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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쉐이크 - 영혼을 흔드는 스토리텔링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내 인생이 태산이라면 ,그 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이다.내 속에서 끓고 있는 욕망이 폭발하면 그것은 시뻘건 용암으로 흘러내릴 것이다.그런데 내 속에서 끓고 있는 게 무엇인지 어떤 형태인지 규명하기도 쉽지 않다.글을 쓰고 싶은 욕망은 온 몸을 뚫고 올라오는 기운 같은 꿈틀거림으로 찾아온다.쓰다보면 희미했던 그 무엇이 어떤 형태가 되어 나타나지 않을까.내가 규명하지 못한 그 무엇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그래서 나는 쓰고 싶어진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 글쓰기다.내 욕망을 맘껏 표출 할 수 있는 것이 소설인 줄 알았는데,상상 속에 집을 짓고 도시를 만들어 사람들이 아웅다웅 살아가게 해야 하는 것이 소설이란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나는 좌절하고 말았다.램프의 요정같은 마술을 부릴 재주가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유명한 작가들은 그 집을 어떻게 지을까? 그들은 세상을 어떻게 창조하는지 훔쳐보고 싶어진다.그래서 나는 오늘도 작가사냥에 나선다.그런데 작가는 처음부터 대어를 낚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이야기꾼은 좋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할 뿐이다.
저자는 글쓰기를 사계절에 맞춰 떠나는 여행에 비유한다.그래서 작가는 이 여행의 가이드가 된다.그는 우리를 봄 꽃동산 코스,여름 사막 코스,가을 바다 코스,겨울설산 코스로 안내한다.이 여행에서 무엇을 얼마나 찾을지는 그를 따라 나선 여행자의 몫이다.작가는 다만 여행객이 진주를 캐 낼 수 있도록 독자의 영혼을 흔들어 놓을 뿐이다.여행자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내면의 여행을 떠난다.
<방각본 살인사건>으로 소설가 김탁환을 만났다.그는 거인이다.그래서 우리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야 한다.김탁환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소설가의 대명사다.이야기꾼이 된 그는, 독자를 흔들어 잠시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들여다보게 만든다.김탁환의 작품 <천년습작>,<노서아 가비>,<눈먼 시계공>,<열하광인>은 이 여행을 더욱 풍부하게 해 주는 좋은 재료다.
축구선수 박지성은 공이 없을 때 움직임이 좋은 선수로 주목을 받지요.축구공이 내 발에 닿고 나서야 허둥지둥 차내면 좋은 선수가 되기 어렵습니다.공이 오지 않은 순간에도,이미 그 공의 흐름과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살펴 미리 움직여야 하지요.공이 발에 닿기 전이지만 여러분은 벌써 축구를 시작한 겁니다.(P85)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잘 쓴 글이다.<쉐이크>는 여행을 떠나듯,바람이 스치듯 가볍게 읽을 수 있다.<쉐이크>는 작가의 수많은 실패와 경험이 잘 어우러진 이야기다.하지만 작가를 꿈꾸는 사람은 <게스트하우스>에서 결코 가벼울 수 없다. <게스트 하우스>는 저자가 독자에게 주는 숙제다.그는 여행자의 내면을 밑바닥부터 돌아보게 만든다.그래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마음가짐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저절로 깨닫게 된다.물론, 어느 정도의 글쓰기 노하우도 전수해 준다.
우리의 유한한 삶은 무한한 이야기를 남긴다.그래서 인간은 죽지 않고 이야기로 영원히 살아 남는다.나도 영원히 살고 싶은 걸까? 그것이 다는 아니다.글을 쓰면서 나를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가끔은 이중적인 내 모습에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결국 글쓰기는 나를 치유한다.소설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그저 다독만 해온 나는 몽상가일 뿐일까? 그 무언지 모를 1%가 나를 갈증나게 한다.나의 갈증은 무엇이라도 끼적거릴 때 조금이나마 풀린다.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쓰기에 몰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