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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꽃이 내리다 ㅣ 작가와비평 시선
이채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1월
평점 :
1980년대 학창시절 서정윤의 <홀로서기>는 시의 대명사였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우린 그 때 처음으로 시가 이렇게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로 부터 시를 대할 때면 또 다른 <홀로서기>를 만나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읽어본 시집이 몇 권이나 될까?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시를 읽기 싫어함은 깊은 생각을 하기 싫어함이다. 곱씹어야 맛을 아는 시가 불편한 까닭이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얕은 단맛에만 길들여진 까닭이다. 이채현시인의 시집 <하늘에서 꽃이 내리다>는 얕은 맛의 쉬운 시와 꼭꼭 앂어 삼켜야 그 맛을 아는 깊은 맛의 시가 적절히 잘 섞여 있다.
책은 4개의 목차로 나뉘어 100여편의 시를 싣고 있다. 각 시들은 자연과 시인의 생활 속에서 얻어진 소재가 많다. 그래서 공감이 가는 시가 많다. 하지만 시인의 연세가 말해 주듯 연륜이 묻어나는 시들은 공감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채현시인은 1964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현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가득한 '나' (p24)
'내'가 한 조각씩 깍이는 만큼 사랑은 살아나나요?
'내'가 한 번씩 넘어지는 만큼 사랑은 일어서나요?
'내'가 한 뼘씩 낮아지는 만큼 사랑은 자라가나요?
'내가 한 웅큼씩 퍼내는 만큼 사랑은 담겨지나요?
'내'가 한 입 가득 웃는 만큼 사랑은 날아가나요?
'내'가 한 순간이 모든 것인 만큼 사랑은 행해지나요?
'내'가 한 줄기씩 그리워하는 만큼 사랑은 닮아가나요?
그리하고 싶은데
그리되지 않으니
'나'는 '나'를 무척 사랑하나 봅니다.
허나 당신은 바람 되어 긴 세월 '나'를 다듬고 계십니다.
조금씩 땅처럼 기뻐하는 '나'를 느낍니다.
나는 시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한 번 읽어도 바로 공감이 가는 쉬운 시가 좋다.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쉽게 공감이 가는 시부터 읽어본다. 그러나 음식도 꼭꼭 씹어야 맛을 아는 음식이 있듯이 시도 여러번 읽어야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가 있다. 어려워서 바로 이해가 안 되는 시는 묵혀 놨다가 다시 읽어본다. 1독 2독 3독 하다보면 마침내는 깨치겠지.부담갖지 말자.
벌써 중년인 나는 꽤 나이를 먹었지만, 시인의 깊은 뜻을 모두 이해할 수 없다. 모르는 부분은 그 나이가 되면 굳이 알려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지겠지..기다리련다. 살다가 가끔씩 생각나면 들춰보련다. 커피 한 잔 손에 들었을 때마다 시 한편씩 읽어보련다. 시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사막같은 내 생활에 달콤한 오아시스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