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심리학 노트
곽소현.박수선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중년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는 중년이다. 그것은 아마도 중년이면 갖추고 있어야 할 것들을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중년이 되면 모든 것이 저절로 생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살다보니 세상의 어느 것 하나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껴간다.

 

 중년이라는 세대에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나의 중년은 삶을 즐기기는 커녕 온갖 무거운 책임감이 짓누른다. 그 책임감의 무게가 어찌나 무거운지.. 아이들이 자랄수록 돈들어가는 곳은 많고 돈이 나올 곳은 한정되어 있고, 꿈을 꾸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진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선뜻 일을 벌이기도 겁이나는 겁쟁이가 되어 버렸다. 가던 길조차도 항상 가던 곳으로 걸어야 편하게 느껴지고, 물건을 놓던 장소도 바뀌면 헷갈린다. 이렇게 모든 것이 안정되어야 편안함을 느끼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가 어렵다. 이 모든 것들이 나만 겪는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보니 모든 중년이 겪는 문제였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편안해진다. 책은 이렇듯 중년의 문제에 공감해준다.

 

 머리말부터 심금을 울린다. 그건 저자의 글이 바로 내 마음이기 때문이다. 책은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지는 않다. 그저 중년인 저자가 느끼는 삶, 생활을 수필처럼,물 흐르듯이 써내려갈 뿐이다. 저자의 직업상 만나게 되는 많은 중년의 상담사례도 싣고 있어서 더욱 공감을 하게 만든다. 책은 어떤 주제가 없는 것처럼, 동네 아줌마의 수다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편하다. 수다가 쓸모없음에도 수다를 떨고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처럼 저자의 글도 그런 수다처럼 편한 위로를 준다.

 

 서서히 흐트러지고 있는 몸매, 눈의 총명함도 조금씩 흐려지고, 머리카락도 윤기가 없어지고 흰머리는 뽑기엔 너무 많다. 푼수 떠는 모습, 자녀와 과자 갖고 싸우는 유치함, TV와 절친이 된 그와 그녀들은 중년이다. 이러한 중년의 자신과 화해하라. 용서할 수 없고 용서하기도 싫어서 중년들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 가면은 완벽과 최선의 결정체들이며, 부드러운 매너는 매력적이고 아름다울 정도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큰 법이다. 내면에 묻어두고 잊고 있었던 상처와 아픔들도 자신의 모습이다. 화나고 외롭고 아픈 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그림자와 만나는 것이며, 있는 그대로의 참자기와 대면하는 것이다. 그런 용기를 가져보자..약점은 인생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자신만의 비전을 찾게 해주고, 자신이 갖고 있는 약점으로 인해 비전이 활성화되어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열정이 뿜어져 나온다. 마음이 가는 그곳이 자신의 비전이며 자신의 약점과 만나는 지점이다. (p114~115)

 

 나보다 더 연세 드신 분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나이먹으니 여기저기 아픈데도 많아지고,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해간다.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던 내 얼굴에 주름이 여기저기 생기기 시작하고, 자신감도 많이 사라졌다. 나이 사십은 많은 것을 가르는 시기인 것 같다. 돌아보면 사십부터 젊음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 열린 것 같다. 오죽하면 '옛날사람들은 사십까지만 살았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이러니 내년이면 얼마나 많이 달라진 내 모습을 보게될지 겁난다. 한해한해 나이먹기 두렵다. 참 다행스러운 것은 이것이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중년들의 생각이 나와 별반다르지 않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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