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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소설 40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개정증보판 ㅣ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박지원 외 지음, 권정현 엮음 / 리베르 / 2013년 1월
평점 :
영어 원서를 찾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영어가 안되기도 하지만, 수많은 번역본이 있는데,굳이 원서로 읽어야할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그런데 이제는 그들을 이해할 뿐만아니라 공감한다.필자도 한국고전소설을 원문으로 읽었기 때문이다.ㅋ 물론 한자나 15세기 한글로 씌인 고문서를 접한 것은 아니다.원문에 충실한 <한국고전소설40>을 읽었을 뿐이다.책은 원문과 수정본의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책에서는 우리가 일생에 한 번 만날까말까한 40편의 한국고전소설이 실렸다.책이 차고넘치는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한국고전소설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다.나는 과거와 연결되어 있고 또한 미래와 연결된다.그래서 과거는 우리의 미래를 말해주는 지표다.혼란스러운 청소년기에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모습을 잔소리같지 않게 들려줄 수 있는 비법이 바로 고전소설이다.물론 필자도 처음엔 아이의 수능.논술을 걱정해서 읽게 되었다.그런데 고전소설들이 말해주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책의 진짜 매력에 빠져버렸다.진짜매력, 그것은 바로 원문만이 줄 수 있는 깊은 맛이다.
책의 구성은 상고시대,고려시대,조선전기,조선후기로 나뉜다.상고시대에는 신화와 설화를 실었다.고려시대에는 가전체문학을.조선전기에는 전기소설을.조선후기에는 설화 소설,우화 소설,풍자 소설,염정 소설,가정 소설,군담 소설,사회 소설로 나눈다.문학작품의 종류는 바로 그 시대의 성격을 말해주고,그 시대의 특성이 바로 문학의 한 조류를 이루게된다.그래서 작품의 종류는 굳이 나누지 않아도 저절로 갈라지는 강줄기 같은 것이다.
일단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들 위주로 실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작품의 제목만으로도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다.또한 어려울 수 있는 고전소설에 '작가와 작품 세계','작품 정리','구성과 줄거리','생각해 볼 문제'로 나누어 작품의 이해를 돕고 있다.책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원문을 최대한 살리면서 필요한 부분에서는 현대어로 대체했다.어려운 어휘는 각주가 아니라 내주로 처리해서 가독성을 높이고 있다.
"만 냥으로 나라의 경제가 좌지우지되니 이 나라 경제의 기반이 어떠한지를 알겠구나!"-p639<허생전>
"그대의 얼굴빛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구려.만 냥을 실패 보지 않았소?"
허생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재물로 얼굴이 기름지게 되는 것은 당신들에게나 있는 일이오.만 냥이 어찌 도(道)를 살찌우겠소"-p642
고전소설이기 때문에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었다.아이들이 과연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그런데 80쪽까지만 읽어내면 그 다음부터는 술술 읽힌다.80쪽까지는 역사적인 시간과 공간의 차이가 너무 큰 신화와 설화를 다루기 때문에 주석이 많아서 가독성이 떨어진다.이 부분이 어렵다면 조선전기소설부터 읽어도 좋다.책은 중학교 1학년이 읽기에는 무리가 있고,중학교 2학년부터는 읽어도 될 것 같다.
대부분은 한국고전을 교과서로 일부분만 접하게 된다.그래서 우리는 글의 진정한 맛을 모른다.우리가 맛본 것은 시식코너에서 한점 얻어먹은 얕은 음식맛과 같은 것일뿐 진짜 작품을 읽은 것은 아니다.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진짜인줄 믿고 살아간다.그래서 전작을 만나거나 원문을 만나면 그 맛의 차이에 놀라게된다.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읽을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던 <춘향전>을 읽으면서 그 슬픔에 목이 메어오고,<흥부전>을 읽으며서 이 시대의 빈부격차와 같은 모습을 보았다.<옹고집전>을 읽으면서 포복절도 했으며,<허생전>을 읽으면서 과거와 현재가 다르지 않음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