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이명원 지음 / 새움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이 소금밭인 날 도서관에 가서 고른 책이다.오직 제목이 끌려서 읽게 된 책,그래서 내용은 내 마음과는 많은 상관없는 책이다.그의 마음이 넓은 세상에 대한 애정으로 아픈 거친 소금밭이었다면,내 마음은 작은 부대낌으로 아픈 고운 소금밭이었나보다.그럼에도 나의 의식을 한 차원 끌어 올려 준 고품격 비평서다.아~ 이런 책도 있구나! 이런 방식으로도 책을 보는구나! 일반독자가 책을 보는 방식과 비평가가 책을 보는 방식은 차이가 있구나! 그러면서도 그의 비평에 많은 공감을 한다.깊이의 문제만 생각하고 넓이의 문제를 생각하지 못한 독자인 나, 깜짝 놀라 눈을 뜬다.



 

 매일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쓴 일기같은 그러나 일기보다 정교하고 논리적인 비평서다.나부터 시작하여 너, 우리, 세계의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사유이자 비평이다.자잘한 또는 아주 커다란 것들까지 특히 글을 쓰는 작가들은 그가 휘두르는 칼에 여럿이 쓰러진다. 그는 김훈의 문체를 그 아득한 뱀을 연상하게 만드는 언어적 페티시즘(fetishism)이라고 말한다.그가 선호하는 글은 문체와 성정의 혼연일체를 보여주는 허균의 글이다.프로이트 문체가 아름다운 것은 ‘가정법’과 ‘자기확신’에 있고,박병례의 <쑥 캐는 불장이 딸>을 언어에 대한 작가의 장악력이 높다고 평한다.아름다운 문체를 선호하는 독자인 나는 문체가 아름답다는 말처럼 무의미한 것은 없다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란다.

 

 그는 황석영의 <심청>을 작품의 밀도에서 바닥의 수준을 보여주는 졸작이라고 말한다.자신의 관점에서 함량미달인 작품들에 대해 과감한 비판의 메스를 들인댄다.기억으로 이루어진 파편적인 소설에 대해서도 구성의 묘미를 요구한다.윤대녕 소설의 매너리즘이 ‘위험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의 소설은 B급으로 격하된다.카프카적 세계관을 드러내는 작가들에게는 ‘자기세계’를 만들기 위해 심각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고언한다.카프카의 세계관에 가까운 나는 또 한 번 깜짝 놀란다.결론이 뻔히 보이는 소설에는 작가에게 더 교활해지기를 원한다. 

 

 

 왠만큼 글을 많이 읽지 않는 한,전문가가 아닌한 도용한 글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그는 글을 도용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자에게는 지성의 파탄이라고.맥락 없는 인용의 오류를 범하지 말라고 한다.저자 이명원은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면서 문학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했다.사제 카르텔 논쟁,표절 시비논쟁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그는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이라는 양날의 칼과 같은 글쓰기를 보여준다.이 책에서도 양날의 칼의 묘미를 맛 볼 수 있다.

 

 책의 뒷 부분이나 표지부분에 당연히 따라 나오는 평,신문지면에 올라오는 평,여기저기 쏟아지는 찬사들을 우리는 매일 접한다.하지만 그런 글들이 출판사의 판매전략이라는 것을 어린아이도 알고 있다.그래서 책을 고를 때 찬사만 믿고 골랐다간 낭패를 보게 된다.그런 것들을 그는 주례사같은 비평이라고 말한다.그의 글은 거침없는 비평이다.그만큼 그는 삶에 대한 애정이 큰 것이겠지..세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잘못된 것을 보고도 고개를 돌려버리지 않던가.그는 잘못된 것들을 똑바로 쳐다보고 질책한다.그래서 그에게 비평은 돌맞을 각오하고 쓰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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