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재미를 다 갖춘 성장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 - 아동용,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ㅣ 책읽는 가족 1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동화를 잘 안 읽는 아이가 이 책을 사달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아이가 동화책을 사달라고 하는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읽어보니 책은 생각보다 감동깊었다.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읽기에도 그만이다.어쩌면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더 감동깊게 읽었는지 모른다.책은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작품이다.표현력도 뛰어나고,스토리 또한 탄탄하다.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혜안이 놀랍다.

 

스토리는 제1부 미르 이야기.제2부 소희 이야기.제3부 바우 이야기.제4부 너도 하늘말나리야로 구성되어 있다.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다만 그 상처의 모양이 다를 뿐이다.가슴 뻐근한 그리움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가슴에 담고 사는 아이들은 ,각자 잎과 꽃이 서로 그리워하는 상사화를 닮았다.아이들은 각자를 비춰주는 거울이다.작가는 사춘기 아이들의 사고체계에도 질서가 있어,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그래서 책은 등장인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미르는 부모님이 이혼하게 되어 엄마와 함께 달밭이라고 불리는 월전리로 이사를 온다.엄마가 진료소장이기 때문에 진료소가 미르의 집이다.미르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모든 것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아이다.그런 미르는 엄마와 시골 학교 친구들에게 밤톨의 가시같이 군다.밤톨 의 가시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술인 것처럼, 미르의 가시는 자신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미르와 소희는 또래고,바우는 한 살 어리다. 바우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충격에 말을 하지 못하는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아이다.미르가 부모님의 이혼으로 마음의 빗장을 걸고 지내는 것처럼 바우도 엄마 잃은 슬픔 때문에 마음의 빗장을 걸고 지낸다.그래서 바우는 미르의 아픔을 알 것 같다.소희는 엄마가 재혼 한 후 할머니와 둘이 살면서 할머니 병수발까지 들고 있는 아이다.소희는 미르에게서 자신과 같은 쓸쓸함을 본다.소희는 조손가정의 아이면서도 모범생이고,우등생으로 반듯하게 자란 아이다.그런 소희지만 부모없는 빈자리는 크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다.책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느티나무와 진료소는 작가가 본 어떤  풍경속에 남아있던 장면이다.인고의 세월을 버텨온 느티나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치유의 배경이 되어 준다.책에는 신형건 동시집에서 인용한 <제비꽃>,<엉겅퀴꽃>,<개망초꽃>이 동화와 잘 어울러져 있다. 수줍은 제비꽃,환한 달맞이꽃,꽃무릇(상사화),바우를 닮은 괭이밥.소희를 생각나게 하는 수수한 개망초,당당하게 하늘 향해 피는 하늘말나리.들꽃의 이미지에 아이들의 성격을 부여한 것은 흥미롭고 아름답다.

 

 아이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가 달라서 벌어지는 갈등과 오해 그리고 화해,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남아선호사상.이혼,재혼에 대한 문제,고부갈등까지 참 많은 것들을 닮아낸 동화다.특히 이혼율이 높아진 요즘 세태를 반영하듯 작가는 미르와 엄마 사이의 대화를 시도한다.엄마도 한 사람의 여자라는 점을,바우에게는 상사화를 통해 아버지의 외로움을 보여준다.소희에게는 스스로 알을 깨고 나아갈 수 있는 내면의 깊이를 선사한다.헤르만 헤세의<데미안>처럼 아이들은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만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성장은 아픔을 통해서만 가능하다.아픔은 성장을 향한 몸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