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가락 - 신은 그들의 손가락에 위대한 수갑을 채웠다
사토 다카코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올 해는 일본 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아직까지 일본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지만,일본 소설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우리 나라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1%의 그 무엇.요리로 치면 감칠맛이나 손맛 쯤 되지 않을까.그런데 일본 소설에는 우리나라 소설에서는 빠지지 않는 1%의 아쉬움이 있다.딱부러지게 말 하지 않는 끝맛의 불분명함과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그것은 아마도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어쩔수 없는 간격일 것이다.

 

작가가 소매치기의 세계를 어쩌면 그렇게 흡사하게 그려낼 수 있는지 소설은 놀랍도록 섬세하다.후반부터는 영화처럼 빠르게 전개된다.액션 영화의 쫒고 쫒기는 장면을 보는듯 영상이 눈앞에서 빠르게 펼쳐진다.쓰지와 하루의 대결은 팽팽한 긴장감 몰고 온다.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환경은 쓰지가 사회에서 소매치기로 자라날 수밖에 없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쓰지는 소매치기를 즐길뿐 그 이상의 폭력은 싫어한다.반면에 하루는 소매치기 이상의 폭력으로 치달아 결국 두 사람이 얽히고 만다. 그래서 이 소설의 끝은 참 허무하다.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저자 사토 다카코는 <서머타임>으로 MOE동화대상을 받으며 데뷔했으며,<이구아나가 귀찮은 날들>로 산케이아동출판문화상,일본아동문학자협회상을 받았다.<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로 요시카와 에이지문학 신인상,제4회 서점대상을 수상했다.저서로는 <말해도 말해도>,<노란 눈의 물고기>,<슬로모션>등이 있다.

 

소매치기 쓰지 마키오는 출소한 날 자기보다 어린 소매치기에게 어머니의 백을 소매치기 당하고 어깨가 꺾인채 길가에 쓰러진다.그것을 우연히 점술가 마르체라로 여장한 히루마가 발견해서 치료하고 동거하게 된다.쓰지에게는 전설이 된 소매치기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소매치기의 눈이 있고 소매치기의 기계인 오른손이 있다.변호사공부를 했던 점술가 히루마는 쓰지에게서 묘한 인간적인 이끌림을 느끼면서,사건에 얽혀들어간다.쓰지는 천식발작이 있는 이복 여동생 소다 사키와 서로에게 친밀한 감정이 있지만 쓰지가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쓰지에 대한 사키의 감정은 자신의 목숨 그 이상이다.쓰지와 어린 소매치기 하루는 서로에게서 같은 것을 발견해 내기까지 목숨을 건 게임을 코너까지 몰고 간다.

 

"당신의 현재 상황이 이 중앙의 카드 '달'이에요.불안을 상징합니다.불안,동요,직관,예감,공포."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달을 무서워했어요.인간을 광기에 빠뜨리는 강한 마력이 있다고 믿었죠.어둠을 비추는 빛인 동시에 어둠 속으로 깊이 끌어당기는 유혹이기도 하니까요"(P201~202)

 

다른 사람의 지감을 훔치는 천재 소매치기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내다보는 묘령의 타로카드 점술가,닮은 듯 다른 두 남자의 모순투성이의 엇갈린 동거.그들은 분명 사회 질서의 바같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타로카드의 점술이라는 과거의 매개체가 과거와 현대 사이에 오락가락 펼쳐지지면서 소설의 신비감을 더해준다.이 소설의 묘미는 마르체라라는 점술가로 여장한 히루마라는 인물에게서 뿜어져 나온다고 할 수 있다.단순한 범죄소설에서 점술가가 등장함으로써 우연과 필연,신비감이 교차하면서 소설의 품격을 한 차원 높여준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소설의 클라이맥스로 치달을수록 어느새 쓰지를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이다.분명 그는 소매치기인데.그래서 이 소설은 지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소매치기도 부정할 수 없는 사회의 구성원이다.이런 삶도 있다는 것일까? 쓰지는 결국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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