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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마일 속의 우주 - 한 천문학자의 사계절 산책기 ㅣ 자연과 인간 14
쳇 레이모 지음, 김혜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주변에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의문을 품지 않는다.여지껏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거라는 당연한 믿음으로 당연하게 바라본다.쳇 레이모의 글은 우리의 무관심에 제동을 건다.일반인과 전문가의 격차가 너무 커져버린 과학의 세계에 그는 1마일의 다리를 놓아 산책하듯 가볍게 일상의 언어로 과학을 이야기한다.
쳇 레이모(Chet Raymo)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노스이스턴에 살고 있으며,스톤힐 대학에서 40년간 물리학과 천문학 강의를 해 왔다.<1마일 속의 우주>는 그가 37년간 매일 출근하는 집에서 학교까지의 1마일(1.6㎞)의 풍경을 관찰한 기록이다.그 길은 1803년에 삽공장을 설립한 미국의 유명한 조경 건축가가 증손자를 위해 양목장이라는 사유지로 설계한 곳이다.그 곳은 목가적이고 유쾌한 시골로서 고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에 있었다는 신화 속 이상향 아르카디아(Arcadia)의 실현한 것이었다.그는 1마일 속에서 질서와 경이,인공과 자연,문명과 야생,인간의 자기 이익과 유기적 총체 ,이런 표면상으로는 대조적인 경향들이 적절하게 융화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쳇 레이모는 관찰하기 적절한 걸음걸이로 걸으며 풀 한 포기 돌맹이 하나,동식물의 사생활까지 꽤뚫어 본다.그 길은 돌멩이의 융기작용 뿐만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이동에 따라 오게된 귀화식물들도 있다.그 길에서 레이모는 평생 단 한 번 본 것도 있고,40년만에 본 별빛도 있다.거리나 사람의 이름은 그것의 역사를 담고 있다.그래서 그 길은 인류의 역사를 말해 주는 길이다.레이모는 면밀한 관찰과 사랑으로, 직감과 지식으로,모르는 것은 잘 아는 이에게 물어서 지적욕구를 채워나간다.그는 사랑에 빠진 사람과 같은 집중력으로 1마일 속에서 매일 새로운 것을 본다.그래서 매일 걷는 그 길이 그에게는 매일 새로운 길이다.평범함 속에서 경이를 본 그는 1마일의 길에서 우주의 모든 것의 연결을 본다.
털부처꽃의 기이한 번식 전략은 무작위 변화와 냉혹한 선택의 적절한 혼합으로 놀라울 정도로 기민하게 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해 준다.그는 털부처꽃의 놀라운 생식 기관을 살펴보는 동안 평범한 유전과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기본적인 창조 이야기에 넋을 잃고,그것이 우주 진화의 궤도 어디에 놓여 있을까 궁금증에 휩싸인다.
지구상의 생물은 현재 200만종에 가깝다.아직 설명되지도 않았고 이름이 붙여지지도 않은 종은 적어도 열 배나 된다.그의 쌍안경과 확대경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우리는 글로 만날 수 있다.책은 다윈과 멘델등 선배과학자들의 다양한 글을 참고 했고, 레이모 자신도 그들을 닮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쳇 레이모는 섬세한 통찰력과 박식함,다양한 주제들을 쉽고 친근감 있게 설명한다.천문학자의 지적 사유가 담긴 문장은 아름답기 그지없다.진화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