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인 느낌의 동화

물의 침묵 ㅣ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4
주제 사라마구 글, 마누엘 에스트라다 그림, 남진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10월

주제사라마구의 책들을 좋아한다.<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부터 만난 그의 책들은 파격적이다.내용 못지않게 형식 또한 파격적이다.따옴표를 생략한 소설,삶과 죽음을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선상에 놓는 그의 관점,인생을 미지의 섬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그려낸 소설,특히 <눈 먼 자들의 도시>와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밑바닥 모습까지 과감하게 보여준다.그래서 나에게 주제사라마구의 작품을 만나는 것은 하나의 혁명적인 사건이다.

그런 주제씨가 이번에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썼다.다소 철학적인 주제 사라마구가 어린이에게는 어떤 식으로 접근을 했을까? 무척 궁금해서 펼쳤다.그런데 동화는 의외로 간결하다.너무 간결해서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동화지만 어떤 어린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짤막한 한 편의 일기같다.어찌보면 헤밍웨의의 <노인과 바다>와 비슷한 점이 있다.

주인공 소년, 나는 강으로 낚시를 간다.낚싯대를 드리우자 소년은 짜릿한 흥분을 느끼지만 그와 물고기와의 전투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소년은 실망해서 강가에 앉아 멍하니 잔잔해진 물을 바라본다.바로 그 때 엉뚱한 생각이 떠올라 괴물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집으로 달려간다.그러나 그 순간은 이미 지나간 순간임을 소년은 생각하지 못한다.강물이 한 곳에 머무르지 않듯이,괴물 물고기가 그 곳에 계속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순진한 소년은 미쳐 생각하지 못한다.소년은 반복되는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자취를 남겼듯 자신의 희망을 남겨둔다.

그래서 책은 몇 개의 이야기를 섞어 놓은듯 한 느낌과 주제사라마구 자신의 일기를 옮겨 놓은 듯한 느낌,다소 은유적인 느낌과 알레고리적인 느낌이 중첩된다.너무 쉬운 동화여서 오히려 책을 여러번 읽고 생각하게 만든다.책은 우리에게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과 함께 희망은 선사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