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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 개항부터 해방 후까지 역사를 응시한 결정적 그림으로, 마침내 우리 근대를 만나다!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1년 6월
평점 :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을 아이들이 그대로 재현해 내는 것을 보면서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아이들의 모습에서 역사는 과거가 아닌 현재로 재현된다.개인의 과거가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처럼 한 나라의 역사도 국민의 정체성을 반영해낸다.그래서 과거는 현재와 연결고리가 된다.
우리 역사 중 가장 파란만장 했던 한국 근대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 근대사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서랍장 속의 옷처럼 헝크러진채 숨어 있다.근대의 문화.예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잃어버린 것들은 무엇이고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것은 무엇일까? 생생하게 접근해본다.화가의 눈에 비친 그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이방인의 눈에 비친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책은 1898년부터 1958년 사이에 그려진 외국 화가들과 우리나라 화가들의 그림 86점을 소개한다.개항부터 해방 후까지의 역사를 사진이 말해 준다.한국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식민지 시대와 해방 후 이념의 대결,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분단의 상황,책은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아픈 과거를 여러 각도에서 질문을 던진다.화가들은 사진을 통해서 주요 정치적 사건과 사회문화사를 보여준다.
저자는 신문과 잡지,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단편소설,르포,칼럼을 써왔다.그는 이국에서 그림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10년이 넘었고,우리 나라와 외국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통해 그 시대의 역사적 사건과 사람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복원했다. 풍부하고 정확한 사료를 바탕으로 우리 역사의 숨겨진 이면을 추적해낸다.
한옥 옆 공터에 총을 들고 서 있는 군인이 보인다.이곳은 어디기에 총을 든 군인이 보초를 서고 있는 걸까? ..보스가 당시 미국의 유명 정치인과 재계 인사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리는 유명한 화가였다고 해도,공사관 안에 있는 1등서기관의 집을 몇 달씩 사용하도록 내줬다는 건 이해하기 쉽지 않다.그런데 이 '특혜' 속에 우리 근대사의 한 자락이 담겨 있다..보스는 단순히 신혼여행을 즐기기 위해 조선과 아시아 여러 나라를 방문했던 것일까? (p20~23)
명성왕후의 사촌동생 <민상호 초상>의 다부진 모습과 대조를 이루는 47세의 <고종 황제 초상>은 참 쓸쓸한 모습을 보여준다.'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사건'은 생생한 현장을 말해준다.그러나 안중근 의사가 붙잡혀서 얼마나 고문을 당했을지 그것이 더 마음 아프게 한다,고문당한 흔적이 남아 있는 무명의 여성 독립운동가의 모습,유학자 김영상이 강물에 몸을 던져 자결하려는 장면은 그림이 없었다면 역사에 흔적조차 남지 않았을 민초들의 모습이다.
<한강의 황포 돛배><원산서당의 훈장과 학생들><신발 만드는 장인들><도공><마하연,금강산>은 서구 문명속에 사라져버릴 조선의 마지막 풍경이라서 더 아련하다.교과서에서 봐 왔던 사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사진이 많다.우리가 당연시했던 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이 느껴진다.역사를 생생한 그림으로 보는 재미와 함께, 가슴 아픈 풍속화를 보며 한국인으로서의 우리를 다시 생각해본다.그 아픈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그 혼란스러운 시대에도 역사의 강은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고 그림은 말없이 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