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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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고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떠올렸다.그런데 이미 예고된 재난인듯 천호동 리모델링 건물이 붕괴됐다! 사고공화국에 사는 우리는 언제라도 그 희생양이 될 수 있기에 소설이 소설같지만은 않다.산과 고층건물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시킨 작가의 상상력에 탄성이 절로난다.
 

지구촌에서는 매일 홍수,화산폭발,폭설,지진과 쓰나미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난다.그중 많은 부분은 비행기 추락,열차 탈선,태러,전쟁등 인재로,자연의 경고를 무시한 인간의 이기심이 불러온 사고가 차지한다.씽크홀은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자연의 경고다.또한 재난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본성이 드러난다.책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대재난에 비굴한 이들을 작가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인다.반면,인간만이 베풀 수 있는 이타심도 재난의 현장에서는 빛을 발한다.그래서 소설은 아프지만 아름답다.

   

베테랑 등반가 김혁과 소희는 낭가파르트에서 영준을 잃는다.김혁은 낭가파르트 빙벽을 닮은 시저스타워를 보며 본능적인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꽃집에서 일하는 27세의 플로리스트 민주에게 34살의 정형외과 의사 동호가 우연한 만남으로 다가온다.끊길 것만 같던 둘의 만남이 운명으로 바뀐 것은123층짜리 초고층 빌딩 한국의 바벨탑 반포 시저스 타워 오픈 바로 전날이다.동호는 건물의 주인 양미자 회장의 아들임을 밝히고 그들은  꿈꾸듯 사랑에 빠진다.그런데 자정이 막 지나는 순간 굉음이 들리고 땅이 울리더니,구멍이 시저스 타워를 삼켜버린다.땅이 꺼지고 562미터의 123층짜리 건물이 사라져버린다.


책은 이재익 작가의 7번째 장편소설이다.작가들은 뉴스를 보며 소설감을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이 작품 역시  싱크홀과 관련된 뉴스를 본 후 구상하게 된 작품이다.목차구성이 D-7~D+7로 의미심장하다.7월 어느날의 등반.27세의 서민주.책에서 행운의 숫자7은 기적을 의미하는 걸까?

 

소설 속 군상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한다.삼풍백화점 붕괴 때처럼 시저스 타워도 건축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감추어져 있다.상황이 바뀌는 대로 의견을 슬쩍 바꾸는 전문가들.태생이 논리적이고 교활한 남국장.천재지변으로 인한 건물의 손상이나 붕괴를 대비해 다섯 곳의 보험사에 보험을 들어 놓아 건물을 짓는 데 든 돈보다 오히려 더 많이 받게 될 치밀하고 신중한 성격의 양회장.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원칙주의자라는 평을 듣지만,의외의 기지를 발휘하는 인물 셰르파 윤지훈 총경.정신과 의사 달봉을 바람둥이로 설정한 것은 역설적이다.허를 찌른 기분이다.매몰현장에 전과 6범 현태의 등장은 일반인의 상상을 깨는 작가의 파격적인 상상력을 보여준다.

 

 "씽크홀은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면서 땅이 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위에서 보면 원형으로 구멍이 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홀이라는 표현이 붙었습니다.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거나 지하수를 지나치게 빼 쓰는 경우에도 생기고 지반이 구조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내려앉는 경우도 있습니다."(p196)

 

역설적인 표현과 반어적인 표현이 많아서 재미있다.우연과 기시감 ,상징성이 많고, 그래서 환상적인 면도 찾아볼 수 있다.한올 한올 떠서 패턴을 넣아 짠 스웨터처럼 짜임새 있는 구성에 혀를 내 누르게 된다.놀람,유머,웃음,아픔.사랑..많은 감정이 잘 버무려져 현실감과 함께 재미를 선사한다.특히 작가의 빼어난 관찰력이 낳은 묘사의 아름다움빠지게 만든다.

 

신의 권위에 도전한 바벨탑처럼 시저스타워도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모한 도전이다.시저스 타워의 붕괴도 충격이지만 붕괴후 매몰 현장의 모습도 충격적이다.씽크홀 속에서 사랑을 찾아헤매는 이들의 모습과,죽음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은 재난과 대조를 이룬다.재난은 예고없이 찾아온다.그러나 폐허 속에서도 한떨기 꽃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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