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자
너대니얼 호손 지음, 박계연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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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홍글자>는 두 번째 읽는 소설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사랑과 불륜이라는 겉으로 드러난 주제밖에 읽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두 번째 읽게 되니 소설 속에 드리워진 낙인이 보인다. 인간은 누구나 가슴에 주홍글자를 달고 산다. 어떤 이는 세상의 규율때문에 만들어진 주홍글자를 가슴에 달고 , 어떤 이는 세상의 편견때문에 만들어진 주홍글자를 가슴에 달고 산다.
 
  <주홍글자>는 미국적이지 않은 느낌의 미국 고전이다. 그동안 읽었던 많은 종류의 미국 소설이 가벼운 느낌이었지만, 이 소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주제 자체가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과 윤리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가벼울 수 있는 사랑과 불륜이지만, 그것을 정의라는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엮어낸 작가의 솜씨는 문학을 예술의 차원으로 올려 놓는다.
 
 작품은 17세기 중엽의 보스턴을 배경으로 하여 초기 청교도 식민 시대를 그려내고 있다. 이미 결혼한 헤스터 프린 독신자인 목사 아서 딤스데일 사랑으로 딸을 얻는다. 하지만 그 시대에 그들의 사랑은 금지된 사랑이다. 그래서 헤스터 프린은 가슴에 간통을 뜻하는 A자를 달고  살아간다.
 
 헤스터 프린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드러냈지만, 그 상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음으로써 소설은 긴장감을 더한다. 죄를 드러낸 헤스터 프린은 그녀대로 아픔과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자신의 부정을 드러내지 못한 목사 아서 딤스데일은 헤스터보다 더 큰 고통에 몸부림치는 삶을 살아간다. 그것을 헤스터의 남편인 로저 칠링워스 밝혀내기 위해 주위에 맴돌면서 아서 딤스데일에게 고통을 더한다.
 
  "말해라!" 또 다른 잔혹한 목소리가 처형대 주위의 군중으로부터 날아왔다. "말해라. 그리고 저 아이에게 아버지를 찾아주어라!"
  "절대로 말하지 않겠습니다!" 헤스터는 죽은 사람처럼 파랗게 질려 확실히 들은 기억이 있는 이 목소리를 향해 대답했다.
  "그리고 제 아기에게는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를 찾게 할 것입니다. 이 아기에게 지상의 아버지는 가르쳐주지 않겠습니다!" ----(P33)
 
 소설은 금지된 사랑을 한 이들이 어떤 고통을 받게 되는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권선징악과 같은 모습도 띄고 있다. 하지만 소설은 사랑과 윤리 문제를 통해서 세상의 모든 제도를 단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어떤 관습이나 법도 그 시대의 산물일뿐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음을. 그것은 그 시대의 가치일 뿐이란 것을. 그럼에도 세상에는 무시하지 못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누구나 가슴에 주홍글자를 달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자신의 주홍글자가 세상으로부터 온 낙인이라는 것을 인식하며 살고 있지만, 어떤 이들은 자신의 가슴에 달린 낙인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인간은 누구나 넓게는 세상의 제도가 만들어낸 주홍글자라는 낙인을, 좁게는 자기자신이 만든 낙인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아간다. 수많은 주홍글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형감옥처럼 인간을 옭아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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