이 무엇처럼 보이냐고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자일 뿐이다. 화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 그림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역시나 똑같이 모자라고 대답한다. 어른들은 화자의 그림에 관심이 없다. 과연 나도 그런 어른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독자인 나는 책을 통해 이 그림이 보아 구렁이 그림인걸 알았지만 책 속 어른들과 같은 상황이라면 바로 보아 구렁이 그림인걸 알았을까?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모두가 똑같은 답을 하게끔 강요하는 건 아닐까?

 

어느 날 나는 비행기 사고로 인해 사막 한가운데 떨어지게 되는데 생사의 갈림길에서 잠이 들려고 할 때 어린 아이가 다가와 나에게 양 한 마리를 그려달라고 한다. ‘는 당황했지만 곧 양을 그려준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가 그려준 양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결국 자포자기 상태로 구멍이 뚫린 상자를 그려준다. 그러자 어린 왕자는 마음에 들어 하며 기뻐한다. ‘가 생각하던 양과 어린 왕자가 생각하던 양은 마치 가 어른들에게 보여준 보아 구렁이 그림과도 같았다. ‘가 생각하던 양이 어린 왕자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윽고 어린 왕자는 에게 소혹성에서 있었던 일과 지구로 오기까지의 여정을 차근차근 들려주기 시작한다.

 

어린 왕자가 소혹성에 머물던 마지막 날, 장미는 어린 왕자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장미는 어린 왕자에게 가시 네 개를 내세우며 유리병을 치워달라고 부탁한다. 예전에 읽었을 때에는 장미의 태도가 새침하고 귀찮게만 보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장미의 모습이 어딘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자신이 약한 존재이기에 어린 왕자에게 짖궂게 부탁했던 것이다.

장미는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어린 왕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는 자존심 강한 꽃이었다.

어린 왕자는 장미꽃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사랑은 공평하게 반으로 나눌 수 없다. 언제나 많이 주는 쪽과 많이 받는 쪽이 생긴다. 받는 쪽은 알지 못한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어린 왕자도 아직 그 사랑을 느끼기에는 어린 아이였을까 생각해본다.

 

어린 왕자는 소혹성을 떠나 지구에 오기 전 여러 별에 사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여섯 개의 별에서 여섯 명의 사람을 만나는데 그들은 그 별의 주인이지만 어린 왕자의 눈에는 그 곳에 갇혀 사는 것처럼 보인다. 어린 왕자가 만난 왕, 허영쟁이, 술꾼 등 여섯 명의 사람들은 우리 삶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어린 왕자는 여섯 사람을 보며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린 왕자의 시선에서 이 사람들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그 세계가 인생의 전부인양 아등바등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는 그들을 그렇게 볼 수 있지만 나는 어린 왕자와 같은 시선으로 볼 수가 없었다. 나에게도 왕의 모습이, 술꾼의 모습이, 등대지기의 모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는 여섯 개의 별을 거친 후 일곱 번째로 지구에 오게 된다.

지구에서 어린 왕자는 뱀과 여우와 장미들을 만나게 된다.

 

어린 왕자는 지구에서 만난 여우와 철학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 달라고 이야기한다. 어린 왕자는 그런 여우에게 길들이는 게 뭐냐고 묻는다. 여우는 길들인다는 것은 너에게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길들인다는 것.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길들여본 적이 없다. 누군가를 언제까지 책임진다는 말이 왠지 모르게 낯설게만 느껴진다. 점점 무언가에 책임을 지는 게 어려워지는 것 같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책임을 지는 일을 아예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라고 다르겠는가. 언제까지나 책임진다는 것이 짐처럼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올까? 생각한다.

 

어린 왕자는 지구를 걷고 걷다 화자인 를 만나게 된다. 어린 왕자는 지구를 떠나기 전 우물을 찾는 나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이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

"The stars are beautiful, because of a flower that can not be seen."

"The desert is beautiful," said the little prince, "is that somewhere it hides a well..."

 

영한대역으로 읽어본 어린 왕자는 한글로만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처음에는 한글판과 영문판을 위의 사진처럼 맞대어 놓고 한 문장, 한 문장 해석하며 읽어 보았다. 영어로 된 문장 중 해석이 어렵거나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모르는 부분을 한글판으로 바로 눈을 돌려 해석도 해보고 단어도 찾을 수 있어서 책을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영어 공부까지 할 수 있었다. 영어판을 먼저 읽었다면 중간에 읽다가 포기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판과 함께 보니 한글로 쓰인 문장을 영어 문장으로 바로 해석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린 왕자를 영어로 만나고 싶다면 영한대역본을 보라.

한글과는 또 다른 매력을 당신에게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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