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클래식 보물창고 15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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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중학교 1학년때 <데미안>을 읽었다.읽고 난 후 기억은 난해하다는 느낌밖에 없었다.<데미안>을 읽고 난 후 20년의 세월이 흘러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 표지의 “새는 알 밖으로 나가려고 안간힘을 쓴다.알은 세계다.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그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이다” 라는 문장이 나의 뇌리를 때렸다.그 순간 나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고 다시 태어났다.

 

 

헤세의 <데미안>은 혼란스러운 청소년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탐구해 나간다.여름날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불안한 소년의 감성을 헤세의 섬세한 손길이 소년을 어른으로 성장시킨다.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는 자아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하나의 우주가 재탄생하는 시기다.우주는 카오스와 코스모스가 혼재한다.태어남은 이렇듯 혼돈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이다.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자신을 둘러싼 단단한 껍질인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책의 서문에서 구도자이자 작가인 주인공은 죽음이 임박했음을 암시한다.본문은 부잣집 아들인 18살의 주인공 싱클레어가 두 개의 세계를 깨닫는 것으로 시작된다.그것은 선과악이라는 극과 극의 두 개의 세계가 바로 자신의 집과 이웃에 공존한다는 놀라운 사실이다.프란츠 크로머가 그를 유년시절로 부터 떼어놓은 매개체라면 데미안은 그에게 선과악의 이분법적인 관점에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 최초의 인물이다.싱클레어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인 피스토리우스,데미안,데미안의 어머니인 애바부인을 통해서 수많은 고통을 극복하고 자아에 이르는 과정을 깨달아간다.

 

 

헤세는 이 작품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구상하고 집필한 것으로,전쟁은 작품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또한 기독교적 가정과 성장배경등 헤세 개인의 자전적 요소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그래서 두 개의 세계와 선과 악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책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쓰였다.<데미안>이 난해하다는 평은 기우에 불과하다.어른들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모든 대화는 나 자신이 형성되는 것을,그리고 내가 허물을 벗고 알 껍질들을 산산조각 내는 것을 도와주었다.그리고 대화를 할 때마다 나는 머리를 조금씩 더 높이,더 자유롭게 치켜들었다.마침내 나의 황금빛 새는 자신의 아름다운 맹금의 머리를 박살이 난, 세계의 껍질 밖으로 쑥 내밀었다.(p167)

 

 

 

30년 전에 읽었던 <데미안>은 어찌나 어렵던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그런데 이 책은 정말 쉽게 씌였다.번역의 기술,책을 만드는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꼽씹으며 읽었다.책은 사건중심적으로 펼쳐짐과 동시에 의식의 흐름에 따른다.그래서 <데미안>은 어려운 책이었던 것이다.<데미안>이 이렇게 수준 높은 작품이었던가! 그럼,예전에 난 뭘 읽었지? 의문이 든다.

 

 

 

책은 한 소년이 유년기와 작별을 고하는 과정,그래서 개인의 성찰을 따라 읽고 해석해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 등장하는 선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과 이교적 관점은 절대적인 선과악의 구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또한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일정한 틀,고정관념으로도 볼 수 있다. 더 크게는 한 세계를 인류전체의 이상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섬세한 문장과 더불어 세계를 보는 새로운 관점,다양한 해석의 여지는 <데미안>을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다시 읽은 <데미안>은 내게 창조적 파괴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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