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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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1~5권>은 전국적인 답사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260만 독자를 사로잡았다.밀리언셀러의 위력을 보여주듯 저자의 글은 첫 문장부터 강렬하다.그는 우리가 우리문화재를 보는 시각이 이중적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우리가 문화재에 대한 자부심과 열등감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은 교육의 잘못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안일함의 결과이기도 하다.저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웅장함만을 보고 디테일을 볼 줄 모르는 우리의 무지함을 일깨워준다.그것은 또한 우리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과 같다.현실의 인간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내세를 향한 열망을 담은 우리 문화재의 특징은 자연과의 어울림이다.

 

책은 우리 문화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뿐만아니라 에피소드까지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1~5권과 달리 6권은 저자의 개인적인 인연이 깊은 장소를 골랐다.문화재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중요한 장면에 맞는 사진이 있어서 이해를 쉽게 하고 있다.문장 또한 저자의 학식과 경험의 넓이와 깊이가 잘 드러난다.시대를 초월한 상수들(정도전,경복궁 관리소장 박연근,노비 출신의 건축가 박자청,영남대 박주사)은 우리 문화재에 혼을 담고 생기를 불어 넣어 준 숨은 공로자다.

 

책은 조선시대를 상징하는 경복궁을 넓은 시안으로 조감하면서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디테일한 멋을 보여준다.경복궁이 한 나라의 상징이었다면,전라도와 백제의 문화를 품고 있는 깊은 산사인 순천의 선암사 드러나지 않은 고요한 멋을 보여준다.도동서원과 수승대,동계고택,영암사는 신라와 경상도의 문화와 문화재를 말해준다.마지막으로 부여와 논산,보령의 문화재와 후손들의 삶을 통해 우리 문화재의 멋과 가치를 발견한다.

 

저자는 현재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책은 그가 문화재청장으로 있으면서 겪었던 일화가 많이 수록된다.그래서 독자에게는 살아있는 역사교육이 된다.우리가 알지 못했던 문화재 관리의 어려움이 많이 드러나고,앞으로 문화재를 관리하는 이들이 추구해야 할 방향도 그려진다.부록으로 잘 짜여진 답사 일정표와 안내지도가 포함되어 있다.

 

경복궁은 그 시대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이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세계다.건축물에 담아낸 이상향은 절대권력자가 펼치고 싶은 이상적인 정치이념의 표현일 것이다.경복궁이 자금성보다 스케일이 작은 것은 그 당시 국제적인 질서라고 한다.경복궁 바닥의 마감재인 박석(薄石)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청장님,비오는 날 꼭 근정전으로 와 박석 마당을 보십시오.특히 갑자기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여기에 와보면 빗물이 박석 이음새를 따라 제 길을 찾아가는 그 동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물길은 마냥 구불구불해서 아무리 폭우가 쏟아져도 하수구로 급하게 몰리지 않습니다.옛날 분들의 슬기를 우리는 못 당합니다" (p36)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이 의외로 큰 뜻을 담고 있어서 놀랍다.책은 놀라운 사실들 투성이다.대칭과 비대칭이 어루어진 양의문 굴뚝의 공간배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듯 놀랍고,아직까지도 제기능을 하는 궁궐의 구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자경전 굴뚝과 담장의 벽화에 눈이 크게 떠지고,경회루 누마루의 절묘한 공간분할과 물순환시스템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우리는 건축물로 그 시대를 읽게 된다.흔히 건축물의 크기는 권력의 크기를 상징한다.반면 우리 궁궐의 아기자기함은 인간적인 친밀함이 드러난다.그래서 모든 건축물에는 표정이 있다고 한다.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을 남이 더 잘 아는 부분이 있듯이 문화재 역시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외국 관광객이 더 잘 아는 경우가 많아서 놀랍다.

 

사람의 숨결과 손길이 미쳐야만 숨을 쉬는 목재 건축물처럼,다리를 밟아주어야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아주는 선암사의 승선교처럼 ,문화재도 지나간 시대의 상징으로 멈춰있는 것만으로 제역할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잘못된 교육으로 생긴 오류는 바로잡아야 하고,우리 스스로 문화재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문화재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후손과 함께 그 의미를 만들어가야 빛이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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