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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팝니다 - 미시마 유키오의 마지막 고백
미시마 유키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소설은 <금각사>의 저자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읽게 된 책이다. 일본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도 처음으로 접해본다. <금각사>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내용인지 검색을 해 보고 아~ 그 작품! 하면서 꼭 읽어봐야 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삶을 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어떤 이에게 삶은 의미가 있고, 어떤 이에게는 운명이고, 어떤 이에게는 비관적이다.그런데 주인공에게 삶은 염세적이며,무의미하다. 사르트르의 <구토>에서 로캉텡이 느꼈던 구토를 , 카뮈의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단지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살의를 느꼈던 것처럼, 주인공은 삶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목숨을 팔게 된다.
카피라이터인 하니오는 아무런 이유없이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자살에 실패한 그는 자기 목숨을 판다는 신문광고를 낸다. 그의 목숨을 사는 사람들은 노인,도서관 사서,인간드라큐라 여인,비밀조직까지 다양하다.하니오는 목숨을 팔았지만 번번히 자신은 살아남고 다른 사람이 죽게된다.그가 이해하기 힘든 것은 자살이 아닌 살인의 위협에 시달린다는 점이다.하니오의 목표는 스스로 죽는 것이다.
세계가 의미 있는 것으로 변하면 죽어도 후회는 없다는 기분과, 세계가 무의미하니 죽어도 상관없다는 기분이 어디서 서로 화해하는 것일까.그러나 결과가 어떻든 하니오에게는 죽음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p85)
피로가 그를 살아 있게 하다니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죽음이라는 관념과 유희를 즐기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한 것일까.(p93)
제목에서 동시에 느껴지는 무거움과 가벼움을 소설은 잘 다루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소설답게 죽음이라는 단어를 추리소설처럼 재미있게 엮어 나가고 있다. 그래서 소설은 흥미진진하고, 기발하다.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어 단숨에 읽어버린다.
하지만 소설은 오락용이라고 하기엔 무거운 주제에 접근을 시도했다. 삶의 이유에 대한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있어서 그저 웃고만 끝낼 수 없다. 미시마 유키오가 자살하기 2년 전에 쓰인 작품이라는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보통 사람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결혼과 직장생활만이 정답이라는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회생활과 조직이라는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의 삶의 관점을 생각해 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