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설가의 고백 -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으로 처음 만나 단번에 그 이름을 외워버렸다.책의 서두부터 수도원의 도면이 주어지고,과거의 기록을 쫒고 있다는 윌리엄 수도사의 고백은 독자로 하여금 <장미의 이름>을 실화로 느끼게 만든다.그런데 에코의 고백을 읽고 나니 완벽하게 속았다! 그는 나같은 독자에게 자신이 던진 윙크를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한다.수도원의 도면과 장서관의 도면은 실제도면처럼 완벽해보인다.장서관의 미로는 미노타우르스가 갇혔던 미궁보다 더 아름답다.그런데 그것이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허구라니!  믿을 수가 없다.이렇게 대담한 소설을 쓴 작가는 어떤 인물일까?
 

 일흔일곱이라는 결코 젊지 않은 움베르토 에코."읽고 쓰는 즐거움.이것이 바로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다."그는 말하고자 하는 방향을 먼저 제시한다.책은 평범한 독자에게 무척 어렵게 느껴진다.그래서 그는 먼저 독자에게 나침반을 쥐어줬는지도 모른다.'잘 따라오지 않으면 책 속에서 길을 잃을지도 몰라요.'라고.글에서는 여유로움이 담긴 유머가 있다.자신의 소설 쓰기에 대한 솔직한 답변들이다.책은 자신의 작품들에 대한 회상을 포함해 ,다른 문학작품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담고 있다.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말하고자 하면서 조이스나 보르헤스등 그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컬렉션이 주를 이룬다.그래서 우리는 조이스나 보르헤스 작품이 언어의 연금술이라는 맛을 알게 된다.

 

움베르코 에코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장미의 이름>을 읽어본 독자라면.그가 언어학자이자,기호학자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철학자,미학자,역사학자에 8개국어에 통달한 언어의 천재라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그가 인간이 맞을까? 갑자기 의문이 든다.그는 아마도 외계의 별에서 온 별종이 아닐까?

 

그가 아무리 8개국어를 하는 천재라지만 <푸코의 진자>는 8년이 걸렸고,<전날의 섬>과 <바우돌리노>는 6년이 걸렸다.에코는 <장미의 이름>을 쓰기 전에 수백 개의 수도원 도면과 미로들을 그려보았다고 고백한다.나는 이 같은 문학적 잉태의 시기에 어떤 일을 할까? 서류를 수집한다.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지도를 그리고 건물들의 배치를 눈여겨보기도 한다..나는 이렇게 소설을 준비하는 몇 해를 일종의 마법의 성에서 달리 표현하면 자폐의 바다 안에서 빠져 지낸다.(P25)


 

 보르헤스가 말했듯 각각의 책은 각각의 독서를 통해서 다시 태어난다.텍스트의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그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무한히 확장되는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었다.에코가 이처럼 마법같은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철처한 준비와 공부라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에코도 영감보다 노력을 강조한다.어떤 책을 읽을 때 나는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보르헤스의 책이 그렇고 알랭 드 보통과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이 그렇다.그런데 이들의 작품은 다의적 해석의 여지가 많아서 어렵다.그들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작품을 많이 읽어야 한다.책은 어려운 시를 읽을 때 여러번 읽고 생각해야만 제맛을 알 수 있는 것처럼,사고력을 필요로한다.그래서 어렵지만 정말 재밌는 글이다.단,다독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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