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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2 - 건축가 김원 편 ㅣ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시리즈 2
이용재 지음 / 도미노북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풍차를 연상케 하는 표지사진은 건축물의 채광창이다.그것은 자연을 중요시하는 건축가 김원 작품의 특징을 말해준다.<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1>은 이색박물관에 대해 소개한 책이다.<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2>는 건축가 김원의 작품들을 싣고 있다.건축가라면 대부분 가우디를 떠올린다.가우디의 건축 양식은 스페인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기에 가능했던 작품이다.로마네스크,고딕양식같은 건축 예술이 탄생하기까지는 문화적,경제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그런데 1943년에 태어난 김원에게는 문화를 생각할 여유도,경제적 지원도 부족한 전후에 탄생한 작품들이다.그래서 그의 건축물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식인 것이다.작가는 김원의 건축물을 거칠은 건축 속에 우주의 질서를 담아낸 그리드(grid) 라고 말한다.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1>을 보고 이색박물관에 다녀왔는데,'이번엔 아이들 손 잡고 예술적인 건축물을 구경해봐~.그곳에 선배들의 꿈이 녹아 있어.'라고 말하는듯 하다.문학도를 꿈꿨지만,건축을 전공하고,택시기사로 생업전선에 뛰어듯 저자의 이력은 건축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인문학적 글솜씨에 택시기사처럼 걸죽한 입담으로 풀어놓는다.책은 기행문에 역사교과서와 사진 작품이 만나서 접점을 이룬 독특한 모양과 재미를 담은 그릇이된다.그래서 건축은 인문학적인 환경을 디자인하는 직업이다.
건축물 하나 하나에 온갖 이야기를 담고 있다.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것이 줄줄이 딸려 나온다."양주 먹지마,큰일나.소주만 먹어.소주는 접대가 아니라니까." 건축물은 이렇게 준공되기까지 온갖 역경을 헤치고 태어난다.읽다보면 우리나라 건축환경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놀라게 된다.건축물 하나를 완성하는 것보다 허가받는 일이 더 오랜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서 놀랐다.김원의 건축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건축 환경에도, 꿋꿋이 한 길을 걸어온 건축인들의 의지를 잘 말해준다.건축물은 그 자체로 역사다.책은 건축가 김원의 손길에 의해 탄생한 문화시설,교육시설,주거.업무시설,종교시설에 대한 탐색이다.책의 끝부분에는 건축가 김원과 거장 김수근의 못다한 이야기를 추가했다.
<조정래태백산맥문학관>이 전남 보성군에 있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진즉 알았다면 명절때 마다 고향가는 길에 한 번쯤 들러봤을 텐데.<미당서정주 시문학관>을 본 그는 건축과 문학이 서로 넘나든다고 표현한다.'세상에 이름 내놓고 사는 사람들,처신 잘 해야. 나중에 생고생하지 말고.'충고 또한 살짝 한마디.<공동경비구역>이 관객 300만 명을 동원한 데는 <남양주 종합촬영소>의 판문점세트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구나! 어렵게 준공했는데,외관청소업자가 알루미늄을 염산으로 닦아서 코팅이 다 벗겨진 <갤러리빙>.폐쇄성을 보여주는 <주한 러시아대사관>.벽돌 5천장 크기가 모두 다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 좌성당>.<분당 연립주택>은 친환경적이면서도 모든 방을 끼워넣을 수 있어서 아이들이 자라면 방과 거실을 재배치 할 수 있다.건물의 외관은 내부공간을 담는 용기라는 본래 목적을 잘 보여주는 예다.
작가는 김원을 골수환경주의자라고 표현한다.그는 한국적인 것을 추구하면서도 한국적이기 위해 한국적인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언밸런스가 밸런스고,밸런스가 언밸런스일 때도 있다.건축은 건축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이미 건축이 아니다.사람들이 겉모습과 내면의 모습을 가지고 있듯,건축물도 만든이의 마음을 담고,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다.건축물은 오랜 세월 묵묵히 말없이 말한다.사람과 역사와 세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