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대표수필 50 - 개정 16종 국어 교과서 전 작품을 실은 리베르 개정 16종 국어교과서 문학작품
김형주.박찬영 엮음 / 리베르스쿨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대부분 수필을 처음 접하게 되는 때는 중학교 때가 아닐까 싶다.붓가는 대로 쓴 글이라는 이름하에 수필은 가장 쉬운 글이라는 생각도 그때 생긴 것 같다.그래서 수필은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고,끼적거려 볼 수도 있었다.그런데 수필이 마냥 쉬운 글만은 아니라는 자각을 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이 책에 실린 고등학교대표수필은 그것을 잘 말해 준다.수필도 나름대로 따르는 형식이 있고,문체가 있고,구성 방법이 있다.

 

책은 쉬운 수필만 대해 왔던 청소년들이 도전해 보기에 좋다.물론, 수능.논술 내신을 위한 필독서로 출판된 책이기 때문에 고등학생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개정 16종 국어 교과서 전 작품을 실었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을 읽어 볼 수 있어서 좋다.특히 고전수필에서부터 현대수필까지 수필의 변화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독자는 수필의 외향의 변화를 보면서도 수필의 저변에 흐르는 변치 않는 가치를 발견 할 수 있다.수필은 청소년들에게 삶을 되돌아볼 여유를 준다.

 

글을 싣는 순서는 사소한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자아성찰의 글과 시대의 잘못을 꾸짓는 세태 풍자글,삶과 타인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 글,자연에서 얻은 교훈과 깨달음이 드러난 글,여정과 견문,감상을 쓴 글,사라진 대상에 대한 그리움에 표현한 글로 나누었다.이들 작품은 민중의 정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아니라,작품의 원문과 함께 어휘 풀이,작가 소개,작품 정리,생각해 보세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여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책은 짧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부터 긴 글까지 다양하게 싣고 있다.

 

2.'목침'과 '바둑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모든 비자나무가 바둑판이 되는 것은 아니다.어떤 비자나무는 목침이 되기도 한다.바둑판이 되는 비자나무 중에는 일급품 바둑판이 되는 것도 있고,특급품 바둑판이 되는 것도 있다.대체로 상처가 없는 비자나무는 일급품 바둑판이 된다.하지만 상처가 있는 비자나무 중에 상처를 이겨낸 것은 특급품 바둑판이 되고,끝내 상처를 이겨 내지 못한 것은 목침이 된다(p136)

 

홍대용의 <매헌에게 주는 글>에서는 ' 이제 나의 뜻으로 옛사람의 뜻을 맞이하여 융합하여 사이가 없고 서로 기뻐하며 마음이 풀리면,이것은 옛사람의 정신과 견식이 나의 마음을 통해 들어온 것이라'는 옛 사람의 독서법을 배울 수 있다.김진섭의 <명명철학>에서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그 실체를 알기 전에 그 이름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는가를 깨닫게 된다.특히 강은교의 <완전한 선택>을 읽으면서 내 존재에 대해 커다란 자각을 했다.존재의 삶과 죽음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허균의 <유재론>은 철저한 신분사회였던 조선시대에 이토록 과감하게 비판적인 글을 썼다는데 놀랐다.

 

수필을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볼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생각없이 바쁘게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또 하나 수필은 현대인의 삶에 대한 성찰과 치유의 힘이 있다.물질 문명이 모든 것을 빠르게 바꿔 버렸지만 사람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독자는 고전수필을 통해서 그 당시의 사회적 모습을 통해 개인의 체험과 생각 및 역사적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옛 사람들의 그 시대에 앞선 생각을 보여 주는 글들을 읽으면서 놀랍기도 하다.책에 실린 글들을 조금 더 빨리 만났더라면 내 청소년기는 더 풍요롭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한편으로 책은 문학의 역할과 문학이 추구해야 할 것을 잘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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